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 종이는 천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는 옛말처럼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종이에 담담하게 쌓은 먹빛이 시공을 뚫고 화면 밖으로 나온다.

'14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강미선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지에 먹을 수차례 올리며 그 깊은 울림으로 현재와 일상이 공존하고 수묵의 깊이가 더해져 편안함과 따뜻함, 깊은 여운을 전하는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작가 강미선(58)이 '관심(觀心)'이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16일부터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마련한다.

동양화라는 장르를 화랑에서 찾기 어려운 시기에 볼 수 있는 대형 작품부터 소품까지 34점이 함께한다.

강미선, '觀心 - 백자 II'. 한지에 수묵, 40 x 40cm, 2019.(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강미선 작가는 "먹을 사용해 수많은 붓질을 반복해 한지에 올리고, 긴 호흡과 끈기로 작업한 결과물이 먹의 농담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며 "제 작업은 기다림의 작업으로 마음과 마주하는 수행 과정을 작품에 담아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백자, 그릇, 다기 등 일상 생활용품들과 백자에 꽂힌 붉은 매화, 석류 등의 과일을 올린 정물화와 서촌 작업실을 오가며 바라봤던 한옥, 절, 탑, 불상 등 한지의 질감을 리얼하게 드러낸 풍경 시리즈도 볼 수 있다.

작품이 내뿜고 있는 모습은 마치 화강석 표면에 먹으로 형상을 올리고 바람과 빗물에 스쳐간 궤적을 옮겨 온 듯 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를 위해 작가는 한지에 먹으로 그림을 그린 후에 배접을 한 후 다리미로 종이를 강하게 변환시킨 후 붓으로 두드려 입체감이 살아있는 마티에르 효과를 강조한다.

강 작가는 "거친 결의 닥종이를 여러 겹 올린 후 거친 붓으로 한지를 두드리면, 한지 고유의 물성을 강하게 보여줄 수 있다"며 "남천 송수남 선생의 제자답게 채색보다는 먹의 본질에 충실하자는 의지에서 먹의 바림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한다.

'강미선 작가의 '관심'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사이드 갤러리 지하 1층 모습'.

전시 타이틀 '관심(觀心)'은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바로 작가 자신의 마음을 본다는 의미로 설정했다고 말한다. "작품은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라는 강 작가의 작품 세계는 일상의 발자취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그 마음과 마주하고 헤아리는 수행의 과정을 담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요즘 시기에 잔잔하고 평범한 소재에서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 현재의 일상이 공존하는 작품에서 마음속에 그려진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는 6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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