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갤러리현대, 일상의 이면을 이야기하는 설치 작가 양정욱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설치 작품이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란 타이틀로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 지하1층에 설치된 양정욱 작가의 '대화의 풍경#2:저녁이 되면 오는 것들'.(사진=왕진오 기자)

이 작품들은 작가 양정욱(37)이 2월 28일부터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에 펼쳐 놓은 일상 속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평범하고도 미묘한 지점을 그려낸 설치 작업들이다.

마치 사진전시를 연상하는 전시 타이틀이지만, 사진 작업을 볼 수 없다. 작가는 누구나 겪었을 단체사진을 촬영할 때의 모습들 그리고 부인과 집안 인테리어를 하면서 나눈 대화의 균형을 키네틱 아트와 같은 설치 작업을 통해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양정욱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양정욱 작가는 "키네틱적인 요소가 들어간 작업이지만, 광고도 크게 보여주면 잘 보인다는 트렌드처럼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며 "움직이는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업을 선보이지만, 임팩트가 약해지만 사라질 것 같다. 특별히 장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작품들은 그만의 내러티브가 더해질 때 강력한 이미지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커다란 배와 같은 움직이는 설치 작품 '대화의 풍경 #2 저녁이 되면 오는 것들'은 새로 이사 간 아파트를 꾸미기 위해 부인과 나눈 토론의 분위기를 마치 어둠 속의 배가 파도에 흔들리듯 움직이고 있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에 설치된 양정욱 작가의 '단체사진' 시리즈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기계적인 장치를 통해 오브제들이 움직이지만, 이 안에는 작가가 상대와 나누려는 대화의 핵심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갤러리 룩스, 김수강의 'Fruits and Grains' 

개인적인 생활에서의 경험과 고민 속에서 구상된 사진작가 김수강의 개인전 'Fruits and Grains'가 3월 8일부터 4월 7일까지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룩스에서 진행된다.

2014년 발표한 'Towels'시리즈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으로 구성된 전시 'Fruits and Grains'는 한 가정의 딸이면서 동시에 아내이자 엄마로서 그릇에 담긴 열매와 곡식들에서 발견한 근원적인 생(生)의 감각을 표현한다.

김수강,'Fruits and Grains cherries'. 2018.(사진=갤러리 룩스)

김수강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물들에 주목한다. 그릇, 보자기, 소품, 수건 등을 조용히 응시하고, 이를 촬영하고 인화하는 과정에서 사물들에 내재하는 ‘숭고한 순간’을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뉴욕 유학시절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사진을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이하 검 프린트) 기법으로, 아날로그 사진 특유의 조형성으로 주목 받아 왔다.

검 프린트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과정을 통해 회화적이고 판화적인 조형성이 획득하게 된다. 또한 최근의 사진 경향(디지털 사진, 아카이브로서의 사진)을 우회하며 사진작가의 수고롭고 섬세한 감각을 주목하게 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황규백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메조틴트 판화에서 프레스코 벽화 같은 회화 선보이는 '황규백'展

"판화 기법상 문제로 구체적인 작업을 펼치지 못했는데, 페인팅으로 사물을 충실하게 표현했다. 판화 작업보다 즐기면서 행복하게 만든 작품이다."

판화의 현대적 재창조라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 황규백(87)이 메조틴트 판화와 차별되는 프레스코 벽화 같은 페인팅 작업을 들고 전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2월 14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마련된 황규백 전에는 섬세하고 예리한 선으로 사물을 묘사한 판화와 달리 거친 마티에르와 사실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회화 20여 점이 함께한다.

황규백, 'SOUTH AND NORTH SUMMIT'. Acrylic and oil on canvas, 53 x 72 cm, 2018.(사진=가나아트)

정물화 같은 작품들에는 사물들이 은유적으로 배치되어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시계는 아무 의미 없다.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함이지, 특별한 것은 아니지요. 그냥 예쁘지 않나?"라며 "떠난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우산을 배치했는데, 마치 나를 의인화 한 것으로 볼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하는 작품 'SOUTH AND NORTH SUMMIT'는 2018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를 함께 걷던 남북정상의 순간을 작품으로 남기려 했던 작업이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회고전 이후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전시장을 사색과 평화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황규백, 'A HOUSE 1'. Acrylic and oil on canvas, 122 x 102cm, 2018.(사진=가나아트)

황규백 작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어떠한 드로잉도 그리지 않은 채 머릿속에 구상한 화면을 캔버스에 옮긴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작가의 상상 속 풍경들로 구성된 작품들은 평범한 하루의 끝에 환상적인 꿈을 꾸는 듯 한 평화의 순간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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