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국내 상장한 생명보험사의 실적 부진으로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생명보험업종의 반등 여지가 없어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주가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4조3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1219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인 삼성전자 주식처분 이익(1조958억 원) 등 투자이익이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험영업 손실은 확대됐다.

상장 생명보험사의 개별 실적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하락을 보였다.

지난 25일 오렌지라이프는 매출액 5조4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3.1% 감소한 4130억 원, 당기순이익도 8.5% 하락한 3113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손익은 리브랜딩 비용, 스톨 옵션 가치 확정 및 직원 특별 보너스 등 대주주 변경 관련 비용 등 일회성 요인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한화생명의 매출액은 15조2543억 원으로 10.7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50.16%, 31.63% 감소한 2953억 원, 3593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손익 감소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도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이후 이날 정정 공시를 했다. 삼성생명의 매출액은 32조24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9%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52.8% 증가한 2조5833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은 유일하게 당기순이익도 상승해 37.2% 늘어난 1조7337억 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승분은 지난해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이익(약 7900억 원) 등 일회성 요인 영향으로 실질 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4분기에는 61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동양생명도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18.9% 감소한 5조 7869억 원이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0.6%, 71.2% 하락한 726억 원, 54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미래에셋생명은 매출액 3조78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51% 하락했으며 당기순이익도 53.95% 감소한 1018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11.57% 증가한 1354억 원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자본규제 강화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여 이에 따른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13.5%(5조2422억 원) 급감한 것이 이들의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규제(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강화로 저축성보험 축소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이익의 내부유보 확대, 수익성 중심의 보험영업 체질 개선 등 재무건전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규계약 부재에 실적 하락

지난해부터 전망된 생명보험사의 실적 부진 전망은 주가에 반영됐다. 이로 인해 현재 이들의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모두 하락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2월 26일 종가 기준 6810원에서 현재 4000원대 초반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이날은 전일 대비 1.05%(45원) 떨어진 4225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흘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동양생명도 7350원에서 현재 5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0.40%(20원) 하락해 5000원 선이 무너진 4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렌지라이프는 5만4500원에서 올해 초 2만4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12일 자사주 매입 소식으로 반짝 반등해 3만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37.25% 떨어졌다. 이날은 전일과 같은 가격인 3만4200원으로 마감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들 중 전일 대비 유일하게 0.39%(20원) 상승한 51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5270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6월 6000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지금 다시 1년 전 가격보다 더 내려간 상태다.

삼성생명은 이날 8만9000원으로 전일과 같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으나 지난해 초 12만 7500원에서 현재 9만 원 밑으로 떨어지며 1년 사이에 30.20% 하락했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지난 21일 실적 공시와 함께 컨퍼런스콜에서 배당 성향을 지난해 30% 수준에서 2021년까지 향후 3년간 경상순이익의 50% 범위 내에서 글로벌 보험사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배당성향 상향에 대한 의지는 존재하지만 IFRS17 및 K-ICS의 불확실성과 보험이익의 정체 속에서 삼성화재와 같이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보험이익의 정체 속에 낮은 수준의 장기채권 금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실적으로 매력을 찾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의 여지가 제한적인 시기여서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상승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생명보험업계 전반적으로 금리 환경과 주식 시장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만큼 실적 개선 모멘텀도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생명보험업계의 실적 부진 요인은 보험영업이익 및 변액보증손익의 동반 악화”라며 “위험손해율 개선은 미진한 가운데 위험보험료 성장률 또한 낮다는 점에서 보험영업이익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며 부진한 증시 흐름과 장기 금리 하락 기조 또한 변액보증손익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주요 생명보험사에게 올해는 유의미한 증익을 기대할 부분이 보이지 않아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보다는 이후를 위한 대비가 어울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경기 부진 및 업종 내 경쟁 확대를 고려하면 보장성 보험의 신계약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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