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시작 전 한국 반도체 싹 자르기…경쟁국가 및 경쟁기업에 고객 뺏길 우려

▲ 일본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도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비메모리 분야 확장을 앞두고 소재부품을 손에 쥔 일본의 규제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에 따라 현재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당장 현재 상황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PR)가 우리 반도체 산업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반도체 소재부품 규제 '사형선고'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나 EUV용 PR은 거의 대부분 일본산을 쓰고 있다”며 “올해 들어 삼성에서 수십조를 투입하면서 이제 막 확대하려는 비메모리 분야 즉 시스템 반도체 쪽에 필요한 것인데, 그 PR이 없으면 128층이든 48층이든 반도체를 쌓아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일본에만 의존해 써왔던 것은 그 만큼 좋은 품질을 가진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비메모리 반도체는 주문을 받아서 주어진 시간 내에 납품을 해야 하는 신용도가 중요한 제품인데, 이처럼 소재의 수출을 막아 납품을 지연되도록 만드는 것은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반도체나 전자 산업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투자와 개발을 위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다.

과거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까지 위협하면서 위세를 떨칠 때가 있었음에도 지금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밀려난 바 있다. 

이는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돌다리를 두드리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새로운 공정을 시도하다보니 조금씩 따라 잡히다가 결국에는 아예 뒤처지게 됐다는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시기 놓치면 안돼, 다양성 확보必

업계 전문가는 “시기적으로 가장 적당할 때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산하는 쪽이 이기게 되는데 소재가 없어, 1-2년 우왕좌왕하다 보면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도시바가 삼성이나 하이닉스에 굴복한 것처럼 다른 곳이 이 기회를 잡으면 우리 기업들은 해당 분야에서는 설 곳을 잃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의 비메모리 분야 반도체 기업 TSMC의 고객들을 조금씩 우리 고객으로 만들어 왔지만, 현재 일본의 경제보복조치 상태가 지속 이어지거나 더 확장된다면 고객들을 다시 대만의 TSMC나 또 다른 경쟁 국가의 기업에 빼앗길 것이고, 이를 회복하는 것은 힘들어질 것이라는 풀이다.

다만 지금 힘들고 위기 상황처럼 느껴지더라도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똑같은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며, 소재의 다양성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금 소재 물질이 끊긴 상황도 아니고, 기존에 받아 확보해 둔 것이 있으므로 아직은 견딜 수 있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규제가 이어진다면,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 보도나 업계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동분서주하며 확보해둔 물량이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유지할 정도는 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이 후의 상황은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가지 물질이나 여러 벤더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재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처럼 한 벤더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다가올 수 있는 다양한 규제에 대해 대응하고 미래먹거리를 위한 전략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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