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수십억 개 이상의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 직면한 동시대 미술에서 매체의 의미를 탐색하는 전시 '미디어 어트리뷰트(Media Attribute)'가 3월 18일부터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에서 진행된다.

이태수, 'H-beam composition'. mixed media, 가변크기, 2019.(사진=스페이스K)

이번 전시는 오늘날 모는 것이 이미지로 소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인스턴트 이미지들과 구별되는 동시대 미술의 전략으로 '매체'에 대해 주목한 전시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샬 맥클루언(Marshall McLuhan)의 50년 전 단언이 한층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래의 미술 매체는 한갓 ‘역사적’인 미디어로 치부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는 매체를 중심으로 형식주의적 관점에서 참여 작가들을 조망한다.

이태수 작가는 건축 골조로 사용되는 육중한 H빔이나 거대한 바위를 깨지기 쉬운 유리잔 위에 얹은 위태로운 모습의 구조물을 선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형상을 드러내지만, 실상은 가벼운 소재를 사용한 수 채색을 통한 일종의 눈속임이다.

작가는 시각예술의 흐름 속에서 조각이 무수한 실험을 통해 그 외연을 넓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삼차원의 조형 어법이 고전적인 방식의 즉물적 물성에 여전히 의지하고 있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육중해 보이는 바위를 천장에 매달았지만 이것은 거대해 보이지만 가볍기 이를 데 없는 작품을 통해 조각을 조각답게 하는 양감이나 공간, 구조 등 매체의 물리적 요건은 그저 사물의 표면에 한정될 뿐임을 드러낸다.

즉 물성을 치환해 작가가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구조물을 우리가 가진 틀에 박힌 시지각 방식을 뒤엎는 경험을 제공한다.

김찬송, 'Weight of the fog'. oil on canvas, 116.8 x 80.3cm, 2019.

김찬송의 작품에서 평범한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누드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 화면 밖으로 밀려난 얼굴은 우리의 눈길을 더더욱 신체 자체에 머무르게 한다.

물감을 두텁게 발라 직관적인 빠른 붓질로 동세와 명암 정도만 묘사한 신체는 불특정한 누군가의 몸과 다를 바 없는 타자로 등장한다.

그의 이 같은 과감한 작법은 익숙한 대상에서 느껴지는 두려운 감정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기도 한다.

장유정은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연작 '네추럴 네이처(Natural Nature)'는 자연물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점토 덩어리나 줄무늬 리본 따위를 걸쳐 둔 옷걸이처럼 사진 이미지에서 유사하게 연상되는 사물을 가공하여 나란히 설치한다.

장유정, 'Natural Nature' 설치 모습.(사진=스페이스K)

작가는 과거에는 실재의 그림자로 여겨졌던 이미지가 오늘날에는 실재를 지배하는 역전된 구조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사진은 독립된 매체가 아닌 서로 분리되어 있던 다른 매체와 상호작용시킴으로써 스크롤 위로 너무 쉽게 소비되는 이미지와 차이를 가지는 미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번 전시는 이들 예술가들이 ‘매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는지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미술에서 ‘매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는 5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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