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연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순매수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연일 매도세를 보이며 코스피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제약·바이오주로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소형주의 상승을 예견하며 이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771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752억 원, 2380억 원 팔아치우며 반도체주 주가를 끌어내렸다. KB금융 1887억 원, 삼성전기 1174억 원, 현대차 1035억 원 등 주로 시총 상위종목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단물 빠진 반도체주

올해 들어 지난달 초까지 약 4조5000억 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현재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에서 중국 A주의 편입 비중이 늘어나며 국내 대형주의 투자가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북·미 2차 정상회담의 무성과도 이에 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다.

반도체주는 D램(DRAM) 가격 하락으로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몇몇 증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을 하향 조정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 1일 MSCI의 중국 A주 비중을 기존 5%에서 20%로 확대한 영향으로 MSCI EM 내 한국 비중 축소가 불가피했다”면서 “더불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부분도 외국인 수급이 위축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 PC D램과 서버 D램 가격이 각각 31.3%, 26.7% 하락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형주의 수급 악화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제약·바이오주로 몰려 업종 전체에 긍정적인 흐름을 가져왔다.

8일 기준으로 외국인은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685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중에서도 메디톡스 228억 원, 바이로메드 214억 원, 휴젤 131억 원, 코오롱생명과학 115억 원 등 제약·바이오주에 집중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2.15%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시장 제약업종 지수는 3.43% 상승했다.

제약·바이오주의 상승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로 남북경협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빠져나온 자금이 제약·바이오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의 바이오·헬스 중장기 전략 언급과 더불어 이번 달 말 개최되는 국제학회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성과 발표 기대감이 더해졌다는 진단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수급 악화로 대형주 투자에서 이탈한 자금이 제약·바이오로 이동했다”며 “남북경협주 테마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바이오주 투자, 우량 바이오 업체들의 파이프라인 가치 부각 등도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상승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가치 오르는 중소형주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주를 포함한 코스닥의 중소형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병화 연구원은 “2018년 상반기부터 진행된 바이오주 옥석가리기를 통해 건전하게 투자할 만한 대상이 늘어난 상태에서 수급까지 좋아졌다”며 “바이오주들이 견인하는 중소형주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전기차·수소차 등 신산업에 관련된 중소형주들이 향후 국내 주식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중소형주와 코스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코스닥 내에서는 기존 중소형주 중심 전략에서 대형주로, 코스피는 반대로 초대형주의 비중을 줄이고 중소형주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흐름을 예상하면서도 이번 달 말 예정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당분간 증시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연구원은 “연준 완화정책이 3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며 미·중 무역합의로 위안화 절상 장기화 가능성 높아 중장기적으론 여전히 상승 여유가 있다”면서도 “3월엔 단기 이격조정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나타날 수 있어 오는 27일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는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사례로 강한 주가 베팅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도 “보호무역 협상의 진전과 위안화 및 엔화 강세로 원화의 가치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어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면서도 “북·미 협상 결렬, 중국 MSCI 비중 확대 및 빠르게 높아진 밸류에이션 지표 등을 종합할 때 국내 증시는 당분간 주춤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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