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 측 요구 ‘부평공장 내부’ 들어줬다
노조, “간부들 성과급 2년 연속 받았으나, 노조 그간 동결”

▲ 한국GM 노사가 임단협 교섭을 위한 장소를 결정하고 상견례를 진행했다. 오는 11일까지 진행되는 교섭에서 양측이 원만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한국GM)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국GM 노사가 긴 줄다리기 끝에 임단협 교섭을 위한 장소 결정에 합의하면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9일 한국GM과 노조 등에 따르면 부평공장이 있는 인천 소재 한국GM 본사 본관 2층 회의실 앙코르룸에서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위한 상견례가 진행됐다.

지난달 말에 이르기까지 양측은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으며, 조금의 합의점도 찾지 못하고 있었으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양측은 임단협 교섭 장소 결정에 합의했다.

노조는 지난달 사측의 장소변경 핑계에 따른 임단협 교섭 지연을 사유로 쟁의행위를 위한 합법적 파업권 확보에 나섰으나, ‘원만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쟁의권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이후 한국GM이 인천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의 권고에 따라 고용복지센터를 장소로 하는 임단협 교섭을 진행코자 노조 측에 제안했으나, 노조는 “회사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바깥 교섭장을 빌리는 것도, 조합원이 없는 외부에서 교섭을 진행하는 것도 잘못”이라며 “사내 교섭 장소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직접 장소 합의 나선 최종 한국GM 부사장

당초 변경할 교섭 장소로 한국GM의 ‘서울룸’을 제안했다 거절당하고, 중노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제3의 장소를 권고해준 고용지청의 ‘고용복지센터’ 제안에도 노조로부터 거절당한 한국GM, 마음이 급했던 것일까.

한국GM 최종 부사장이 지난 4일 직접 노동조합을 방문해 ‘부평공장 내부 장소’라는 노조의 요구안대로 부평공장 본관 2층의 앙코르 회의실에 부분 공사 등 리모델링을 거쳐 교섭 장소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한국GM 측에 따르면 내부 공사를 진행하며 20인이 1열로 마주 볼 수 있도록 확장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앞, 뒤 2중 출입문과 CCTV등의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노조는 이런 최 부사장의 제안을 검토한 뒤, 실무협의를 진행해 임단협 교섭을 위한 상견례 장소를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노조는 “사측은 그동안 완강하게 버텼던 서울룸과 외부 고용복지센터를 배제하고, 본관 2층 앙코르 룸을 확장 공사해 교섭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며 “노조 교섭위원들이 제안한 ‘노사 교섭대표가 1열로 마주볼 수 있는 장소’ 및 ‘대의원을 포함한 조합원들의 상시 출입과 참관이 가능한 장소’라는 전제조건을 수용해 교섭이 전격 이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측은 그간 리모델링 공사를 할 수 없다는 핑계와 사외 장소에서 하겠다는 고집으로 2019임단협을 사실상 1개월 이상 지연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일까지 이어질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이 먼저 회사 경영상황을 설명하게 되고, 이후 노조 측이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하게 된다.

칼자루 쥔 한국GM 노조 “경영 설명회 들어볼 것”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이코노미톡뉴스 취재진에게 “일단 회사 측의 경영설명회를 들어봐야 한다”며 “그간 복리후생이 동결되고 임금과 상여도 일부 삭감됐는데, 회사 측 간부들은 성과급을 2년 연속 받아간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일정부분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고 회사의 비전에 우선할 것”이라며 “동료애적인 마인드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를 드러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GM과 한국GM 등이 지난해 한국 정부 등을 상대로 밝혔던 부평 1공장의 트레일블레이저 생산과 기존 트랙스의 2공장 이전 그리고 창원공장의 CUV 라인 신축 등이 노조 측의 요구안으로 나올 전망이다.

중노위의 행동지도 결정 이후에도 사측의 제안을 거절하며 칼자루를 쥐게 된 쪽은 노조라는 분위기다. 이미 교섭 장소를 사측이 두 차례나 양보하면서 노조가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임단협 교섭 장소 결정이라는 문은 열었지만, 노조의 임금인상안이 포함된 요구안에 대한 협상과정이 임단협 교섭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임금인상 요구안을 수용할 지 여부도 미지수지만, 이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GM본사에게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한국GM이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 공장 변경과 신차 준비 등을 앞두고 근로자들의 임금부터 인상하는 것을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한국GM의 임단협 교섭장소로 결정된 부평공장 본관 2층 앙코르룸, 내부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GM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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