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케이뱅크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차례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출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과거 정권부터 혁신을 이유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시동을 걸었지만 막상 진출해보니 각종 규제 등에 묵인 채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T와 카카오의 ‘한도초과보유 승인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지난달 13일에 대주주적격성심사 신청서를 제출했고 카카오는 지난 4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가 이번 심사를 통과할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허용하는 34%까지 늘릴 수 있게 돼 사실상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양사는 1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KT와 카카오가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이들이 대주주로서의 자격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이나 금융관련법령,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경력이 있어선 안된다. 또 부실 금융기관의 최대주주여선 안 된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경미한’ 사안이라고 판단할 경우 대주주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KT는 2016년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으로 7000만 원의 벌금을 받을 바 있다. 자회사인 KT뮤직도 음원가격 담합 협의로 같은 해 1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또 황창규 KT회장이 치근 불법 정치자금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인 카카오M이 과거 로엔엔터테인먼트였던 당시 온라인 음원가격 담합 혐의로 같은 해 1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또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지점되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를 누락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카카오M에 대해서는 카카오에 합병되기 전이기 때문에 카카오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심사 통과해도 매년 갱신 ‘부담’

이에 일각에서는 KT와 카카오가 대주주 심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KT의 케이뱅크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금융당국이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금융위가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 4일 “현재 KT의 케이뱅크에 대한 한도초과보유승인 신청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지난 6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정부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의 양 측면이 모두 고려돼 제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감안해 대주주 승인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과정이 ICT기업을 통한 금융권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기회초자 막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 업계관계자는 “KT와 카카오가 이번 고비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1년마다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대주주의 위상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면서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자본금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대주주가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 될 수 있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그는 “ICT회사들이 주로 입찰을 통해 영업을 하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이미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받고 있는데 대주주의 은행업 외의 부분까지 들춰본다면 사실상 ICT 기업이 대주주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ICT기업의 특성이 감안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면서도 “디만 금융당국 및 공정위도 ‘경미한 사안’으로 치부하기에는 특혜 의혹 등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다만 규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여러 핀테크 사업을 성장시켜나가는 과정에서 결과를 보고 해도 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런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주주적격성 관련해서는 주주문제여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당장 증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면서 “지금은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결과가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케뱅 증자 연기…시간보다 결과 주목

한편 케이뱅크와 주요 주주회사들은 오는 25일 주금 납입일을 마감하기로 한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건에 대해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측에 따르면 주주들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을 감안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취지에서 유상증자를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케이뱅크 이사회는 지난 1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에 따라 ICT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판단해 보통주 1억1838만7602주,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한 바 있다. 주금납입일은 오는 25일로 예정했으나 사정에 따라 오는 6월 28일까지 연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관계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상증가 연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1월 유상증자를 의결할 당시에도 KT가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를 전제로 했던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중요하다. 시기에 대해 유동적으로 진행하는 건 이미 여러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유증에 차질을 빚는 것처럼 ICT기업의 대주주 심사에서 원칙만 고수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성이 실종될 수 있다”면서 “대주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기존의 금융사의 자회사로 전락할 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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