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달 말부터 은행주가 상승 기미를 보이더니 이번 주 나흘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반등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한국 경기 침체 우려가 은행주를 하락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금융지주 회장 및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 정책도 펼치고 있어 경기 회복 신호가 포착되면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전일 대비 0.33%(150원) 오른 4만56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BNK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0.28%, 0.25% 상승을 보였다.

반면 KB금융과 기업은행은 각각 0.22%, 0.34% 하락했으며 우리금융지주·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도 각각 0.35%, 1.40% 떨어졌다. 이들은 이날 주 초부터 이어진 상승세로 인한 차익 매물로 강보합과 약보합을 오르내리며 소폭 조정을 받았으나 이번 주 상승률에 비해 하락 폭은 적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신한지주와 KB금융은 이번 주에만 각각 8.57%, 8.24% 올랐다. 이 외에도 같은 기간 동안 하나금융지주 8.52%, BNK금융지주 6.89%, 우리금융지주 4.73%, 기업은행 3.91%, DGB금융지주 3.79%, JB금융지주 3.59% 등 모두 상승했다.

이번 주 코스피 지수는 2140.67에서 2209.61로 3.22%(68.94포인트) 상승했다. KRX 은행업종 지수와 코스피 은행업종 지수도 각각 6.93%, 3.88% 오름세를 보이며 긍정적인 흐름을 함께 가져가고 있다.

지난 1월 코스피가 8.03% 상승했으나 오히려 코스피 은행업종 지수는 경기 둔화 우려에 같은 기간 2.28% 하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는 반대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 주가 부양 노력

올해 은행주는 1월뿐만 아니라 1분기 전체가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까지 하락해 외국인의 매도세가 두드러지며 일각에서는 은행업종의 반등이 힘들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기 지표 호전 소식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도 힘을 보탰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통화 정책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발언하며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기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등 주요 경영진들도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6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지주 주식 1000주를 매입했으며 12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3062주, 22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4000주, 26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5000주의 자사주를 각각 매입하며 책임경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일에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및 경영진이 자사주 4만3656주를 매수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주가 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낮은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KB금융 주가는 전년 대비 약 35% 하락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거시 경제의 어려움, 금융 관련 규제 및 KB 내부에도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며 “기초 체력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중 훈풍, 저평가 매력 부각

증권업계에서는 지지부진한 은행주 주가의 원인을 경기 침체 우려라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 신호가 포착된다면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고 실적 안정성도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익 둔화와 규제로 인해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할인율 확대 원인은 은행 자체의 펀더멘털 및 이익 창출력보다 한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은행업종 지수와 국채 10년물 금리, 은행업종 지수와 장·단기 금리 차 사이의 연동성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 주요 은행주의 PER은 주요국 중 가장 낮은 5배 수준으로 본질 가치 대비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했다”며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포착될 때 은행주의 반등 여지는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은행주의 호실적 시현에도 주가가 큰 폭의 조정 양상을 보이는 것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최근 글로벌 금리 하락 전환과 함께 국내 시중 금리도 하락하면서 금리 모멘텀 또한 급격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이익 훼손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 데다 은행주는 이러한 센티멘트 악화의 정점을 선반영하고 있어 주가는 바닥을 다지는 상태로 판단되며, 시장 우려와는 달리 전반적으로 1분기 실적이 선방할 것으로 예상돼 단기간 지분율이 크게 축소됐던 외국인 수급 여건도 점차 개선될 여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업종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며 가장 핍박받던 업종”이라며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면 채권·외환시장의 변화로 저평가 매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창·이남석 KB증권 연구원도 “은행업종은 양호한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 발표,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며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이었던 시장금리 하락이 둔화되면서 낮은 밸류에이션과 높은 배당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두 연구원은 “시장금리 상승이 추세적인 가능성이 높지 않고 이자 이익 둔화와 비우호적인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추가적인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