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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칼럼] 글로벌경제 속 '반외세' 감정적 대응에 관한 소찰"저급한 종족주의를 탈피하고 미래로 가자"
  •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 승인 2019.08.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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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산 향나무 뽑기가 독립운동인가?|
일본 국화인 벚꽃나무는 왜 그냥 두는가?
사과나무를 다 뽑아내고, 사과는 다 폐기 처분하라! 거의 다 일본 원산이다.
저급한 종족주의를 탈피하지 못하는 한국은 전근대 국가이다.

▲ 1956년 9월-28일에 촬영된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독립문(獨立門)의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전 KBS 이사) 칼럼@이코노미톡뉴스]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한일(韓日) 간 경제갈등이 시작되기 전의 일이었다.

학교에 근무하는 한 지인이 알려주길, “좌파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교육청 공문을 받았는데 학교 내의 향나무를 전부 베어내라는 것”이었단다. 또한 베어낸 자리에 대신 심는 나무에 대한 지원을 해 준다는 것이었으니, 피 같은 세금을 그런 식으로 허투루 쓴다는 것이었다. 향나무가 일본 원산인 나무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고, 안 베어낼 수 없도록 압력을 가해 결국 학교는 향나무를 다 베어낼 수밖에 없었다 한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으나 실제 일어난 일이었다. 이것은 광기(狂氣)에 가까운 사고방식이자 행동이었다.

현 상황에선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왜 애꿎은 향나무만 베어내는가. 사실상 한반도의 많은 식물들 중 외래종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일본이 원산인 것도 꽤 많다. 사과를 일단 보자. 제일 많이 먹는 후지(富士, 부사) 사과는 이름 그대로 일본 원산이다.

그 외의 거의 모든 품종(국광, 홍옥 등)이 일본에서 개량된 일본 원산이다. 그러면 단단한 과질 신맛이 거의 없고 짙은 녹색의 인도사과는 인도 원산 아닌가? 천만의 말씀이다. 원래 미국 인디애나 주(州)에서 건너온 것을 일본인들이 개량하면서 인디애나를 인도로 잘못 발음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우리가 먹는 인도사과조차 일본 개량종이다. 그러면 전국의 사과나무는 왜 다 안 베어버리고 “쪽발이”들의 사과는 다 폐기 처분하지 않는가.

그것뿐만 아니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이니 다 베어버려야 할 첫 번째 “흉측한” 나무와 꽃인데 왜 그것은 그냥 두는가. 아예 이참에 진해의 유명한 벚꽃축제도 금지하라. 일부 “국뽕”들이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주장을 하겠지만(그리고 일부 벚꽃은 한반도가 원산이지만), 미안하게도 진해의 벚꽃 등 한국에 있는 대부분 벚나무는 일본 원산 품종이다. 아니 고추도 일본에서 온 작물이니 고춧가루, 고추장은 물론 김치도 배척운동을 해야하지 않나? 제주 감귤도 일본 원산이다. 딸기도 마찬가지다.

“일본 자동차 주차금지”라고 경고문이 붙여진 아파트 주차장 사진도 봤고, 일본 차는 서비스를 거부한다는 자동차 서비스 센터들도 꽤 된다. 그런데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원래 심장격인 엔진이 미쓰비시 제품을 썼으며, 엔진을 자체개발한 후에도 한국 차에는 일본 부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그러면 일본 부품이 들어가는 모든 자동에 대한 서비스 거부를 하는 것이 일관된 행동 아니겠나. 참고로 일본 제품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자동차는 한 대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반일 운동의 선봉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차는 일본제 고급승용차인 “렉서스(토요타 자동차의 고급브랜드)”이다. 이번 기회에 박 시장은 타고 다니는 렉서스를 화형시키고, 차 부품의 전체를 순 국산인 것으로 제작해서 타고 다니는 것은 어떻겠나.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KBS는 다시 한번 뉴스에서 블랙 코메디를 연출했다. 앵커가 들고 있는 볼펜은 국산이란다. 그러나 그 볼펜의 볼(ball)은 일본제이고, 볼펜 만드는 공구들도 대부분 일본제이다. 방송장비의 상당수가 일본제 아닌가? 캐논과 소니 없이 사진과 영상촬영이 가능한가? 어느 “좌좀” 매체는 캐논 카메라의 상표명을 테이프로 가리고 국산인 척 가장하는 처절한(?) 노력을 했다.

이런 소극(笑劇)은 언제쯤 끝나려는가. 이해찬 대표는 일제불매운동을 얘기하면서 일식집에서 맛있게 사케를 드셨다. 그러고는 “정종”이라고 끝까지 오리발이다. 전대협 동국대 운동권 출신의 최재성 의원(송파구)은 도쿄를 포함한 일본을 여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정도까지 오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권은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니 상호모순에 갈팡질팡 난리도 아니다.

