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본점,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사옥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롯데카드 인수를 두고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는 가운데 한화그룹의 포기로 하나금융에게 시선이 집중되던 사이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 카드를 꺼내들어 반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전력을 바탕으로 카드사 인수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어 우리은행 카드를 활용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MBK 측에 인수자금을 금융지원하고 일정 지분을 나누는 방식으로 롯데카드 공동인수에 나섰다. MBK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 60&와 20%를 각각 인수하고 나머지 20%는 롯데 측에서 확보하게 된다.

이럴 경우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롯데카드 인수 자금 중 20%에 해당하는 3000억 원 상당을 우리은행이 MBK에 대출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예상된다. 또는 MBK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금액의 전액을 우리은행이 주선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인수금융 대표 주선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롯데카드 인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수를 할 생각이면 지분 20%는 애매하다”면서 “지금은 MBK가 인수 시 필요한 자금을 주선해주는 역할에 집중할 생각이다. 인수 대금 대출에 따른 수수료와 이자 이익을 위한 지분 투자”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20%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우선매수청구권 같은 옵션조항이 전혀 없다”면서 “특히 이번 지분 참여는 M&A담당부서가 아닌 IB부서의 진행한 수익 사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관계자는 “이미 우리은행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할 때도 주선사로 참여했었다”며 확대 해석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우리은행 등장에 판세 흔들…다시 안갯속

하지만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의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당초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하면서 하나금융이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됐다. 또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유력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등장으로 사모펀드인 MBK가 시장에서 제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도리어 힘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우리은행 참여로 재무적투자자(FI)인 MBK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 일정부분 해소됐다. 앞서 롯데지주 측은 금융사 매각을 진행하면서 차후 매각을 위해 사들이는 사모펀드 같은 FI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 또는 금융지주가 인수해 인정적인 사업과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숏리스트 중 유리한 하나금융이 롯데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인수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MBK가 우리은행을 끌어들이면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는 재무적 안정성뿐만 아니라 차후 사업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향후 인수 이후 진행되는 대주주적격성심사에서 MBK도 하나금융 만큼의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은행이 참여하면서 사모펀드에 국한된 저평가가 은행의 참여로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또 우리은행은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카드사 운영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MBK가 우리은행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킴으로 인해 다양한 이득을 누릴 수 있다"며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뿐만이 아니라 롯데지주가 강조한 고용안정성에서 MBK가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우선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롯데카드가 타 카드사에 비해 인력이 많은 것도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해소해야 할 과제다.

반면 MBK는 합병을 전제로 인수하는 것이 아닌 만큼 고용 안정성에서 당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 주선사 강조…실질 인수자로 ‘주목’

이와 별도로 우리은행 역시 향후 인수 가능성에 파란불을 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에 참여하는 지분 20%를 향후 매각할지 계속 들고 있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보한 지분의 처리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향후 인수가 확정되면 이후에 고민해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콜백 옵션이 설정되지 않았지만 우리은행이 MBK를 통해 롯데카드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우리금융)이 향후 MBK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온전히 카드사를 품으며 업계 2~3위 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우리금융은 현재 자산위험도 평가 방식에서 표준 등급법 적용을 받고 있어 덩치가 큰 금융사를 사들일 여력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다른곳과 같이 인수에 참여해 지분을 갖고 있다가 2020년 자본 비율이 회복되면 인수하는 식으로 여러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BK입장에서는 이번 딜이 성사된다면 향후 롯데카드를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큰 고민 없이 지분 20%를 들고 있는 우리은행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럴경우 MBK가 사실상 우리금융이 계열사를 확보할 수 있도로 도와주는 주선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또 MBK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도 입찰한 바 있어 롯데손보까지 품에 안을 경우 우리금융은 자연스레 손보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카드와 손보는 업황 악화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MBK가 도맡아하고 향후 건실한 상태로 우리금융이 인수할 경우 양사가 윈-윈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이 주선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MBK가 매각을 시도할 경우 당연히 우리금융이 인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우리은행 등장으로 하나금융으로 흐르던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도 3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혁신금융 민관합동 TF 킥오프' 회의헤 참석 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 전) 참여한 것은 맞다. “(최종 입찰사) 결정이 나면 발표하겠다"며 의미심장한 답변으로 대신해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이번 우리은행 등장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나금융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며 "우리은행이 언급됐다고 해서 크게 바뀔 것은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작은규모부터 확장…외형 갖추나

한편 우리금융은 올 초 지주전환 이후 비은행 확장을 위해 고심 중이다. 다만 아직 표준등극법 적용을 받고 있어 M&A를 위해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다소 부족하다.

2020년 내부등급법 적용받게 되면 숨통이 트이게 돼 덩치 큰 증권, 보험사의 경우 차후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우리금융은 우선 작은 규모부터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계열사인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국제자산신탁 경영권 인수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또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웰투시제3호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아주캐피탈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까지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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