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라는 대외 명분만으로는 판매 부진에 대한 설명 부족'

'참여 화랑 판매 촉진 보다는 특별전 행사에 치중하는 한국 아트페어 현실도 극복 필요'

[부산=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봄이 왔다는 소식과 함께 미술품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했던 부산 지역 아트페어인 제8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이하 2019 BAMA)가 얼어붙은 한국 미술품 거래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 BAMA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4월의 끝자락인 26일 막을 올린 '2019 BAMA'는 부산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상반기 첫 번째 대형 아트페어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141개 화랑들이 참여했다.

특히, 지역성을 잘 담아내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미술전시를 지양하며, 작품 판매뿐만 아니라 관람객과의 소통에 집중해 국내외 컬렉터 초청에 힘을 주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사전 발표였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2019 BAMA는 여느 아트페어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과 아트토크, 도슨트 프로그램 등 작품 판매에 도움이 될 프로모션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단지, 아트페어 시장에 처음으로 고미술품 섹션을 마련해 애호가들의 발길을 끈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었다.

여기에 부산 지역 컬렉터들의 지갑이 닫힌 것을 뚜렷하게 목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해보다 참여 화랑의 수가 늘었지만, 판매가 호조라는 화랑들의 소식을 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서울에서 참여한 복수의 화랑대표들은 "지난해 보다 판을 키웠다고 해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판매는 커녕 컬렉터처럼 생긴 인사를 찾아 볼 수 없었다"며 "앞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참가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된다. 또한 부산 시장이 거의 죽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9 BAMA 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판매 촉진보다는 예산 따기 위한 특별전 구성 고민할 시점'

국내 아트페어 시장에 가면 가장 먼저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 특별전', '명사 초청 아트토크', '해외 아트페어 사례'등 이름만 틀릴 뿐 내용은 판박이 모양이다.

여기에 주최 측이 판매 촉진을 위해서 진행한다는 프로그램은 수억 원을 들여 지갑을 열 수 있을 것 같은 컬렉터 초청이 그나마 유일한 아이템으로 대두됐다.

이들이 특별전이라는 부대전시 행사에 힘을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닌 예술경영지원센터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 때문이다.

판매 행사인 아트페어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 공익적인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에 예산을 지원하는 현행 제도도 한 몫 한 것이다.

'2019 BAMA 특별전 'AGE2030'에 출품된 이준 작가의 'Bystander'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무수히 많은 아트페어에 등장하는 특별전은 참여 화랑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템이다. 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다와 우리 그림은 안보고 명품으로 구성된 전시만 보고 사라져 판매에는 별로 이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컨벤션이라는 단일 공간에서 획일적으로 구성된 부스에 다양한 작품을 걸고 3~4일 동안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비즈니스다.

특히 가치를 알아보는 고객들을 화랑들이 위치한 주 무대가 아닌 지방으로 내려와서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울 정도라는 것도 참가자들의 한 목소리다.

아트페어 홍수 속에 콘셉을 가진 행사를 치르려는 주최 측은 한때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고, 돈 많은 고객들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했다.

미술품만 가지고 행사를 꾸리면 콘텐츠가 약하다는 평에 따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고, 구태의연한 판매 방식만 고집하는 미술 시장의 행태에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를 펼쳤다.

'2019 BAMA 아트토크 진행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국내 화랑들이 소비 여건을 만들지 못해 컬렉터들이 해외를 바라보는 순간 한국 미술시장은 더욱더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초 막을 내린 아트바젤 홍콩의 경우 행사 5일 동안 잠정 매출 2조원과 관람객 8만 8천여 명이 다녀가며 아시아 최고의 아트페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주최 측은 참여 화랑의 숫자에 열을 올린다. 작품 판매보다는 참가비를 통한 매출 증대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관람객의 경우도 주먹구구식으로 계측하며 실제 현장에서 지켜본 것과는 현저히 다른 숫자를 발표한다.

미술품이 일반 공산품에 비해 새 주인을 찾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화랑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에게는 숙명적인 일이다.

'2019 BAMA 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아트페어라는 특수공간에서 소비자를 우연히 만나 수백에서 수천만을 넘는 비용을 지불하며 그림을 구입하는 행운을 겪는 것은 로또 당첨과도 유사한 기분을 자아낼 것이다.

좋은 작품과 색다른 구성 그리고 구매자를 위한 실질적인 혜택의 확대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19년 상반기 침체된 미술시장에서 살아남을 화랑들이 얼마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국내 아트페어는 5월 31일 개막하는 아트부산, 6월 12일 개막하는 조형아트서울이 대규모 행사를 통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를 한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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