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효율성 증대 수반…구조조정·인력조정·기술융합 등 시너지 기대

▲ 유럽연합위원회(EU) 및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소비자 후생을 잣대로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유럽연합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갈 길이 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절차가 겨우 실사에 들어가며 첫발을 떼고 있다. 노조의 강경한 반대는 차치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와 경쟁국들의 승인도 태산인데 해외의 비판적 시각은 날카롭다.

지난 2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함께 TF를 꾸려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위한 회의를 진행했으나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 및 저지 등이 예상돼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실사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본계약 체결 후 4주 만의 일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문서상 실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담긴 문서를 노출할 수 없기에 외부의 회계법인 또는 법무법인 등으로만 구성된 자문사들을 통해 8주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실사가 2개월 정도 진행될 것이라고 예정한 바 있어 6월 초는 되어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수 있겠으나 이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조건부 승인 가능성 커

우선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승인여부에 따라 관련 시장 재편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결정이 장기화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쟁제한’ 여부인데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성이 크다면 불허가 나오겠으나 시정조치만으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면 구조적 또는 행태적 시정조치와 함께 허용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며 “일부 시정 명령을 통해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면 조건부 승인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허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카르텔이나 담합과는 달리 기업결합은 일반적으로 효율성 증대효과가 반드시 발생한다고 보고 양자 간 경쟁구도에서의 효율과 결합의 효율성 증대 효과를 비교해 승인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아주 드물게 시정 조치로도 경쟁제한 해결이 힘들면 예외적 불허도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조건부 승인이란, 예를 들어 기업결합 절차에 위반되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을 때 구조적 시정조치인 자산(공장) 매각 명령을 내리거나, 몇 년간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 상승 금지 등의 특정 행위 조치를 취하는 행태적 조치 조건하의 승인을 의미한다.

또 카르텔이나 담합은 효율성 증대 없이 경쟁제한 효과만 있는 반면 기업결합은 구조조정, 인력조정 또는 기술의 융합을 통한 (이익)가치 창출의 효과가 반드시 수반 되므로 기업결합 심사는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 시정 조치와 함께 조건부 승인을 내리게 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 조건부 승인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으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아직 심사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본계약의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며 판단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유럽 경쟁당국이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내비쳤다는 언론보도는 ‘왜곡 전달’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기업결합 의도 및 심사 ‘기준’ 달라

공정위 등의 국내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등 최소한 23개 이상의 경쟁국 심사라는 태산이 버티고 있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의 기업결합에 대한 의지와 해외 경쟁국들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기준 사항이 달라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

최근 독일 연방카르텔청장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은 “단순 구조조정을 위한 생존 목적의 인수합병이 아닌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일각에서는 “조선업의 공급 과잉 문제를 민영화로 풀려는 산업은행의 논리와 반대의 시각”이라고 풀어내기도 했다.

EU 등이 언급한 ‘소비자후생’이란 기업결합 심사의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로, 소비자의 만족도 즉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건조나 수리 등을 의뢰한 소비자의 만족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산업은행 등 국내에서의 조선업계 2빅 구조 형성 시나리오는 공급과잉에 따른 과도한 수주경쟁 해소 의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향후 심사에 난항이 따를 전망이다.

또 다른 나라들의 경우 나름대로의 법령과 규정들이 있어서, 우리나라 심사 기준과 비슷한 것도 있고 국가별 특유의 법령이나 심사 기준이 존재하기도 하며, 자국기업들의 안정적 경영환경 보장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관련 법규도 존재할 수 있어 기업결합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꼼꼼히 들여다 봐야한다는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외 업계 ‘비판적’ 시각

지난 1일 글로벌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과거 조선시장을 지배하던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을 따라잡는데 20년도 걸리지 않았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999년 금융위기 가운데서도 한라삼호조선소(현대삼호중공업)를 인수했고, 이어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업체 중 하나인 베트남 현대비나신조선소를 건설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진행 중인 두 기업의 합병은 한국을 위해서는 옮은 것일지라도 해외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일이라며, 일본 조선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가장 큰 두 조선소를 거대한 하나로 통합하는 우려되는 일로, 두 회사는 거의 동일한 유형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어 (합병 후)한 회사로 너무 많은 물량이 몰리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세계 조선업계는 이미 과잉설비로 포화상태인데 두 기업의 합병은 (조선업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글로벌 조선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 근거로 합병된 거대 기업집단은 세계 조선 생산능력의 20%를 소유하게 되며, 특히 LNG선 분야는 전세계 주문량의 60% 라는 절대적인 물량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시너지 효과나 조선업 발전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언급한 ‘경쟁완화 및 가격 회복’ 노력은 국제무역기구나 유럽위원회가 제시하는 경쟁 규칙에 위배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과정에서 나타날 이견들과 양사 노조의 반발, 이해 관계국들의 기업결합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노이즈가 불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에서의 심사는 산업은행 등 정부의 의지가 있으니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심사를 조건부 승인이라도 통과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해외에서 보는 시각에서 한국이라는 한 나라에서, 그것도 합병된 한 기업에서 세계 수주량의 막대한 부분을 가져가게 된다면 그걸 눈뜨고 용인할 리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위해 심의 또는 심사를 받아야할 국가는 아직 정확한 윤곽이 드러난 바 없고 특히 해당 국가에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법규가 있어야 심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대상이 될 수 있는 국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8주간의 실사에 이어 물적 분할과 향후 공정위 심사 및 경쟁국 심사까지 ‘갈 길’이 멀다.

▲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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