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코드 강한 삽화, 주요 작품 빠졌는데도 고가 입장료 책정은 “글쎄”◆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생존 작가 사상 최고 경매 낙찰가 1019억에 그림이 팔리며 세간의 화제를 모은 영국 출신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82)의 작품들이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설치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그랜드 캐니언'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이 블록버스터 전시를 지양하겠다고 발표한지 만 7년여 만에 외부 전시 기획사에 의해 3월 21일부터 8월 4일까진 진행되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통해서다.

이 전시에는 영국 테이트미술관, 영국문화원, 영국 왕립예술아카데미, 영국 솔츠밀, 영국 리버풀대학교 빅토리아 미술관,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 호주 국립미술관,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대여한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133점의 작품이 걸린다. 블록버스터 급 순회전시로 마련된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가 종료되면 중국 베이징 함브르크 전시를 위해 이동한다.

호크니의 작품 세계는 동성애, 인물, 풍경 등을 주제로 수채화에서 시작해 유화로 옮겨오면서 다양한 표현 양식을 실험적이고 과감하게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사진=왕진오 기자)

그는 영국 요크셔 지역에 머물머 자동차를 타고 시골길을 지나면서 포착한 장면을 현장에서 빠른 시간안에 그려내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마치 로드무비와 같은 풍경을 자동차 안에서 포착한 후 몇 시간안에 풍경을 완성하게 됐다"며 "계절이 변화는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같은 지역을 1년이란 시간동안 방문한 적도 있다. 지극히 평범하 것이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 걸린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더 큰 첨벙', '클라크 부부와 퍼시',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 그림'등 몇몇 페인팅 작품 외에 드로잉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의 동성애적 관점이 강하게 드러나는 '카파피의 시 14편을 위한 삽화'도 함께 공개되어 눈길을 모은다.

'21일 공개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사진=왕진오 기자)

이 작품은 성적인 표현이 과하지 않고 점잖게 에로틱하지만 역으로 작품이 나타내는 내용들 즉, 육체적 욕망, 젊은 남성들 사이의 친밀감에 관한 정상성을 매우 분명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하지만 관람객이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서는 19금에 버금가도록 남성 2인의 성기까지 노출되고, 동침을 하는 모습까지 그려져 있어 호불호가 갈릴 전망이다.

전시를 준비한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주디스 네스빗 국제 및 국내 프로그램 디렉터는 "그의 작품을 런던 학파나 특정 사조로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영국인의 정체성과 해외 거주 그리고 작업 방법에 영향을 준 시기별로 집중해 소장을 했다"며 "호크니의 영국 왕립학교 졸업 후 작품부터 최근 작업까지 망라해 소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점', '추상', '호크니가 본 세상' 등 일곱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안타깝게도 호크니의 대표작품들을 보기가 어렵다.

테이트미술관 측은 "어떤 컬렉션도 완벽할 수 없다. 포토 콜라주 작업이 빠져서 그의 컬렉션에 갭이 생긴 것을 알고 있다. 개인 소장가들이 많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이라 광범위하게 피카소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대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가 미술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오랜 만에 외부 기획사와 함께 꾸린 블록버스터 전시라는 점이다.

그 동안 한국에서 진행된 해외 주요 미술관의 대형 전시는 10억에서 20억 상당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공개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데이비드 호크니 전의 경우도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전시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 2017년 영국 테이트미술관 순회전을 참고해서 제안한 전시다"라며 정확한 금액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래서일까 데이비드 호크니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근래 개최된 여느 전시에 비해 높은 입장료인 1만 5,000원(성인)으로 책정이 됐다.

작품 가격에 비해서는 저렴하다는 평도 있지만, 시립미술관이라는 공공의 미술관에서 수익을 담보로한 관람료 책정은 일반 시민들에게 미술의 대중화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상반되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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