<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부진한 실적과 테마감리 회계 이슈로 우울한 날들을 보내던 제약·바이오주가 국내 증시 호조 및 실적 개선 등으로 올해 들어 상승세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셀트리온 삼총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 대장주의 추락이 제약·바이오주 전체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액이 98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387억 원으로 33.3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536억 원으로 34.34% 줄어들었다고 공시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판매 증가 및 타사 치료제 위탁생산 등으로 매출이 증가했다”면서도 “단가 인하와 공장 증설 및 공장 셧다운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해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셀트리온제약도 지난해 매출액이 14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1.0% 줄어든 36억 원, 당기순손실은 94억 원으로 적자 폭이 226.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영업손실이 252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5% 하락한 7135억 원, 당기순이익도 92.7% 감소한 1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시장가격 인하로 인한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파트너사 재고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 감소가 있었고, 램시마 SC 직판을 위한 해외법인 설립 및 허쥬마, 트룩시마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판매 관리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손실이 1028억 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적자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만 매출액은 36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으며 당기순손실도 550억 원으로 적자 폭이 37.8% 줄었다.

곤두박질친 시총 상위주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1.45%(3000원) 하락한 20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초 22만2500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8.31% 떨어졌다.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날 각각 0.99%(600원), 1.72%(1200원) 하락한 6만 원, 6만87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올해 초 6만3500원, 7만5300원과 비교해 각각 5.51%, 8.76% 주가가 감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올해 38만65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3%(6500원) 떨어진 37만 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올해 들어 4.27% 주저앉았다.

이로 인해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2.35% 하락했다. 상위 제약업체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총 대장주가 더 큰 하락 폭을 보여 관련 지수의 상승 폭이 둔화됐다는 풀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 등 시총 상위종목의 주가 부진으로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시장 하회를 지속하고 있다”며 “코스피 의약품 지수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의 비중이 약 63%로 절대적인데 두 업체의 주가 반등이 당분간 쉽지 않아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시총 상위종목은 수출 부진과 실적 악화가 이어져 주가 반등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수출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트룩시마, 허쥬마의 미국 수출 개시 시점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2019년 상반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주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하반기 가동률이 상승하고 2020년부터 3공장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저하고의 흐름을 전망했다.

오르막 걷는 상위 제약주

반면 상위 제약업체들은 1조 원을 넘긴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발표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제약·바이오주의 상승세가 계속돼 올해 들어 현재까지 KRX헬스케어지수는 0.52% 상승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지난 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톡신(보톡스) ‘나보타’에 대해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9% 늘어난 1조5188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업체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영업이익은 43.5% 감소한 501억 원, 당기순이익도 46.8% 줄어든 5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연결실적으로 잡히는 유한화학 등의 해외 사업 매출 부진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GC녹십자도 지난해 매출액이 1조33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해 사상 최대 매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와 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44.5%, 39.6% 감소한 502억 원, 342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도 2015년 이후 3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지난달 29일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이 10.8% 증가한 1조16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도 1.7% 증가한 836억 원으로 집계됐으나 이연법인세 효과로 당기순이익은 50.5% 감소한 342억 원으로 나타났다.

종근당도 1조 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종근당은 지난해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8.1% 증가한 9558억 원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0.1% 감소한 780억 원이고, 당기순이익은 20.6% 줄어든 426억 원이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광동제약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8855억 원으로 집계돼 업계에서는 무난히 매출 1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7590억 원으로 호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유한양행은 전 거래일보다 0.61%(1500원) 오른 24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20만4500원에서 시작해 21.52%의 상승을 보였다.

GC녹십자는 전 거래일 대비 0.33(500원) 하락한 14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나 올해 초 13만6000원에서 9.9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도 마찬가지다. 올해 46만4000원에서 이날 48만 4000원으로 3.88% 상승했다. 다만 종근당은 올해 초 10만2000원에서 25일 0.49%(500원) 오른 10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아직 잠정 실적 공시를 하지 않은 광동제약과 대웅제약도 실적 개선 기대감에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69%(50원), 0.77%(1500원) 상승했으며 올 초와 비교해 각각 6.57%, 4.51% 성장세를 보였다.

‘기술력’에 주가는 상승세

증권업계에서는 R&D 모멘텀이 풍부해 제약·바이오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 연구원은 “상위 제약업체의 수익성은 임상 진전에 따라 R&D 비용 증가로 올해도 부진하겠으나 R&D 모멘텀은 풍부해 이를 갖춘 상위 제약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 적자 지속 등으로 관리 종목 우려가 있었던 바이오 종목과 4분기 실적 우려로 부진했던 종목의 단기 반등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주들 때문에 같이 눌려있었던 신약개발 기업들 중 일부 R&D 모멘텀이 발생하거나 기대가 있는 기업들, 내지는 수급이 개선되는 종목들의 경우 그동안의 침체를 일순간에 털어내듯이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주가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기술력만 확실하다면 바이오텍 기업들의 경우 작은 트리거 만으로도 주가 급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보톡스·뷰티 카테고리는 2018년 상반기 높은 성장률에 따라 올해 상반기 기저효과 발생 가능성이 높고 2019년 중 다수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아바스틴(미국), 휴미라(유럽) 등)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급성장 추세에 따른 관심도는 유지될 것”이라며 “유전자치료제, RNA 등 새로운 기전 파이프라인에 대한 모멘텀은 임상 중간·결과발표가 집중돼 있는 올해 1분기까지 긍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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