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정부가 부동산신탁업의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예비인가를 발표한 가운데 신영자산신탁·한투부동산신탁·대신자산신탁(가칭) 등 증권사 계열사들이 싹쓸이 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혁신성, 핀테크, 공공성 등의 차별성과 더불어 원활한 자본조달 능력, 리스크 관리 등을 내세우고 있어 관련 시장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임시회를 개최해 신영자신신탁과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에 대해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의결했다.

이번 예비인가 경쟁에는 이들 3개사를 포함해 제이원부동산신탁, 대한자산신탁, 연합자산신탁, 큐로자산신탁, 에이엠자산신탁, 더조은자산신탁, 부산부동산신탁, NH농협부동산신탁, 바른자산신탁 등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해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서류심사 및 신청자별 PT 심사·질의응답을 진행한 결과 3개사를 선정했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총 12개 신청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의 3개사가 자본시장법령상 요건을 충족하며 사업계획 등이 부동산신탁업 영위에 적함·타당해 다른 신청회사에 비해 우수하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에서 신영자산신탁은 부동산 개발·분양·임대·관리 전과정의 지속 서비스 제공, 종합재산관리 플랫폼 구축 등 사업계획 혁신성이 인정을 받았다.

한투부동산신탁은 부동산신탁과 핀테크·정보통신기술(ICT) 결합을 통한 서비스 제공으로 2030세대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신자산신탁은 도심공원 조성, 폐산업시설 활용, 창업 클러스터 조성 등 사업 계획의 공공성과 확장성을 인정받았다.

탈락한 NH농협, 경영전략 수정 불가피

이에 따라 업체들 간의 명함도 엇갈리게 됐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NH농협부동산신탁과 에이엠자산신탁이 탈락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시중 금융지중 중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민 NH농협부동산신탁의 경우 연초 관련해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진입에 실패하면서 경영전략을 큰 폭으로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여 심심치 않은 충격을 안기게 됐다.

특히 김광수 농협금융회장은 지난해 말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리츠 운용, 부동산신탁 등 신사업을 활용한 수익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결과로 큰 상처를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증권업은 이번 예비 인가를 두고 신청서를 접수한 증권사만 9곳에 달해 접수단계부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예비인가 결과도 증권업이 싹쓸이 하게 돼 다양한 상품 및 운용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기존 IB 사업부를 통해 진행하던 부동산 금융을 개발부터 투자, 분양 등 전 과정으로 확장해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각사별 사업 계획에 따라 리테일, 자산관리 등으로 이익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예비인가를 통과한 3사가 어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신영자산신탁은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에 특화된 신영증권의 강점을 활용해 고객 부동산 자산을 신탁해 수익을 내고 여기에서 창출한 금전 자산을 신영증권에 신탁함으로써 종합 자산관리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시장에 중위험·중수익 리츠 상품을 공급하고 리츠를 활용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한투부동산신탁은 젊은층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규모 맞춤형 P2P 투자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 신탁을 가미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노후연금형 신탁과 안정적 상속을 위한 유언대용신탁 등 갑종 관리신탁까지 내세워 연령별 전 국민 평생 신탁이 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신자산신탁은 리테일 강점을 내세워 부동산신탁을 통해 리테일 상품을 개발해 리테일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민간투자를 통해 대상 토지를 매입해 개발한 후 발생 수익을 리츠 및 펀드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활용해 민간에 재분배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더욱이 대신증권은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 그룹으로 경영 전략을 이미 수정한 바 있어 이번 예비인가 통과로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대형사 중심 재편…차입형 날개달까

이처럼 증권계열사들이 대거 부동산신탁업에 진출을 예고하면서 부동산신탁업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대형사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고 이번 신규 증권사들이 합세하면서 그간 중소형사들이 주도해온 부동산신탁 시장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부동산신탁사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신한금융이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면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우리금융지주도 신탁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증권 3사가 진출에 성공하면서 관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차입형 신탁’이 중장기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입형 신탁이란 부동산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주민들을 대신해 조합 역할을 맡아 자금 조달부터 준공 후 분양까지 모두 맡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차입형은 신탁 사업 중 수익률이 가장 높지만 리스크가 높아 단순히 자금 관리만 맡는 관리형 신탁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금융사를 비롯해 증권사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자금 동원이 쉽고 리스크 관리에 능해 치입형 신탁의 활성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규모의 경쟁에서 밀린 군소사들은 시장 매물로 나오거나 금융사들과 합종연횡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동안 관련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부동산신탁 업계관계자는 중소형 신탁사가 자본력을 갖춘 증권·금융 계열사들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도시재생 등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예비인가를 받은 3개사는 6개월 이내 인적, 물적 요건을 갖춰 개별적으로 본인가를 신청하고 금융위는 금감원 확인 과정 등을 거쳐 본인가 절차를 진행하기 된다.

본인가를 획득하게 되면 우선 관리형 토지신탁 업무를 시작하고 이후 2년 후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예비인가를 받은 3개사는 부동산신탁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구축, 운영해야 한다”면서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에 부합하도록 내부통제 체계 및 경영지배구조를 충실히 구축해 신설회사의 안정 경영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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