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정부와 여당이 기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의 세금 없는 대물림을 가능하게 해 조세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당정협의를 갖고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의 사후관리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지원세재 개편방안 마련에 합의했다.

현행 가업상속 공제는 매출 3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뒤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재산 가액에서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개편안에 따르면 가업상속 공제혜택을 받는 기업은 업종과 고용규모를 유지해야하는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이는 그간 10년간 기업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고 업종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가혹한 ‘족쇄’가 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당정은 사후관리 기간 내 규제도 완화했다.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현행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호텔업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콘도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자산유지 의무도 완화된다. 개편안에선 업종 변경에 따른 대체자산을 취득할 때 기존 자산 처분이 불가피할 때 등 예외범위가 넓어졌다. 관리기간 내 중견기업의 고용유지 의무도 상속 때 기준인원의 120%에서 100%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개편안은 가억상속 공제요건을 충족할 때 주는 ‘연부연납 특례 대상을 기존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기업에서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연부연납은 최장 20년에 걸쳐 법인세를 납부하게 한 제도다.

다만 공제대상 기업 기준은 매출 3000억 원 미만이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두고 곳곳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계는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시민단체들은 고소득충을 위한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기업이 요구한 내용에 크게 미흡해 규제 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사후관리 기간과 업종유지의무 완화는 환영하지만 고용유지요건을 독일처럼 총급여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가업 승계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반면 경재개혁연구소는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인원은 전체 피상속인의 0.02%에 불과해 소수 고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며 “불평등 해소를 중장했던 이번 정부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완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사업 기간, 주식보유 요건, 대표이사 재직 요건 등 공제 요건이 이미 2008년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데 반해 공제 한도는 30억 원에서 500억 원까지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요건은 더 강화돼야 맞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논평에서 “사후관리 요건의 핵심인 중견기업 상속 시 고용 유지 의무를 100%로 완화한 점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면서 “고용유지 비율을 손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번 개편안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정부 안의 핵심”이라며 “가업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투자와 고용 유지라는 가업상속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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