인류, 민족, 민주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대통령, 철학, 문화, 문명, 사회, 경제, 사상, 계급, 종교, 이성, 과학, 공간, 이론, 개념, 지식, 권리, 의무 등등 우리가 쓰는 무수히 많은 단어들도 후쿠자와 유키치 등 일본인 근대화론자들이 서양 언어 들을 번역하면서 동양어로서의 개념이 없던 것들을 새로 만든 조어들이고 한국 등 다른 한자 문명국가들이 수입한 단어들이니 그런 단어도 일체 쓰지 말자! 그러고 보니 조어(造語)라는 단어도 일본식 한자어이다. 일본의 한자 조어 없이 언어와 문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수준 낮은 반일감정은 한국사회에 엄청 깊고 넓게 펴져 있다. 정치인들이 이런 반일 정서에 기댄 언행을 일삼는 이유는 그런 선동이 잘 먹히기 때문이다. 가장 손쉽게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니 이것을 쓰고 싶은 유혹은 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 정권은 원래 종북종중(從北從中) 반일반미(反日反美)체제이니 이런 수법을 단지 지지율 높이는 방식을 넘어서 아예 정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이용해 왔다.

“‘친일 프레임’은 민주당 총선 승리 전략”이다. 이것을 이용해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선점하고 결국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용한다는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의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의 보고서가 유출되면서 현 정권의 속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나라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닌 듯하다. 나라는 박살이 나도 총선만 이기고 정권 재창출만 하면 된다는 이런 태도로 무슨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겠는가?

희한하게도 이러한 소위 “반외세 감정”은 북한과 중국이 대상이 되면 정반대의 태도로 돌변한다.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정권이 관대하다 못해 굴종적인 태도를 보여도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는다. 길고 긴 기간 동안 중국에 대한 “조공체제” 속에서 배태된 “굴종의 DNA”가 발산되는 현상이리다.

북한에 대해서는 값싼 ”종족지상주의“가 맹위를 떨친다, 이것은 과거 ”폐쇄적 민족지상주의“라고도 했지만, 민족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아까운 저급한 수준의 집단정서였다. 마침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명예교수가 ”반일종족주의“라는 적절한 용어를 제시해줬고, 적절한 시기에 책이 나와서 많이 읽혀지고 있다. (이영훈 등 저, <반일종족주의: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 미래사, 2019). 그런데 빠지는 데 없는 조국 교수는 제대로 이 책을 읽거나 알지도 못하고 저질 구호만 나열하는 비방을 했고, MBC는 이 교수의 집 앞에서 강압적인 취재를 강행했다.

그런데도 정권은 결국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의 '부끄러운 동문상' 투표에서 조씨는 압도적인 지지(?)로 ”서울대생이 뽑은 가장 부끄러운 동문“ 1위에 당당히(?) 오르자마자 정권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을 했으니 현 정부의 아집도 대단함을 새삼 느낀다.

몇 달 전 문재인 대통령 이하 현 정부 사람들은 독립문 앞에서 반일 세리모니를 했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정말로 몰(沒)역사적인 코메디였다. 청일전쟁의 결과로 맺어진 시모노세키 조약 1조에 따라 조선이 청나라에서 독립된 상황에서 독립협회가 예전에 청나라 사신들을 영접하는 영은문 자리에 세운 것이 독립문이다.

그래서 일제 시대에도 일본이 사적지로 잘 보호했던 것이 독립문이다. 더군다나 독립문에 새겨진 글자를 쓴 사람은 이완용이었다. 그런 곳에 가서 반일 퍼포먼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다. 그곳은 반중(反中) 퍼포먼스를 해야 오히려 알맞은 장소이다. 이제 실제 설립목적과는 전혀 다른 용도를 독립문을 사용하지는 말자.

도대체 ”문명(물질문명 정신문명 둘 다 공히)의 전파와 융합“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전근대적 인간들이나 할 수 있는 향나무 뽑기 운동이 버젓이 ”독립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곳이 현재 한국이라는 공간이다. 극단적으로 폐쇄적이고 퇴행적인 반일종족주의를 타파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한국의 미래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이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국제사회에서 성숙하게 행동할 자질을 갖췄는지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번 한일 갈등의 진행 상황과 결말은 한국사회의 향후 진로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바로미터(barometer) 역할을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2019년 8월 2일 펜앤드마이크에 실렸던 칼럼을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일본여행금지구역 설정 제안 등 상황변화를 반영해 필자가 증보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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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econotalk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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