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개정안 반영 보험 10월 부터 판매 기존 보험 금융당국 지도하에 개선 요구
-분쟁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적 근거로 작용 안해 가입자 안전망 역할 역부족

▲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급기준을 놓고 보험사와 가입자사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치매보험에 대해 금융당국이 개선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개선안이 법적 효력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와 불씨가 여전히 남았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단충촬영) 등 뇌영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더라도 전문의에게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약관을 개정하기로 했다.

기존 약관은 치매진단 시 뇌영상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반드시 확인돼야 하는지 여부 등이 명확치 않아 보험금 지급 조건을 두고 보험사와 가입자간 분쟁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치매보험은 올 1분기에만 약 88만 건의 실적을 올려 약 60만 건을 기록한 지난해 가입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누적 보유계약은 377만 건에 이른다.

최근 국회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치매보장보험 관련 현황’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해 치매보험으로 약 1조725억6000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치매보험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220억5900만 원으로 고작 2.0%에 불과했다.

문제는 현재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치매 임상편가척도(CDR) 조건만 되면 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설명해놓고 막상 보험금을 줄때는 CT, MRI 등 다른 조건을 내걸고 있어 분쟁의 소지가 되고 있다.

CDR척도는 0~5점으로 치매 수준을 구분해 1점 경증치매(반복적 건망증), 2점 증등도 치매(기억장애), 3점 이상 중증치매(신체조절 장애) 등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치매 진단은 CT·MRI, 뇌파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약관을 만들었다. 즉 뇌 영상 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 다만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에서 분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분쟁의 원이 약관에 있다고 판단해 ‘치매 진단은 치매 전문의의 진단서에 의하고 뇌영상 검사 등 일부 검사에서 치매 소견이 확인돼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검사에 의한 종합적인 평가를 기초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 했다. 이는 뇌영상 검사만으로 치매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금감원은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사는 필요한 경우 치매 진단을 위해 실시한 검사결과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선안이 반영된 치매보험은 오는 10월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기존 이미 판매된 치매보험도 감독행정을 통해 뇌영상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치매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않도록 각 보험사에 지도하기로 했다.

강한구 보험감리국 국장은 “약관 상 치매 진단기준과 관련된 모호하거나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약관 조항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소비자와 보험회사 간 치매보험금 지급관련 분쟁을 사전에 치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금감원의 개선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우선 기존 가입자의 치매보험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금감원의 개선안이 법원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금감원 감독행정은 법적 효력이 없어 보험사와 가입자간 소송전에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보험금 지급 여부를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감독 행정에 그쳤다.

대신 금감원은 보험사가 개선안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소송 사례는 많이 않을 것이라며 소송전이 벌어져도 이번 개선안에 법원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기존 치매보험 가입자중 일부는 개선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개선안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제시한 치매약 복용 조건을 없애기로 하고 기존 가입자에도 작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생명·삼성화재의 경우 이번 개선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당 보험사 치매보험 가입자만 치매약을 일정 기간 먹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해당 보험사가 보험료율을 정할 때 치매약 복용 관련 통계를 활용해 해당 약관의 근거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보험사는 보험료율을 정할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30일 이상 치매약을 복용한 환자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료율을 정해 타사에 비해 보험료가 5% 정도 낮다.

또 금융당국은 보험금 지급 때 특정 치매코드를 요구하는 조항을 없앴지만 보험사가 보험료율을 산출 때 특정 치매질병 코드를 기반으로 했다면 보험금 지급 요건에 특정 치매질병 코드를 요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치매조험 가입에 앞서 해당 보험사가 어떤 통계 자료를 활용해 보험료율을 설정했는지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선안에 따라 그간 제기돼온 분쟁의 상당수가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강제적 성격의 개선안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권고와 지도가 아닌 금감원의 찍어누르기라며 반발심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상품의 기초가 되는 약관을 금감원이 정해주는 것은 보험상품 자율화에 역행한다고 항변한다. 더욱이 금감원의 권고처럼 치매 전문의 진단만으로 치매 보험금을 적용하면 오히려 도덕적 헤이가 발생해 보험금 누수가 생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최근 금감원이 생·손보협회와 함께 가입자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7~8만 명이 보험사기 전력자가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기준 보험사기 전력자가 치매보험에 10건 이상 중복 가입한 사례가 다수 나왔고 1인당 최대 12건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도 지난 3월 보험사에 공문을 보내 치매보험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가입한도 제한 등을 통해 보험사기 가능성을 차단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조치를 두고 업계 일부에서는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안에 가입자를 대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치매보험에 대한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특히 보험의 자율성 침해와 관리 감독 강화를 두고 금융당국 조차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과거 논란이 된 자살보험금, 암보험금, 즉시연금 등 약관의 모호한 규정에서 비롯된 불완전 판매 논란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선안을 두고 보험사들도 수긍하고 있는 눈치다. 애초에 생보쪽에서는 뇌영상 검사 항목이 없어 문제 될 부분이 없다”면서도 “실손 개념인 손보 쪽에서는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분쟁이 이어진 만큼 개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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