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지속해서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건물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습기 참사 이후 피해 가구를 직접 방문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조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역학회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신청, 판정받은 4127가구(5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방문해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를 심층 조사했다.

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가 폐질환을 넘어 여러 신체장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성인피해자의 경우 △비염·비질환(63.5%) △폐질환(천식,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폐렴, 간질성폐렴, 폐섬유화)(53.6%) △결막염·안질환(48.8%) △위염·궤양(42.4%) △피부질환(39.2%) △심혈관계 질환(29.6%) 등은 가습기살균제 노출 전에 비해 노출 이후에 진단이 증가한 것으로 자가보고 됐다.

또 간질 등 신경계질환,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 암 질환, 신장염 등 신장질환, 선천성기형아, 발달장애 등도 악화되거나 새로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 청소년의 경우 노출이후 악화 또는 새로이 발생한 병원 진단 신체질환으로 △비염·비질환(80.8%) △폐질환(76.7%) △결막염· 안과질환(49.3%) △피부염·피부질환(43.8%) △자폐증·주의력결핍 행동장애·발달장애(9.6%)가 상위 5위 다빈도 질환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신경계질환, 신장질환, 심혈관계질환, 간질환, 위염궤양, 선천성기형아 등의 질환이 악화 또는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성인피해자는 일반인구에 비해 자살 생각은 1.5배, 자살 시도 4.5배로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출 이후 새로 발생한 성인피해자의 정신건강 문제는 △우울과 의욕저하(57.5%) △죄책감과 자책(55.1%) △불안과 긴장(54.3%)의 순이었다. 특히 자살 생각이 27.6%, 자살 시도가 11.0%로 일반 인구에 비해 자살 생각은 1.5배, 자살 시도는 4.5배인 것으로 조사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신체건강 피해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 피해도 심각했다.

노출 이후 신규 진단받은 정신질환은 △수면장애(18.9%) △우울증(13.4%) △불안장애(7.9%) 등의 순이었다.

아동청소년 건강 관련 삶의 질 분석 결과 신체건강 영역에서 일반 아동청소년 규준 대비 하위 5퍼센타일(백분위수·100 가운데 아래서 5번째) 미만에 속하는 군이 20.5%이고 5~15퍼센타일 미만인 경계선이 26.0%이었다.

이와 함께 조사한 100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비용은 적게는 125억 8000만 원, 많게는 539억 8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또 피해자들이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년 이상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82.3%가 피해 판정결과 통보까지 걸린 시간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판정 결과 통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히 충분히 이뤄졌다고 답한 비율은 6.8%에 불과했다.

연구책임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정부의 건강피해 인정 질환과 실제 피해자들이 진단받은 질환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새로 정의해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질환 치료 연구 통합센터를 구축해 전문가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와 질 높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기관의 책임 전가 등 무성의한 대응 등 2차 피해를 막을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가습기 피해 실상이 정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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