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디자인'으로 고려와 조선의 공예에 보이는 서로 다른 조형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가 3월 1일부터 신사동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진행된다.

고려의 디자인 전시 모습.(사진=호림박물관)

'금속공예'와 '사각함'은 고려와 조선시대 공예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분야이다. 고려시대 금속공예는 예술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것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분야이다.

테마 전시 '고려의 디자인 Ⅰ 금속공예 빛·소리·향'과 '조선의 디자인 Ⅳ _ 사각함'전은 '조선의 디자인'시리즈와 함께 시대를 달리해 고려시대 공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금속공예를 선보인다.

빛, 소리, 향을 주제로 선정된 금속공예품들은 고려 특유의 세련된 선과 균형 잡힌 비례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철제은입사거울걸이와 거울'.고려 12세기.(사진=호림박물관)

호림박물관은 지난 2010년부터 ‘조선의 디자인’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조선시대 목공예의 아름다움을 선보여 왔다. 앞선 전시에서는 목가구, 소반, 반닫이를 전시주제로 삼았고, 이번 전시에서는 사각함(四角函)을 선보인다.

조선시대에 사각함은 계층과 성별을 떠나 생활 속에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목공예는 조선백자와 함께 절제미의 대표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함은 특별한 기교와 장식을 구사하지 않고 절제된 조형미를 잘 드러낸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명제가 잘 어울리는 분야가 조선시대 사각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동금강령'.고려 14세기.(사진=호림박물관)

고려의 금속공예는 형태는 유려(流麗)한 곡선에 바탕을 두었고 거기에 섬세(纖細)한 장식을 더해 이상적인 조형미를 얻었다.

빛과 관련된 작품에는 거울걸이와 동경(銅鏡), 광명대(光明臺)와 촛대가 있다. 이들 작품들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선, 균형 잡힌 비례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고려의 동경은 문양이 섬세하고 화려해 우리나라의 동경을 대표할 만하다.

소리와 관련된 작품에는 풍탁(風鐸), 종(鐘), 금강령(金剛鈴), 석장두(錫杖頭), 반자(飯子) 등이 있다.

'청자사자장식삼족향로'. 고려 14세기.(사진=호림박물관)

이들 작품은 대부분 불교(佛敎)와 관련된 것들로 정교한 주조기법을 통해 형태와 세부 장식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아울러, 실제 목탑(木塔)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교하게 묘사된 금동소탑도 주목된다.

끝으로 향과 관련된 작품에는 향완(香垸)과 향로(香爐) 등이 있다. 향문화가 발달한 고려시대에는 향완과 향로가 종교 시설은 물론 개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됐다. 향완은 유려(流麗)한 형태와 화려하고 정교한 입사(入絲)문양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고려의 디자인 전시 모습.(사진=호림박물관)

조선시대 목공예는 다른 나라에서는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특별한 기교와 장식을 구사하지 않는 것이 조선시대 목공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적인 면분할(面分割)은 견실한 구조와 단순한 형태미를 드러내는데 주요한 조형요소이다. 인공적인 손길이 절제된 나무 재료에서는 어떤 장식보다도 은은한 멋을 드러난다.

이와 같은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분야가 사각함(四角函)이라고 할 수 있다. 함은 다른 목기(木器)에 비해 구조와 형태가 단순하지만 작게는 도장이나 패물에서 크게는 의복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

'목제사각함'. 조선 19세기.(사진=호림박물관)

사각함의 구조와 장식은 사용하는 계층과 성별에 겉 마감 재료와 금속장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장식은 절제되어 화려함의 추구보다 구조와 질감의 단조로움을 보강하는 역할이었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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