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호]

흡연구역.jpg

금연정책 부실

흡연실 공기오염 심각

환경보건 안전평가학회 조사

비흡연자 간접흡연피해 못막아

열악한 흡연시설 비흡연자 피해

한국환경보건안전평가학회(회장 조영봉 연세대 환경과학연구소장)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 5주년을 맞아 실시한 흡연실 이용 및 환경실태 조사결과, 다중시설 흡연실의 공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흡연실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관리기준도 실내 공기오염기준치에 준해 관리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11월 23일 ‘우리나라 흡연환경 현황과 대책’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환경보건안전평가학회 창립기념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됐다.

정경수(鄭炅洙) 한국담배소비자연맹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는 허정 전 서울대보건대학원장의 ‘흡연과 건강’ 기조연설에 이어 과학기술분야와 사회과학분야로 나눠진 전문가 6명의 주제발표로 이어졌다.

과학기술분야는 조영봉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이문수 한국인삼연초연구원 책임연구원, 김광영 전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발표했다.

조영봉 교수는 ‘흡연실 규격화를 위한 모형흡연실 내외 공기질 평가’에서 “현재 건물주나 시설관리주들이 편법으로 운용하고 있는 흡연실 기능은 이용자는 물론 비흡연자들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기에는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에 정하고 있는 금·흡연구역의 구분 지정이 간접흡연으로부터의 보호가 주목적이라면 현재 규정하고 있는 흡연구역 설치기준은 대폭 보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흡연실 내 먼지 등 유해인자를 제거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다기능설비를 개발하고 흡연실에 적합한 규격화된 청정 건축자제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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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 그린존 시범설치 모습>

식당공기오염은 흡연보다 타요인

이문수 한국인삼연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흡연환경 실태 및 대책’에서 ‘전세계 주요도시 식당 내 ETS(Environmental Tabacco Smoke) 농도와 실내공기의 질적 수준에 비치는 영향평가’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 식당내 ETS농도는 다른 도시에 비해 환기량 및 환기시설이 열악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또 어느 범위내에서는 흡연량이 증가하더라도 공기의 질적 수준에 미치는 영향은 낮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내의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식당내 손님수와 외부공기의 질적수준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우리나라 비흡연자들은 ETS에 대한 우려보다 담배냄새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어 식당내 환기량의 증가와 환기시스템의 개선이 더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사회과학분야 발표자는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한상욱 사단법인 아태EHS연구위원장, 강용탁 경영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이었다.

‘우리나라 흡연실 이용실태 및 문제점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한 이주열 교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 5년이 넘은 현시점에서 볼 때 흡연실 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해 비흡연자들이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흡연구역 있어도 이용률 저조

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가정 흡연장소는 마당을 포함한 베란다가 50.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거실 15.0%, 방 14.7%, 화장실 9.2% 순서로 나타났다. 집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경우도 6.1%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흡연실·흡연구역이 마련돼 있는 곳에서도 흡연실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15.2%였고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은 34.3%에 지나지 않았다.

응답자의 50.4%는 ‘가끔 이용한다’고 답해 흡연실·흡연구역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실·흡연구역 이용소감에 대해서는 40.3%가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답했고 34.4%가 ‘공기가 탁해서 불쾌하다’, 14.0%가 ‘환경이 지저분해 불쾌하다’고 답했다. 11.5%만이 ‘마음 편히 피울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흡연실 개선사항에 대해선 ‘환기상태’라는 의견이 67.7%로 가장 높았고 ‘접근이 편리한 위치’ 13.1%, ‘공간넓이’ 7.6%, ‘흡연실 수’가 7.3%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금연건물에서조차 화장실 등에서 흡연이 이루어지고 있어 흡연실 및 금연구역 이용에 대한 홍보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흡연과 관련해 적극적인 보건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국내외 담배사업자, 담배생산자·소비자 등이 기금을 출연해 흡연피해구제대단(가칭) 같은 단체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대중시설 필요환기량기준 시급

한상욱 아태EHS연구원장은 ‘선진 외국의 실내공기질 기준 비교분석을 통한 우리나라 흡연실 공기기준 설정방안’에 대해 주제발표했다.

그는 “금연구역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선진 각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직장이나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필요환기량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원장은 “보건당국은 상징적인 금연구역의 확대보다는 환경부 복지부 건교부 노동부 등 분산되어 있는 실내공기질 관리제도부터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실내공기질 관리 CO₂는 보건복지부가, SO₂는 환경부가 담당하는 등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원장은 이와 함께 니코틴 타르보다 더 유해요소가 될 수 있는 먼지TSP, CO, 세균, 곰팡이류 등 흡연실의 단계적인 공기기준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흡연관련 법적 규제 현황과 대책’에 대해 발표한 강용탁 경영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담배산업과 소비문화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한 원장은 “흡연행위와 광고 및 촉진활동, 판매활동 등 담배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온 결과, 국내 담배관련 규제는 각국 담배규제의 일반적 유형들을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상위의 규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담배의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흡연환경의 개선이나 담배소비자의 건강생활 지원 등 담배소비자의 권리 증진에도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흡연자 세금 1%만 투자해도

국민건강증진법에는 공중이용시설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해당시설의 소유자나 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1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돼있다.

한동수 담배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하고 환기시설 등 흡연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정부가 금연구역 위주로 관리, 규제하는 바람에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처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금연정책에 의해 법정흡연정책이 간과되고 있다”며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쾌적한 흡연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자가 내는 연간 5조원의 세금 중 1%만 투자해도 이 흡연공간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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