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위한 임시주주총회 안건 통과"…노조, "불법 주총 인정 못해"

▲ 현대중공업이 노조원들을 피해 임시주주총회를 속개하고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주총이 열린 장소. (사진=이창환 기자)

[울산=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현대중공업이 주주총회 장소를 기습적으로 변경하며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를 뒤늦게 알고 이동한 현대중공업 노조의 주총장 진입 시도 과정에서 사측과 밀고 당기는 가운데 울산대학교의 기물이 파손되기도 했다.

31일 현대중공업은 최초 주주총회 개최 예정지인 울산 동구 소재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부터 경찰 및 현대중공업 사측 인력들은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현대중공업 노조들과 지속 대치하고 있었으며, 이 현장으로 현대중공업 소속 임원 및 주주들로 예측되는 정장차림의 인원들이 다수 진입을 시도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울산지역 시민들은 이들이 주총 참석을 위해 한마음회관을 찾아온 주주들로 여기고 ‘물적분할 반대’를 외치며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후 오전 10시30분경 현대중공업 소속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사내가 확성기를 들고 대치 현장에 나타나 “주주총회 장소가 변경됐습니다. 11시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주총이 치러집니다”라며 “앞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니 탑승하시고 이동하십시오”라고 소리쳤다.

이에 일부 노조원들은 “우리가 버스를 막아서고 있으니, 오토바이가 있는 분들은 변경된 주총장으로 이동해달라”며 외쳤다.

이코노미톡뉴스 취재진은 노조원들과 동시에 따라나섰으나 쉬운 길이 아니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은 약 21~23km에 이르는 길로 지름길을 잘 아는 울산지역 주민들도 11시 10분을 맞춰가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일부 오토바이는 차들을 가로지르면서도 교통신호를 지켰고, 취재진은 울산대학교에 11시30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다.

▲ 부서진 채 바닥에 떨어진 주주총회 의사봉. (사진=이창환 기자)

경기남부경찰서, 경기북부경찰서, 경남경찰서 등 전국 각지에서 1기동대를 비롯한 4000여명이 넘는 경찰력을 동원했고, 울산 소방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여러 취재진들과 노조원들과 함께 체육관으로 달려 들어가는 중에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가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둘러 도착한 노조원들 일부가 임시주총이 열리는 주총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막아서는 사측 인력들과의 밀고 당기기에서 울산대학교 기물이 파손됐다. 한쪽에서는 문을 막아서고 한쪽에서는 막힌 문을 피해 옆 벽면을 뚫었다. 물이 뿌려졌고, 의자들은 넘어지고, 주총 회의장 안은 난장판이 됐다.

엉망이 된 주총장에는 부러진 의사봉이 나뒹굴었다.

노조들은 불법 주총이라며 안건 통과 무효를 외쳤고, 주주들은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 주식 7071만4630주의 72.2%(5107만4006주)가 참석했으며,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8%(5101만3145주)가 찬성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 현대중공업의 임시주주총회가 기습적으로 장소를 변경하며 치뤄졌다. 뒤늦게 알고 진입을 시도한 노조들에 의해 물에 젖고 찢겨진 주주총회 회의록. (사진=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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