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보농도 및 음량 성능 미흡 제품 및 시험결과. (사진=한국소비자원)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발생한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의 영향으로 숙박시설에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경보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으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부 제품은 경보 성능이 떨어져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경보기 14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성능 시험 결과, 일부 제품의 성능이 미흡한 것은 물론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곡소비자원에 따르면 일산화탄소경보기는 '가스누설경보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따라 `불완전연소가스용 경보기'로 분류되며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pm(1차 경보 농도)에서 5분 이내, 550ppm(2차 경보 농도)에서는 1분 이내에 경보를 울려야 한다. 또한 오경보를 방지하기 위해 50ppm(부작동 농도)에서 5분 이내에는 작동하지 않아야 하며, 경보 음량은 70dB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교류 전원형 일산화탄소경보기(전기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경보기)에만 적용될 뿐 시중 유통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산화탄소 경보농도 및 음량 시험 결과, 조사대상 14개 중 5개(35.7%) 제품이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조사대상 14개 중 4개(28.6%) 제품은 1차(250ppm)·2차(550ppm) 경보농도 등에서 미작동 또는 오작동 했고, 3개(21.4%) 제품은 경보음량이 52dB~67dB 수준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일산화탄소 경보농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OHb)은 적혈구내 헤모글로빈과 일산화탄소가 결합된 화합물을 말하며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보다 약 250배 높아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을 저해해 저산소증(일산화탄소 중독)을 유발한다.

이에 유럽연합과 미국은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최저 경보농도 기준을 각각 50ppm, 70ppm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50ppm으로 저농도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유럽연합 일산화탄소경보기 성능기준에 따라 시험한 결과, 조사대상 14개 중 13개(92.9%) 제품이 50ppm 또는 100ppm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규정된 작동시간 이내에 경보를 울리지 않아 국내 경보농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산화탄소경보기는 소비자가 구매해 직접 설치하는 제품으로 바닥·창문·환풍기 부근 등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경우 경보가 울리지 않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조사대상 14개 중 설치위치 등을 안내하고 있는 제품은 3개(21.4%), 제품사용설명서 등을 제공하고 있는 제품은 7개(50.0%)에 불과해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정보 제공이 미흡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소비자에게 적절한 설치·사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주택구조에 맞는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국소비자원은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금번 조사를 통해 국내 성능 기준에 미흡한 제품의 사업자에게 자발적 시정을 권고했으며 해당 사업자는 이를 수용해 판매를 중지하고 교환·환불·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방청에는 △건전지형 일산화탄소경보기의 형식승인 등 기준 마련 △일산화탄소경보기의 경보농도 기준 강화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설치기준 마련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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