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분분히 날리는 송화가루를 볼 때면 정신마저 아득해지는 때가 있다. 옛날에 들었던 '혼불'얘기가 떠오른다. 혼불이 떠간다는 것은 동시에 육의 소멸을 이르는 것이기도 하리라."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병종 작가'.(사진=가나아트)

'생명의 노래', '바보 예수' 시리즈를 통해 화단에 이름을 알려온 작가 김병종(66)이 3월 14일부터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송화분분'이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마련한다.

2018년 서울대학교 동양화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수, 전업 작가로서 길을 걷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따뜻한 춘삼월,봄날이 되면 흩날리는 송홧가루를 화폭에 그대로 담아냈다.

김병종에게 송홧가루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시작을 뜻하면서도 끝을 뜻한다.또한 ‘근원’을 의미함과 동시에 세상에 남아있는 ‘넋’을 상징하기도 한다.

김병종, '송화분분 12세의 자화상'. 혼합재료, 180 x 150cm, 2018.(사진=가나아트)

김 작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송홧가루를 새로운 시작을 품은 '씨앗'이라는 근원에, 그리고 명을 다해 바람에 따라 세상을 떠도는 넋에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송화분분' 시리즈는 '생명의 노래'작업의 연장선이다. 그의 초기 연작에서도 등장하는 ‘닥종이와 먹’이라는 전통적인 매체는 '송화분분'연작에서도 사용됐다.

여기에 추가로, 그는 실제 송홧가루를 작업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이러한 김병종의 작업은 오로지 전통만을 강조하는 한국화혹은 서구권에 영향을 그대로 흡수한 여타의 작품들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김병종, '송화분분'. 혼합재료에 먹과 채색, 160.3x119.5cm, 2017.(사진=가나아트)

두터운 마티에르(matière)와 그가 사용한 아크릴 물감은 한국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학, 소나무, 말, 닭, 연꽃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적인 소재들과 전통의 오방색은 그의 작품을 다시 한국화의 맥을 잇게 한다. 매체간의 경계를 지우고,한국의 정서를 작업에 담아 냄으로써, 작업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최근 김병종은 구상의 형상이 있던 기존에 작업을 발전시킨 전면 추상을 새롭게 전개했다.작가는 어린아이와 꽃과 같은 소박한 형상들이 완전히 제거하고 오로지 물성만이 남은 화면을 완성했다.

그러나 색점으로만 구성되는 화면에는실제 ‘송홧가루’가 원형의 이미지로 구현된 것이다. 전통적인 산수를 배경으로 화면 가득히 채워 넣은 '춘산'(2018), '추산'(2018) 작업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업들은 역시 가까이에서 보면 산의 형상이 뚜렷하지만 한 발자국 물러나면 선과 점으로만 남는다. 이렇듯 김병종은 재현적이면서도 비재현적인,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다각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김병종, '추산'. 혼합에 먹과 채색, 259 x 162cm, 2018.(사진=가나아트)

작가는 한국적인 것,전통의 미를 작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개성 있는 작업을 이어왔다. '생명의 노래' 시리즈에서도 해학적인 아름다움은여백을 활용하는 공간 구성, 소재들의 자유로운 배치 그리고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꾸밈없는 외형 등,화면 곳곳에서 나타난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김병종의 회화에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고,우리의 삶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 '송화분분'은 작가가 자신의 삶 가까이에 있는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과 이전의 작업에서 확장된 새로운 시리즈를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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