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과 북한 미사일 발사, 달러 강세 등에도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금융주를 포함한 실적주와 함께 실적은 부진했지만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에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265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15거래일동안 대한전선 다음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의 주식을 995만9511주 순매수했다. 거래대금으로 치면 약 509억 원에 달한다. 뒤를 이어 KB금융 245만43주, 우리금융지주 131만3902주, 신한지주 104만2506주, NH투자증권 76만1988주 등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금융주에 관심이 높았다.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1분기 141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신한금융도 918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7.09% 올랐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은 5개 분기 연속 1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메리츠종금증권의 이익 안정성은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최근 시장 환경에서 다시금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8457억 원으로, 12.7%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일회성 실적의 반영으로 감소했을 뿐 경상적 기준으로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5686억 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5% 가량 웃돈 것은 물론, 경상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나타내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리스트 상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도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33.7% 늘어난 17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식도 303만7348주를 사들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1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0.3% 상승하며 2012년 4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또 카카오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떨치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00%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채팅창 광고로 2분기 실적 기대감을 반영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4월 10일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2013∼4년에 페이스북 SNS 모바일 타켓팅광고 노출에 따른 어닝 서프라이즈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000배를 상회한 것을 관찰한 적이 있어, 이 성장 스토리를 카카오톡 채팅창(탭) 광고에 대입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은 실적주뿐만 아니라 부진한 실적에도 향후 기대감이 높은 종목에도 여전히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의 부진에 올해 1분기 매출액 6조7727억 원, 영업이익 1조36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69% 감소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311만4055주를 사들이며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순매수량 4위, 약 2540억 원의 규모로 순매수 금액에서는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분기 이익이 2분기를 저점으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며 “서버 D램 재고가 10주에서 6주로 감소하고, 하반기부터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설비투자 재개로 수급 개선, 3D NAND 전환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1년 이상 지속된 가격 하락이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아차도 세 번째로 많은 매수량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동안 1495억 원에 달하는 규모인 346만6019주를 사들였다. 올해 1분기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11만5465대를 판매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하며 3.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성장성을 확인했다고 판단, 매수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SDI도 마찬가지다. 1분기 영업이익은 11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50.6% 하락했고, 순이익은 5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각각 68.7%, 76.3% 감소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1907억 원 규모의 81만9836주를 사들였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QD OLED TV 사업에 진출할 경우 삼성SDI는 추가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최근 ESS 배터리 실적 우려로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대해 이창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주 기대감 확대 등으로 지난주와 비교해 증시 센티먼트는 개선됐다”며 “팩터 모니터링 결과 위험선호가 다소 약해졌으나 여전히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고 판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본지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달러 강세일 때는 환차익을 노리고 매도세가 짙기 마련인데 적은 규모여도 꾸준히 수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G2의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관 투자자는 같은 기간 1조 5748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외국인 투자자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기관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