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 한앤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선정하는 등 예상 밖의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관련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가장 유력했던 하나금융그룹 뿐만 아니라 금융사 운영경험이 있는 MBK파트너스까지 고베를 마시게되면서 일각에서는 파킹딜 의혹까지 제기 되고 있다. 여기에 한앤컴퍼니 대표의 검찰수사와 롯데카드 노조의 반발이 감지되면서 최종계약까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롯데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엔컴퍼니를 선정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100%지분 기준으로 약 1조8000억 원으로 평가해 지분 8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약 1조4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은 기존 하나카드를 고려할 때 고용안정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MBK는 홈플러스는 보유하고 있어 롯데마트의 경쟁사라는 점에서 제외된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롯데그룹이 향후 롯데카드를 되찾아오기 위한 ‘파킹딜’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롯데카드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직원들은 당초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한화그룹이나 하나금융에 매각되길 희망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에 매각될 경우 롯데카드는 향후 하나카드와의 합병절차를 밟게 돼 롯데입장에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에 롯데 측에서는 고용안정을 빌미로 하나금융을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는 한앤컴퍼니와 같은 사모펀드지만 가격에서 밀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MBK 측이 우리은행을 공식화해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에 든든한 우군을 내세웠지만 매각 과정에서는 악수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MBK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지분을 보유할 경우 롯데 입장에서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우리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을 천명한 상황에서 롯데카드를 쉽게 내 놓을 리는 만무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업계는 롯데가 금융경험은 없지만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는 한앤컴퍼니를 고른 것으로 풀이했다.

중간금융지주법 파킹딜 의혹 불씨 됐나

이 같은 롯데의 행보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금융지주법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중간금융지주법은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돼 금융회사가 3개 이상이거나 자산 규모 20조 원 이상이면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하는 제도다. 하지만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중간금융지주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롯데는 매각을 중단한 롯데캐피탈을 비롯해 롯데카드 등을 되찾아와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가장 적합한 인수자인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2010년 한상원 대표, 윤여을 회장이 설립한 토종 PEF로 단기간에 국내 ‘톱3 펀드로 성장했다. 현재 6조 원 이상의 자본금을 운용 중이다. 특히 한 대표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사위로 알려져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이들은 주로 장기 투자를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한앤컴퍼니도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 가치를 올린 후 재매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만큼 언제든지 롯데카드를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보유하는 20% 지분이 원활한 사업제휴 뿐만 아니라 향후 되찾아 올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더욱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금융업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점도 롯데카드 재인수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다만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먼저 한앤컴퍼니는 사모펀드인 관계로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다소 불리한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매각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검찰수사 지연 시…10월 매각도 물거품

여기에 최근 KT새노조가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를 과거 M&A 거래 시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변수로 작용할 지도 관심사다.

이들은 한앤컴퍼니가 2016년 10월 KT와 KT종속회사인 나스미디어에 매각한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앤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에 대해 당시 자본금 2억6000여만 원에 불과한 회사를 회계장부상 무형자산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계산한(공정가액·176억 원) 것보다 3배나 많은 600억 원에 KT에 팔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앤컴퍼니 측은 오히려 싸게 매각했다며 KT새노조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한 대표 탈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어 시간이 다급한 롯데에게는 악재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더욱이 롯데가 롯데카드를 매각하는 것은 회사 부실 등과 같은 요인이 이난 지주사법에 따라 금융사를 보유할 수 없는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자칫 지연될 경우 상당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또 관련 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 결과에 따라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금융 관계 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는다면 대주주로서는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대주주적격성 심사 중단 된다고 전했다.

노초 즉각 반발…롯데지주 가격만 ‘고려’

이와 더불어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앤컴퍼니 측은 향후 5년간 기존의 롯데카드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별도 구조조정 없이 롯데카드를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의 가치 향상을 위해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여 직원들의 고용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롯데카드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매각 작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노조 측은 사내 공고한 입장문을 통해 “한앤컴퍼니는 금융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으며 경영 능력을 증명한 바도 없다”면서 “이런 조직에 롯데카드가 매각된다면 밝은 미래를 전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쟁사로 직원유출이 예상되며 신입사원의 채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라며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경쟁력 악화가 예상되며 이는 임금인상과 성과급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만큼 본 계약까지는 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면서 “내부 반발이 변수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롯데지주 측이 가격 측면은 상당수 고려한 만큼 고용승계 문제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다만 관계자는 “KT새노조 측의 검찰 고발이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소수 노조(KT새노조)가 제기한 문제여서 파급력에 대해서는 논란은 있지만 자칫 우려했던 결과가 나올 경우 롯데캐드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롯데지주와 한앤컴퍼니는 이르면 오는 15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3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지 7영업일 만으로 롯데그룹이 오는 10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 2년 이내인 오는 10월 중순까지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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