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장기 투자 및 주주환원 정책과 더불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신규 대표이사 선임 추진 발표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발표일 급등했던 주가가 하루 만에 일제히 하락하며 등락을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그룹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현대차는 전일 대비 1.94%(2500원) 하락한 12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각각 0.23%(500원), 1.08%(400원) 내린 22만500원, 3만6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우선주인 현대차2우B와 현대차우도 각각 1.59%(1300원), 1.99%(1500원) 떨어졌다.

북·미 정상회담 협상 결렬로 이날 한국 증시 전체가 하락세를 보인 데다 이와 맞물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수요 둔화 및 불확실성으로 수익성 개선 및 비용 절감에 대한 가시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지난 27일에는 현대차그룹의 주주환원 기대감에 모두 상승을 보였다.

현대차는 전일 대비 5.31%(6500원) 급등한 12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각각 3.76%(8000원), 1.51%(550원) 상승해 22만1000원, 3만6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우선주인 현대차2우B와 현대차우도 각각 4.61%(3600원), 4.59%(3300원) 올랐다.

현대차, 엘리엇에 정면 돌파

앞서 현대차는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수익성 개선 목표를 제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2023년까지 5년간 연구개발(R&D)과 미래 신기술에 총 45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22년에는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7%로 향상시키고 자기자본이익률(ROE) 9% 달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 향후 3년간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배당(주당 4000원)과 자기주식 매입 1조 원, 자기주식 소각 4600억 원 등 총 2조60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경쟁력·수익성을 조기 회복해 주주 가치 제고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 기반의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에 기말 배당을 요구한 데 따른 맞불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에 기말 배당으로 보통주 기준 1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우선주까지 고려하면 총 5조80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순이익인 1조6450억 원의 3.5배가 넘는 금액이다. 현대모비스에는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액을 요구했다. 약 2조5000억 원가량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배당액을 각각 3000원(지난해 중간배당 포함 시 4000원), 4000원을 제안했다. 현대차는 지난해와 배당액이 비슷한 수준이고 현대모비스의 제안 금액은 전년 대비 500원 상승한 가격이다. 반면 엘리엇은 양사가 제안한 금액의 5배, 6.5배가 넘는 금액을 요구했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양사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주총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주환원 방안을 놓고 싸우는 것은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가 투자 심리로 작용해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회사의 방향성 및 구체적인 목표 공유도 신뢰도 제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강성진·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현 경영진과 엘리엇의 경쟁이 계속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주주 환원정책은 계속 강화될 것”이라며 “이들이 주주 가치 제고의 방법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당으로 주주 가치 제고 요구를 일부 충족했으며, 주주 요구는 배당 확대를 넘어 단순한 유휴 현금 활용에 대한 주주환원 정책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과 중장기적인 목표, 단계적 달성 의지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매력은 엘리엇 승리

하지만 단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엘리엇의 제안이 수익 면에서 매력적이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엘리엇의 배당안이 통과될 경우 부정적인 주가 흐름이 나타날 수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 및 자동차업체의 낮은 수익성 개선 가시성을 감안할 때 단기 투자자들은 확실한 투자수익률이 확보되는 방안인 엘리엇의 투자안을 더 선호할 수 있다”며 “엘리엇의 배당안이 수용된다면 기업의 추가 M&A 여력 부족 및 일시적 특수 배당 이후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주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으로 인한 책임경영 강화와 글로벌 외부인사 중심의 이사회 구축도 긍정적이다”라면서도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에 대해서는 현재 수익관점에서 통과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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