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을 두고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빚어온 가운데 주주총회날 전쟁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양측이 충돌해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측의 주총장 변경이라는 꼼수로 안건을 통과시켜 향후 노조의 반대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이 그들만의 문제라며 뒷짐만 지고 있어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울산광역시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신설회사)으로 물적 분할하기로 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 물적 분할에 대해 노조는 적극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회사가 나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완료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해 금속노조의 상위단체인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본사 이전 소식으로 지역 사회 및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노조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등 주총 무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초 임시 주총장으로 알려진 한마음회관을 전날부터 봉쇄한 채 주총을 막아섰다. 하지만 사측이 주총 당일 장소를 긴급 변경하면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런 가운데 이날 울산시내 곳곳은 마치 전쟁터를 연상시키듯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주총장 변경이 알려지자 일부 노조원들은 오토바이를 동원해 바뀐 주총장으로 이동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인수 합병의 한축인 KDB산업은행은 뒷짐만 진 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물적 분할 안건에 대한 임시 주총은 현대중공업 내부의 문제여서 산업은행이 내놓을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 “물적 분할에 대해 노조만 반대할 뿐 사측과 여론에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성사돼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며 “지금은 산업은행이 관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물적 분할 통과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노조만 반대할 뿐”이라며 “현대중공업 주총에 관해서는 어떠한 변수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며 안건 통과를 당연시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가뜩이나 시끄러운 상황에서 굳이 노조 설득을 위해 끼어 들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물적 분할과 주총이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지난해부터 이번 매각을 주도하고 물적 분할을 포함한 지금의 방안을 설계하고 추진한 당사자가 모든 부담을 현대중공업에 떠넘기는 건 무책임 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이처럼 강행모드로 일관할 경우 기업결합심사를 비롯해 여러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을 비롯해 울산지역 의원들이 본사 이전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해 KDB산업은행 측은 원론적인 대답만 한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에서 반발이 이어질 경우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긴급할 때마다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3월 이후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물적 분할 이후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인수하는 등 산업은행과 관련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이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조 반발이 극심하고 지역 민심까지 요동치는 상황에서 KDB산업은행의 침묵은 내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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