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수십년 동안 논란이 일었던 주세법 개정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맥주와 소주 업계간의 파워게임과 별개로 현행법 개정을 주장했던 전통주 업계의 목소리는 뭍혀버려 주목을 끌지 못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산맥주가 수입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으니 세금체계를 변경해 바로잡자는 주장에서 시작된 주세법 개정은 우여곡절 끝에 맥주 또는 맥주+막걸리를 먼저 시작하고 나머지 주종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맥주업계는 맥주를 종량세로 우선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현재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을 더한 값을 과세표준으로 잡고 72%의 세율이 책정돼 있다. 국산 맥주 1ℓ에 붙는 세금은 주세를 비롯해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포함 1343원이다.

반면 수입 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용이 포함된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여기에 홍보·마케팅 비용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국산 맥주보다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수입맥주 1ℓ에 매겨지는 세금은 1199원으로 국산 맥주보다 143원이 적다. 수입맥주는 이같은 낮은 세금을 앞세워 ‘4캔에 만원’ 등 저가 공세를 펼치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왔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조세재정연구원의 공청회로 인해 일단 맥주업계 내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개편안이 통과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주세법 개정안 발표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6개월 동안 세 번이나 지연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라 주세법 개정이 급물살을 타는 것 같지만 구체적인 개편 시점에 대한 언급이 이뤄지지 않아 불안하다"며 "정부가 지난번처럼 시간 끌기만 하고 개편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맥주업계가 주세법 개편에 적극적이라면 소주 업체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종량세로 바뀌면 도수가 높은 소주의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반발도 심해 정부 역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면도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통주 업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전통주 업계는 세율보다는 관련법 재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시판 중인 장수막걸리나 백세주 등은 전통주 범주에 들지 못한다. 또한 막걸리 업체들이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내놓은 바나나막걸리 등 과일향을 넣은 막걸리 역시 주세법 상 탁주가 아니라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탁주의 경우 5%의 주세가 붙지만 기타 주류로 분류되면 세금이 30%로 6배나 증가한다. 세금이 높다보니 일반 막걸리와 비교해 소비자 판매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주류에 따라 취급점도 달라진다. 현재 탁주는 특정주류도매업자가,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상이 취급하고 있다.

막걸리는 다른 주류와 달리 여름에 상하지 않게 냉동차가 필요하다. 종합주류도매상은 맥주나 소주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막걸리를 판매하기 위해 따로 냉동차를 사야한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특정주류도매업자는 판매를 빼앗기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일제시대에 정리된 주세법이 대부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 청주는 한국 고유의 정통술이지만 주세법상 한국의 청주는 '약주'로 일본식 청주가 '청주'로 분류되는 등 현재와 맞지 않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크게 형성된 맥주와 소주의 목소리는 정부에 전달이 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전통주업계의 주장은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경기호 한국막걸리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종량세 전환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전통주 업계 종사자들은 규제·관리·감독 등이 너무 많아 품질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시장에도 나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며 "종량세 도입과 더불어 규제 완화, 제도 개선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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