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KCGI가 지분 확대 및 소송제기로 선공에 나선 가운데 한진 오너가는 대형증권사를 동원해 자금 압박에 나서는 등 반격에 나서고 있다. 특히 IB업계가 한진과의 거래 관계 여부를 중심으로 양측으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자금 동원 능력이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최근 KTB투자증권, 더케이저축은행과 각각 200억 원과 100억 원 등 총 300억 원 규모의 신규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 12일 만기가 돌아온 주담대에 대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만기 연장 불가를 결정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또 다음달 돌아오는 추가분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KCGI는 지난 3월, 4월 미래에셋대우로부터 200억 원 씩 총 400억 원의 주담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KCGI의 주담대 일부에 대해 만기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다음달 돌아오는 추가분에 대해 심사 및 협상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 아직 연장 불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래에셋대우의 결정에 대해 여러 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미래에셋대우와 한진그룹 간의 거래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규모를 고려할 때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상당 금액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 대립각을 세울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실제 한진칼, 대한항공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과 같은 다양한 딜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인수단에 포함시켜왔다. 지난 4월말 회사채 발행에도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 대형증권사를 비롯해 중소형사까지 가리지 않고 인수단을 꾸리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일각에서 조양호 전 회장 상속문제 및 경영권 승계관련 컨설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승계 관련 자문역할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측은 “한진그룹 상속 관련 자문역할에 대해 내부적으로 한차례 논의했을 뿐”이라며 “이와 관련된 어떠한 업무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진 오너가 측에서 증권사들을 동원해 KCGI의 자금줄을 압박하는 반격을 취하면서 관련 업계는 더욱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CGI 측은 최근까지 미리 확보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형식으로 주식 매집에 나서고 있다. 이에 지난달 KCGI는 지분율을 15.98%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한진 오너가는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해 상속세 마련에 고심 중인 상황에서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여력은 없는 상황. 다만 KCGI의 자금 확보에 제동을 걸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KCGI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KCGI는 지난달 추가 지분 매입을 비롯해 한잔가를 상대로 2가지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선임 과정과 조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 결정 과정을 조사할 검사인을 선임해 달라는 소송과 지난해 한진칼이 빌린 단기 차입금 1600억 원에 대한 사용설명서 및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이를 통해 KCGI는 한진그룹 경영 의사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공격해 경영진을 압박하고 경영권 분쟁 상황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우호 지분 확보에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더욱이 조 전 회장의 거액 퇴직금 지급 문제를 부각시켜 상속세 부담에 시달리는 한진 3세들의 자금 사정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다만 KCGI 역시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일격을 맞은 상황에서 중대형 증권사로부터 KCGI가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이들 역시 원활한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한 템포 쉬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KCGI가 미래에셋대우를 대신해 단 기간에 KTB투증으로 대체해 자금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진그룹과의 거래관계가 없는 금융사라면 KCGI의 자금줄 역할을 통해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진과의 거래관계 여부에 따라 기관별로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형증권사 등은 한진그룹과의 거래관계를 외면하기 힘들지만 거래관계가 없는 곳이라면 주담대 수수료가 상당한 수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가 KCGI 주담대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한 것은 한진그룹과의 관계보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 측 모두에게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한 제스처 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B증권 역시 KCGI에게 6개월 만기 100억 원 규모(11월 만기) 주담대를 실행한 가운데 아직 만기연장 여부에 대해 입장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며 함구하고 있다.

한편 경영권 분쟁 성패는 양측이 주총까지 얼마나 우호지분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KCGI는 2020년 한진칼 주총을 통해 최소 이사 1명 이상을 선임해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욱이 조 전 회장의 공석과 2020년 3월초 조현태 사내이사, 이석우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면서 이사회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 국민연금과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져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에 손들어줄 투자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진 오너가는 당장 지분 확보는 어렵지만 반면 한진그룹의 우호적인 은행과 증권사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우호 지분 역할을 자처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가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만큼 지분 확보전에 참전해 한진 오너가의 백기사를 자처할 경우 양측의 대결은 싱겁게 마무리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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