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2분기 본격화…카드사 선방했다지만 일회성 비용 등 총력전
-경기부진 연체율 증가할까 업계 노심초사…가맹점 수수료 환급도 업황에 부정적

▲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1분기부터 본격적인 카드수수료 조정안이 적용되면서 카드사들 수익 급감을 걱정했지만 상반기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실적을 발표한 5개 사 중 하나카드는 실적이 전년 대비 34.7% 줄어들어 수수료 인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반면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1.2%, 1.6% 감소하는 데 그쳐 한숨돌리게 됐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KB금융·우리·하나·삼성카드 등 5곳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상반기 순이익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7640억 원)보다 7.1% 줄어든 7096억 원을 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곳은 하나카드로 지난해(516억 원)에 비해 34.7%가 줄어든 3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KB국민카드는 12% 감소한 1461억 원을, 신한카드 역시 3.8% 감소한 2713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665억 원을, 삼성카드는 1.2% 줄어든 1920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올 상반기 실적에 대해 하나카드를 제외하고 모두 예상을 웃도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업계는 지난 2분기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이 본격화된 만큼 큰 폭의 실적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하지만 5개 카드사의 실적은 7.1% 감소에 그치면서 예상치를 넘어섰다.

다만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반영된 캠코 채권매각 관련 일회성 이익 약 300억을 제외하면 전년대비 75억 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케팅비 대폭 줄여…모집인도 구조조정

카드사들이 그나마 실적에서 선방한 데는 영업비와 판매관리비 등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위 업체인 신한카드의 경우 판관비를 올 상반기에만 6% 줄였다.

한 카드사는 최근 카드모집인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카드사는 카드 한 장당 모집인에게 15만 원을 지급하는데 모집인 수를 줄이면 당장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카드사도 지난해 1분기 3200명에 이르던 카드모집인 수를 올 2분기 2200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였다.

여기에 일부 카드사는 주실 채권을 매각해 영업 손실을 줄였다. 한 카드사는 올해 2분기에만 250억 원 상당 채권을 팔았다.

이와 함께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로 눈길을 돌려 수익 악화를 최소화 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올 상반기 할부금융 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20.4% 늘어난 634억 원을, 리스는 865억 원(63.4% 증가)을 기록했다.

하지만 5개 카드사 중 후발 주자인 하나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더욱이 당초 마케팅 비용이 적었던 하나카드로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보전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부족했고 일회성 용인이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 관계자는 본자와의 전화통화해서 “하나카드 실적이 실적표로 보면 크게 감소했지만 당초 카드 수수료 여파로 380억 원 가량의 수익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180억 원 선에서 마무리 돼 사실상 200억 원을 번 셈”이라며 “타 카드사의 경우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카드사들 상당수가 큰 타격을 입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올 하반기에는 부동산알림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를 비롯해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해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해 선보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수익에 사실상 타격을 입게 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고객 혜택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올해 들어 입학·결혼 등 시즌마다 진행되는 일회성 마케팅비를 대부분 없애면서 고객에게 돌아가는 할인 혜택 등이 지난해 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혜자카드’도 나오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기존 발급된 혜자카드를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줄어든 수수료 여파 고객혜택 축소로 직결

업계는 고객 혜택을 대폭 줄이면서까지 마케팅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경기부진에 따라 카드 연체율 증가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0.3%포인트 낮춘데 이어 일본 수출 규제 영향에 따라 추가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카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가 악화된다면 각 카드사의 연체율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대손충당금 규모도 급증해 결국 카드사의 비용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하반기 예정된 카드수수료 환급 역시 카드업계 악제로 꼽힌다.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과 지난 2월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가계약을 맺은 뒤 아직까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당초 가계약보다 수수료율이 낮아질 경우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올려받았던 수수료 중 차액을 대형가맹점에 환급해줘야 한다. 카드 업계는 올 연말 쯤 협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는 9월 중순 예정돼 있는 신규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환급도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창업해 매출액 정보가 충분치 않은 신규 가맹점주들은 지금까지 해당 업종의 평균 수수료율(양 2.2% 수준)을 적용받았다. 앞으로는 연 매출 기준에 따라 최저 0.8%(영세가맹점 신용카드 기준)까지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이에 카드 업계는 오는 9월 11일까지 올려 받았던 수수료의 차액을 이들에게 환급해줘야 한다.

꿈적 않는 대형가맹점…울며 겨자먹기 계약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당초 낮아진 카드수수료를 보전하기 위해 대형가맹점을 중심으로 수수료 인상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으로 번번이 완패하고 있다.

최근 한 시중은행 계열 카드사는 한 대형마트와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기준 1.9%에서 1.94%로 올렸지만 당초 해당 카드사가 통보한 2% 초반과는 거리가 멀고 체크카드 수수료율의 경우 오히려 기존 1.54%에서 1.53%로 낮아졌다.

삼성·현대카드 등도 최근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사들과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 했는데 애초 통보한 수수료율보다 낮은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협상 과정에서 이마트의 경우 일부 카드사들을 상대로 계약 해지를 언급하며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는 예기도 들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일회성 비용 등으로 카드사들이 수익 감소를 최소화했지만 하반기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수익 감소를 두고 선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올해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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