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중국통 내세운 파격인사…신한도 일본통을 전면에

▲ 지성규 KEB하나은행 행장 내정자, 진옥동 신한은행 행장 내정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부터)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하나금융이 마지막까지 진통 끝에 함영주 현 행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지성규 신임 내정자가 확정돼 시중은행 행장 인선이 마무리 됐다. 특히 이번 인선으로 각 금융지주는 디지털과 해외진출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세대교체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돼 선봉장으로 나서는 차기 행장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28일 진통 끝에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겸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은 차기 KEB하나은행장 후보로 선임했다.

앞서 KEB하나은행 차기 행장 자리를 두고 함 행장의 3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관련 재판 등 사법적 문제를 들어 연임 반대에 나섰고 노조까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논란이 지속됐다.

하지만 함 행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함 행장은 이전부터 세대교체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져 그간의 논란이 일부 와전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함 행장은 지난 4일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에서 ”사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은행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지난해 초부터는 구체적으로 조직의 세대교체와 차세대 리더에 대해 많은 검토를 해왔다“고 소회를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함 행장은 임추위 당시 면담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세대교체에 힘을 실었다“며 자발적인 결정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해외통 전면에 나서며 글로벌 역량에 집중

이처럼 논란 끝에 지성규 내정자가 확정되면서 하나금융은 올해 글로벌 행보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지 내정자는 은행권 생활 대부분을 홍콩과 중국에서 보낸 금융업계 최고의 중국통으로 알려져졌다.

그는 2001년 하나은행 홍콩지점 근무를 시작으로 2004년 中 심양지점장, 2007년 하나금융(중국)유한공사 설립단 팀장, 2010년 차이나데스크 팀장, 2011년 글로벌전략실 실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은행장 등을 역임하며 중국 시장 진출의 선봉장 역할을 도맡아 왔다. 당시 지 내정자는 2015년 순이익 205억 원 수준이던 중국유한공사를 2017년 373억 원 규모로 키워내기도 했다.

이에 올해부터 KEB하나은행을 이끌어가면서 해외영업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KEB하나은행은 타 금융지주와 달리 꾸준히 중국내 영업에 공을 들여온 만큼 지 내정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와 효율적인 관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 취임 이후 중국 지린, 랴오닝, 헤이룽장성 등에 분행을 설립해 은행권 최초로 동북 3성에 지점을 마련했고 지린성 정부와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도 차기 행장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낙점해 일찌감치 인선을 마무리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주총까지 3개월여를 앞둔 시점에서 세대교체를 위한 파격인사를 단행해 금융권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통해 유력한 차기행장으로 거론되던 위성호 현 행장을 뒤로하고 진 내정자를 선임했다.

당시 조 회장은 “경기가 어렵고 변화가 빨라 세대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KB금융그룹이 앞서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농협금융 등 금융은 물론 대기업도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인사관련 시대 흐름 키워드가 세대교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진 내정자은 20년 가까이 일본에서 근무한 자타공인 일본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한은행의 창립 근거지인 일본 오사카 지점장을 거쳐 일본 법인인 SBJ은행 부사장, 법인장을 역임했다.

더욱이 SBJ은행의 경우 일본 사회에 안착한 몇 안 되는 외국계 은행으로 꼽힐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진 내정자가 이 같은 경험을 살려 올해 신한은행의 해외영업 및 확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신한금융의 기대가 반영된 셈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글로벌 전략통으로 꼽힌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LA지점 지점장을 비롯해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본부장, 글로벌부문 부문장을 거쳐 2017년 행장에 선임됐다.

더욱이 그는 금융지주 출범을 주도하면서 지난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무사히 마쳤고 회장까지 겸임하며 사세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손 회장은 오는 2020년 말까지 해외 부문 당기순이익 비중을 30%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수는 25개국 441개로 국내 은행 중 1등이다.

특히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카드나 증권 등 비은행 분야도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도 몇 건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적극적인 해외진출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앞당겨진 세대교체, 디지털 강화에 총력

이처럼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은행장들의 나이대도 한층 젊어지고 있다. 시중 5대 은행(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중 이제는 손 회장(1959년 생)이 유일한 50년대 생 회장 겸 행장으로 남게 됐다.

우선 허인 KB국민은행장(1961년 생)이 2017년 11월 취임하면 1960년대 생 행장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후 이대훈 NH농협은행장(1960년 생)이 2017년 12월 취임하며 바통을 이어받았고 지난해 말 진 내정자(1961년 생)가, 올해는 지 내정자(1963년 생)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세대교체를 통해 시중은행들은 글로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금융 역시 금융권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추가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지며 디지털 역량 및 영역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이미 카카오뱅크 및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KB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자회사 NH투자증권 출자) 등은 기존의 단순 지분 투자에서 협업을 비롯해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행장 인선을 마무리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며 올해 디지털과 해외영업을 놓고 서로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지성규 내정자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다 보니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중국에서의 경험들은 해외 사업을 위해 다양한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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