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C카드 을지로 신사옥, 케이뱅크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통신과 금융의 융합을 위해 금융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는 KT가 금융 자회사들의 휘청거림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며 답보상태에 놓였고 BC카드는 회원사 이탈, 밴(VAN)사 갑질 논란까지 휩싸여 사업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는 대규모 증자 실현 이전에 추진하던 412억 원 규모의 브릿지증자를 결국 7월로 연기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7일 “주주사들의 내부 절차 진행 상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소요됨에 다라 주금 납입일을 7월 12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단 이들은 필요시 7월 31일까지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브릿지증자조차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됐다.

당초 케이뱅크는 올초 KT가 대주주로 올라선다는 전제하에 59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증자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 되는 등 악재가 이어져 결국 증자는 무산됐다. 결국 당장 자본금이 급한 케이뱅크는 브릿지 증자를 추진해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브릿지 증자조차 납입일 연기로 사실상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결국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던 KT자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점점 대주주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최근 업계와 금융당국은 우선 우리은행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자본 수혈을 한 후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KT는 당장은 주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며 사실상 한발 물러선 상태다. 다만 우리은행이 이 같은 방안에 동의할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 브릿지증자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은행이 추가 자본을 투입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주주들과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결국 KT가 대주주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방향을 잃어버린 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 됐다.

KT의 금융 잔혹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1년 인수한 BC카드는 최근 연달아 악재가 이어지면서 향후 생존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롯데카드 업은 우리, BC이탈 가속화 우려

우선 KT 새노조의 반대 등으로 롯데카드 인수 후보군이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변경되면서 BC카드가 유탄을 맞게 됐다.

우리은행의 자회사인 우리카드는 비싸카드 최대 회원사다. 연간 매출 중 약 30%를 우리카드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카드 역시 BC카드의 지분 7.65%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최근 들어 BC카드와의 동행에 선을 긋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결제시 BC카드 명칭을 병기하지 않고 자체 카드명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카드의 경우 자체 결제망이 없어 카드 프로세싱 과정을 BC카드에 전면 위탁한 만큼 그간 ‘우리BC카드’라는 공동 명칭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 결제 카드를 선택할 때 우리카드라는 자체 브랜드명을 내세우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 컨소시엄에 포함되면서 당장은 힘들어도 중장기적으로 우리카드가 롯데카드 결제망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롯데카드는 독자 결제망을 갖추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용카드 기업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와 기술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독자 결제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롯데카드 인수 주체인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인 만큼 수년 안에 시세차를 노린 매각에 돌입 할 경우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반면 롯데그룹의 경우 중간지주법 등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롯데카드를 다시 품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결국 우리카드가 이탈할 경우 BC카드는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2010년 전후만 해도 BC카드 결제망에 의존했던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가 독자 결제망을 완전히 갖추고 난 뒤 자사 전용 카드 비중을 확 늘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더욱이 BC카드 회원사인 NH농협카드,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도 최근 비싸카드 명칭을 함께 표기하는 대신 독자 카드명을 택하고 있어 이탈 속도도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 나온다.

점유율상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지만 2016년 회원사 중 하나인 SC제일은행이 BC카드에서 벗어나 삼성카드와 업무제휴를 맞으면서 이탈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여기에 최근 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비싸카드는 국내 벤사에 대행 업무 수수료를 25% 인하하겠다고 통보하자 밴 업계가 공동 보이콧으로 맞대응하면서 결국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BC카드가 대폭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밴 업계가 BC카드 대행 업무를 중단하자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 은련 매입 대행 사업도 신한카드 등이 합류하면서 쪼그라 든 상태다.

국내 사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BC카드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BC카드의 중국 법인인 BC카드과학기술상해유한공사는 지난해 8800만 원 흑자를 내는 데 그쳤고 인도네시아 기반의 동남아시아 진출 거점 법인은 31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현지 만디리은행에 지분을 일괄 매각하면서 퇴출수순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케이뱅크를 비롯해 BC카드 마처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이 KT내부에서도 이들 계열사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KT내부에서 이들 계열사를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심도 있는 고민을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KT가 해법을 찾지 못하 경우 금융사업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KT 주춤한 사이 SKT 금융상품도 출시

KT가 주춤한 사이 경쟁사인 SK텔레콤의 경우 하나금융그룹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금융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과거 하나금융그룹과 카드사를 공동으로 운영했을 정도로 밀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사는 카드 사업을 정리한 이후 다시 힘을 합쳐 핀테크 서비스 업체인 핀크를 설립했다.

최근 SK텔레콤은 핀크와 DGB대구은행과 협업해 ‘T 하이(high) 5적금’을 출시한 바 있다. 특히 해당 상품은 SK텔레콤 이용 고객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기존 금리도 SK텔레콤 우대금리 등을 내세워 최소 4% 금리를 이동전화 5만 원 이상 요금제 이용 때는 1% 금리에 해당하는 캐시백을 지원해 사실상 5%대의 고금리 적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밖에 올초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SK텔레콤이 하나금융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상반기 심사에서는 탈락했지만 하반기 추가 심사때까지 지적 사항을 보완한 다면 무난히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미빛 전망도 나온다.

한편 BC카드가 이르면 오는 9월 27년 간의 강남시대를 마무리하고 을지로 신사옥 이전한다. 특히 이들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좁아 인근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을지로 신사옥 입주로 흩어져 있던 부서를 한데 모으는 통합작업을 통해 부서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를 계기로 부진한 실적을 재정비 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계자는 “이번 신사옥 이전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협업체제 강화를 통해 결제 서비스에 있어서도 한 단꼐 도약하는 계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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