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내 그림은 꽃 그림이 대세죠. 봄에 꽃을 보면 아름답죠. 근데 봄이 되면 늘 걱정이 앞서는 것은 며칠 지나면 떨어지는데, 그 순간을 놓치는 것이 너무 아까운 것 같네요."

'25일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오용길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동네방네 개나리에 산수유가 활짝 피는 계절이면 떠오르는 작가가 바로 한국화가 오용길(73)이다.

그의 작품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담겨있지만, 역시 압권은 봄에 피어나는 꽃들로 가득한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인왕산을 그린 그림은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장에 걸린 '서울-인왕산'이기에 더욱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오용길, '봄의 기운-인왕산'. 53 x 65cm,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사진=청작화랑)

이 그림은 지난 2005년 선화랑에서 진행된 14회 개인전 당시 소개된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무려 14년 만에 세상에 그것도 TV화면을 통해서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오용길 작가는 "개인전 당시에 미술관이 소장하게 되어 나도 보기 힘든 작품이었는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에 등장해 놀랐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복숭아'가 그려진 200호 크기의 대형 작품도 이휘호 여사가 좋아해서 걸리곤 했다"고 귀띔했다.

오용길 작가의 작업은 수묵의 특성을 살리면서 붓의 놀림으로 서양의 풍경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수묵풍경'이다.

오용길, '봄의 기운-산동'. 58 × 73cm, 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사진=왕진오 기자)

오 작가는 "실경산수를 오늘에 재현해 봤다. 서양화의 사생을 기본으로 직접 본 대상을 마음에 담은 후 붓으로 그려낸 산수화라 할 수 있다"며 "자세히 보면 사소한 거짓말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경은 전체적으로 조금 어색하게 때문에 조화를 이루기 위해 외부적 오브제를 병치해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에는 일상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으로부터 감흥이라는 모티브를 끌어낸 진경산수와 같은 사실적인 모습들이 담겨있다.

인왕산, 산동, 안동, 만휴정, 예술공원 등 우리가 매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화폭에 옮겨지지만 화려한 붓질에 의해 너무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오용길, '봄의 기운-사인암'. 58 × 73cm, 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사진=왕진오 기자)

오 작가는 "나는 근사하면 다 그리고 싶어. 그 순간을 담는 것이 아니지. 복작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상으로 보면 그려야지 하고 붓이 자연스럽게 화폭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주변 환경이 어울리는 풍경,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을 주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말로 규정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맑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서정적인 자연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은 봄의 향기와 더불어 우리네 마음을 푸근히 감싸 안아주며 정겨움을 더한다.

오용길, '봄의 기운'. 58 × 73cm, 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사진=왕진오 기자)

서양화와 설치 등이 대세를 이루는 화단에서 한국화의 전통 화법을 바탕으로 자연과 우리의 모습을 현대적인 시각과 감성으로 표현하는 오용길 작가의 개인전은 청작화랑(대표 손성례)과의 32년 인연에서 온 의리다. 전시는 3월 26일부터 4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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