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협상으로 대형가맹점 인상 명분 상실…정부 카드수수료안 후유증만
- 소규모 카드사부터 흔든 현대차 전략에 카드사들 '눈 뜨고 코 베인 격'

▲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하반기 추진된 정부 주도의 카드가맹점수수료 조정 정책이 각종 후유증을 양산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은 당장 수익을 걱정할 정도 악화된 업황에 고심 중인 가운데 인상하려던 대형가맹점 수수료마저 현대차의 맹공에 백기를 들면서 타 대형가맹점들을 설득할 명분을 잃어버렸다. 더욱이 수수료인하로 인해 소비자들의 혜택이 대폭 축소되는 등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와 르노삼성은 최근 신한, 삼성, KB국민 등 주요 카드사에게 수수료인상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달 26일 전후로 카드 수수료율을 종전보다 0.10%포인트 가량 인상한 1.99~2.00% 수준에서 카드사들과 합의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최근 합의를 마친 현대차가 변수로 등장했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해지라는 강공자세를 취하면서 결국 카드사들이 백기를 든 채 0.05% 수준의 인상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렇게 되자 합의를 마친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을 비롯해 KT, LG텔레콤 등 통신 3사와 대형마트, 항공사 역시 현대차 수준으로 인상폭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사들은 이미 협상이 끝난 대형 가맹점까지 인상폭을 낮춰달라고 요구하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미 합의를 마친 상태에서 원칙적으로 재협상에 응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융통성을 발휘야 한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도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번에 여러 곳에 겹치면서 문제가 더 불거진 경향도 있다. 하지만 적격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카드사들 역시 가맹점들의 요구에 난처할 뿐”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그간 시장에 직접 개입하진 않겠다며 자율협약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로 촉발된 카드 수수료 인상 반발 흐름이 확산되자 2차 경고를 날리며 대형가맹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대형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산정’관련 브리핑을 열고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적격 비용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기만 해도 형사 고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메시지는 지난 2월 19월 이후 두 번째다.

이에 따르면 부당한 카드수수료를 요구하기만 해도 형사 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법 등 관련법에 따라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협상 진행 상황을 보면서 실태조사 관련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현대차의 카드수수료 협상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신전문금융업은 대형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 원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법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우세하다. 이미 자율 협약에 의한 계약인 만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맹점에 대해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업계도 이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경고에 나섰지만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실제 제재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내놨다.

더욱이 카드사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현대차가 협상한 방식이 이어질 경우 대형가맹점의 인상폭도 줄줄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는 업계 규모가 작은 카드사 순서대로 협상을 진행했다. 규모가 작아 협상력이 낮은 카드사들부터 가맹점 인하안을 즉각 받아들이면서 대형카드사들마저 자신들의 인상안을 고수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백기투항하게 됐다.

이에 다른 자동차회사와 유통업계도 비슷한 협상과정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애초에 인상을 추진했던 카드사와 금융당국의 수수료정책은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현대차 전략에 무너졌다고 표현하기는 무리수다. 작은 카드사부터 협상을 할지 아니면 대형사부터 협상할지는 상대 측 전략일 뿐“이라며 이번 현대차의 이번 전략은 협상력을 높이는 유효한 전략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카드수수료 조정 정책은 결국 대형가맹점 이상 불복 등 후유증을 양산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카드마케팅비용 축소 등 이용자의 혜택이 축소되고 있고 수수료부담을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금감원 측은 “이번 수수료율 개편은 영세가맹점 등 수수료율 혜택을 받는 대상에 대해서만 당국이 개입하고 나머지는 가맹점들에 대해선 원칙적으로는 시장 판단에 맡긴다는 게 큰 방향”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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