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산맥주 역차별 문제로 인해 공론화 됐던 주세법 개정 논의가 이달 본격화 된다. 정부는 주세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종가세는 술의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방식이며 종량세는 '술의 용량' 또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5일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주세 과세 체계를 현행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 기준인 종량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이달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기재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현재 맥주, 증류주, 기타주류 등으로 그룹을 나눠 폭넓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맥주와 소주 가격을 종량세 개편 후에도 변동없이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주종별 이해관계는 복잡해 해결점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서민술' 소주 가격과 수입맥주 4캔=1만 원을 건드리지 않고 주세 역차별을 해소할 개편안을 찾기 어려워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맥주 시장의 경우 현재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으로 구성되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로만 돼 있어 세금이 다르다.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빠지다 보니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국산 맥주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입맥주의 70~80%를 차지하는 미국산과 유럽연합(EU)산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0원’이다.

실제 2012~2014년 평균 주세(500ML 1캔)는 국산맥주가 395원으로, 수입맥주(212~381원) 보다 최대 183원이나 낮다. 당연히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도 국산맥주가 수입맥주 보다 높아 원가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내 맥주업계과 수제맥주업계는 주세법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맥주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불평등한 경쟁 속에서 국산 맥주 시장은 힘들게 성장해 왔다"며 "조건이 개선되는 것은 환영할 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임성빈 회장은 “종량세 전환 시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수제맥주도 1000원 정도 낮아져 '수제맥주 4캔 1만 원' 프로모션이 가능해진다”며 “소비자는 질 좋은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고, 국내 맥주 산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올해는 꼭 종량세가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실제 개정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 주종을 한 번에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다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소주업계는 종량세로 바뀌면 도수가 높은 소주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 20도 소주 기준으로 약 10%의 세금이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주세법 개편 이후에도 가격 변동이 없게 하겠다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며 "종량세 적용대상에 포함될 경우 종가세에 비해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로 인해 자연스레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주종과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주 업계는 주세법에 명시된 전통주에 대한 개념을 먼저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일제시대에 정리된 주세법이 대부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 청주는 한국 고유의 정통술이지만 주세법상 한국의 청주는 '약주'로 일본식 청수는 '청주'로 분류되는 등 현재와 맞지 않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세법상 주류는 탁주·양주·청주·맥주·과실주 등을 포함하는 발효주류와 소주·위스키·브랜디·일반 증류주·리큐르 등을 포함하는 증류주류, 그리고 기타주류 등으로 구분된다.

막걸리는 이중 탁주에 속해 있지만 최근 막걸리의 경우 기타주류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막걸리에 향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 주세법에서는 막걸리에 향이나 재료 등을 첨가하면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주종이 달라진다.

또한 탁주·약주·청주와 전통주 등은 주세법에 따라 '특정주류도매업'을 통해 판매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기타주류의 경우 특정주류도매업이 아닌 '종합주류도매업'을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다.

이에 전통주업체들은 기타주류로 분류된 새로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려면 주로 거래하고 있는 특정주류도매상이 아닌 종합주류도매상과 새로 거래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세율 역시 탁주로 분류되면 주세율이 5%이지만 기타주류의 경우 주세율을 30%로 적용받도록 돼있어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순간 세율이 높아져 시중 판매가격도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 주세법으로 정의하면 국내에서 포도를 생산해 만든 와인도 전통주에 들어가게 된다"며 "현재 전통주업계는 세율보다는 개념 정리가 먼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정철 교수는 "국내 주세법의 경우 선진국처럼 종량세로 가는 것이 맞지만 현재 국내 산업실정 상 모든 주종이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그동안 공론화와 합의가 많이 진행됐고 가장 시급한 맥주만 먼저 처리를 하고 나머지 주종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한 다음에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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