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개설일자 못지켜 청문절차 돌입
녹지병원, 손해배상 등 각종 소송 방침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개원 못하고 허가 취소되나
제주도, 개설일자 못지켜 청문절차 돌입
녹지병원, 손해배상 등 각종 소송 방침
▲ 4일(월)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제주 영리병원 철회 촉구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허가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개원도 못한 채 허가 취소 될 운명이라니 듣고 보기에도 민망하다.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이 영리병원은 노동계로부터 의료 공공성 훼손이란 지적과 함께 허가취소 압력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만약 허가 취소까지 간다면 “친노동 촛불정권하에 외국인 투자가 추방됐다”는 허물과 누명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임을 우려한다.

원희룡 지사의 ‘고뇌의 결단’마저…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의 승인하에 서귀포 헬스케어 타운에 입지를 확보, 병원 건물을 관공하고 의료진을 확보하여 매월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는데도 제주도 당국이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고 병원개설 허가를 미루고 있다”고 전해 왔었다. 이 때문에 각종 규제에 경제의 발목이 잡혀 있는 가운데 “모처럼 외국인이 투자한 영리병원마저 개원허가를 미루느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원희룡 제주지사가 주변의 반대론을 인식하면서도 중앙정부의 승인과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병원개설 허가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언론은 ‘용기 있는 결단’으로 평가한 추세였다. 반면에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반쪽짜리’라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친노동 촛불정권 하에 거의 ‘죽다가 살아난 꼴’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처럼 난산 끝에 태어난 녹지국제병원이 개설허가 3개월 만에 허가취소 전 단계인 청문회 절차를 밟게 됐으니 서글픈 신세 아닌가. 제주도는 의료법상 3개월 내에 개설해야 하는 시한이 3월 4일이지만 “병원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못해 부득이 청문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허가취소 전 단계인 청문회 절차 돌입이란 외부에서 듣고 보기에도 민망하고 안타까운 사연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각종소송 등 분쟁 장기화 우려 상황

녹지병원 측은 당초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반쪽’으로 허가한 것이 법 규정에도 없는 불법이라고 규정, 법적 소송을 확인한바 있었다. 또한 개설 시한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불가피한 상황을 제시하며 제주도에 기한연장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제주도 당국은 녹지병원 측이 지난 2015년도에 제시한 사업계획서에도 성형미용, 건강검진 서비스 등 진료과목 전문의 ‘외국의료기관’으로 명시했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한 내국인에 대한 진료제한은 의료 공공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반박한다.

제주도 당국은 녹지병원 측이 개설시한 연장을 요청하여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 점검코자 했지만 병원 측의 기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현장은 ‘출입금지’ 상태로 비워 놓아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며 방관할 수 없어 청문회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반면에 녹지병원 측은 제주도의 일방적인 조치에 불복하여 소송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하니 앞으로 분쟁이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병원 측은 ‘반쪽’ 허가가 불법이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여기서 패배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맞서겠다는 확고한 방침이다. 병원건물 등 투자비용 800억원 상당에 대한 배상청구 소송을 말하는 것이다.

녹지병원 측의 강경입장에 비춰 청문절차 중에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녹지국제병원에 투자한 녹지그룹이 중국의 국영기업이라는 측면에서 한․중 FTA협정 규정을 적용,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그 파장은 매우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할 수 있다. 이때 분쟁기간이 장기화되고 한․중 관계에도 미묘하게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측면에서 제주 녹지병원의 허가문제가 최악으로 가지 않았으면 싶은 소망이다.

곡절과 진통의 첫 영리병원 사는 길 없나

청문회 절차와 허가취소 우려가 너무 민감한 것이 사실이지만 녹지병원 측이 개원준비에 소홀하여 청문절차를 자초하고 분쟁을 확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당초 녹지병원 측은 보건복지부 승인하에 병원건물을 완공하고 의사, 간호사 등 진료인력 134명을 확보함으로써 병원개설 허가만을 기다린다고 주장했지만 그 사이 의료진도 흩어지고 잔류인력은 6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병원 건축 비용 1,218억원이 제때 지불되지 않아 대우건설 등 시공 3사가 건물을 가압류한 상태라고 하니 허가 조건대로 병원개설 의사가 없었다는 뜻 아닌가. 이런 몇 가지 요인으로 보면 제주도 당국이 청문절차에 돌입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고 해명되지 않겠는가.

모든 분쟁에는 양 당사자 간 불신과 오해가 작용하는 법으로 알고 있다. 제주도 당국의 해명과 녹지병원 측의 주장에도 다소간 시비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측 입장을 다 듣고도 제주 녹지병원이 현 단계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온갖 곡절과 진통을 다 겪었으니 이제 와서 개원허가 취소라는 최악의 결정만은 회피할 수는 없겠는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하나마저 개원도 못한 채 허가 취소한 불명예 기록으로 남지 않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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