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출범 1년 6개월 만에 적자 조기 졸업…고객 수도 1000만 눈앞
-시중은행들 비대면 강화로 맞대응…금융과 IT 모호한 경계 인력구조 ‘고심’

▲ <사진=김종현 기자>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지 2년여가 흐르고 있지만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넘어서 혁신을 담당하기에는 각종 규제에 묶여 좀처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1년 6개월 만에 조기 흑자 전환을 달성하는 의미있는 성적료를 받아들었다. 더욱이 최근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해 은행권 전체가 비대면 활용 여부에 따라 향후 경영 성과를 놓고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 및 한국금융지주에 따르면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지난 1분기 65억6600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사상 첫 흑자 분기를 달성했다.

이는 2017년 3분기 영업을 시작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이른 성과로 혜외 사례를 감안해 당초 흑자전환까지 3~7년은 걸릴 것이라던 금융권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신규모 확대에 따른 이자 수익이 확대 되는 영향이 컷다”면서도 “내부적으로 흑자 전환을 환영하고 있지만 아직 1분기 실적만으로는 흑자 기조를 이어갈지 판단하기 섣부르다. 2분기 실적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최근 여수신 규모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범 당시인 2017년 7월 여·수신 규모는 각각 3627억 원, 4135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수신 규모가 26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난달 기준 여신은 10조368억 원, 수신은 16조280원을 기록했다.

특히 대출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6.4% 성장하며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일 대출 금리를 낮춰 신규 신용대출은 최저 연 2.91%,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최저 3.21%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 고객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급증한 예금잔액…여유있는 대출 확대 버팀목

이처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는 데는 우선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 비중)이 낮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예대율은 64.9%로 이는 4대 시중은행(96~98%)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급격히 늘어난 예금 잔액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연체율이 낮은 점도 카카오뱅크가 걱정 없이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현재 0.12% 수준, 4대 시중은행 평균인 0.24%(지난해 말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연체율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연체율은 대출이 실행된 이후 상당 시간 이후에 적용된다”면서 “아직 카카오뱅크 영업 시점이 얼마돼지 않아 시간차에서 오는 착시효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희소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 역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놓고 초조한 가운데 지난 14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15단독으로부터 무죄롤 선고받았다.

이로써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율을 현재 10%에서 34%까지 확대하기까지 한결 수월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도 표정이 엇갈리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조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반해 대한민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여전히 자본확충에 해법을 찾지 못하며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케이뱅크는 여전히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초 KT에 기대했던 대규모 유상증자마저 사실상 무산되면서 당장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 부족한 자본확충을 위해 전환주 발행으로 412억 원을 충당할 방침이다.

자본금 1조 원 확충…인터넷銀 운명 엇갈려

특히 두 은행의 운명을 가른 건 1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있다. 당초 금융당국을 비롯해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상영업을 위해 소규모 자본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소 1조 원 가량을 확보해야 정상영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케이뱅크는 규제와 복잡한 주주구성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 자본금 5690억 원 수준에 그친 반면 카카오뱅크는 2017년 9월, 지난해 4월 각각 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난해 말 기준 1조3000억 원 수준의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이 같은 여파는 은행권에 전체를 뒤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카카오뱅크가 흑자 전환하면서 최근 시중은행들이 고심하고 있는 비대면 영업에 대한 효율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중은 시중은행들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지만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비대면 효율성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잇다.

더욱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범위를 비롯해 자산규모가 시중은행을 따라 잡을 수 없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사용자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시중은행에게는 위험 요소이자 학습기회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 이용자수는 급격히 들어 지난 4월 말 기준 930만 명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빠르면 올 상반기에 1000만 명 돌파를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은행 앱 선방…사용빈도 카카오뱅크 ‘앞도적’

지난 15일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핀테크 앱 순위(지난 3월 기준)에서 KB스타뱅킹이 1위를 카카오뱅크, 토스가 각각 2, 3위, 신한 쏠이 4위, NH스마트뱅킹이 5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우리은행 원터치 개인뱅킹, 하나원큐뱅크, 아이원뱅크 바이 IBK기업은행, 올원뱅크, 리브 순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측은 실사용자수보다 사용빈도가 중요하다면서 카카오뱅크와 토스는 타 은행의 앱보다 사용빈도가 높고 사용시간은 짧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은행 앱 중에서는 신한은행 쏠이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시중은행들도 핀테크와 결합한 은행플랫폼을 선보이며 비대면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고심 중이다.

또 금융당국이 핀테크사업 활성화를 위해 오는 12월부터 금융결제원을 통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키로 하면서 비대면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됐다.

최석민 금융결제원 미래금융실장은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성공적인 오픈뱅킹 도입을 위한 향후 과제’라는 주세의 세미나에서 “오는 10월까지 오픈뱅킹 중계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완료하고 12월부터 모든 핀테크 사업자 대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라며 “안터넷전문은행도 전산테스트를 거쳐 9월 경 제공기관으로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력 적체를 고민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공개채용에서 기존 6개 부문을 9개 부문으로 세분화해 인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관련 인재에 대해 수시 채용하겠다고 밝혀 부문별로 필요한 직무별 인재를 적기에 채용하는 방식을 공식화 했다. 이 외에도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도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비대면ㆍ디지털 전환에 시중은행도 ‘고심 중’

다만 기존 인력의 활용을 놓고서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몇 년간 파격적인 제안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 초 특별퇴직금 최대 39개월 급여를 지급했다. 신한, 우리, NH농협, KEB하나 모두 희망퇴직자에게 최대 36개월 치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 바 있다.

더욱이 다음 달부터는 점포 통합 및 폐점에 대해 은행 자율에 맡기기로 하면서 은행이 점포운영에 대한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 “금융과 IT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성장동력을 얻기 위한 구조혁신 속에서 디지털 전환은 숙명과도 같다”면서 “안정적이고 선진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데이터기반 정보회사로 탈바꿈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흑자전환으로 인해 곧 예비인가 신청 승인을 앞두고 있는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의 승인 후 사업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컨소시엄은 각각 챌린지은행, 오픈뱅킹 등 차별화된 혁신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본업인 은행업에서의 성장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그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얼마 안된 상황에서 기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는 점은 업계 불안감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1분기 흑자로 그 불안감을 해소했다는 점은 업계에 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혁신성을 제외하고서라도 당장 생존해야 하는 공식을 그렸다는 점에서 향후 제3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발하는 컨소시엄에게 든든한 성공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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