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호]

담배는 납세산업

연 3조원의 재정기여

郭周榮(곽주영) 사장, 브랜드로 외산과 경쟁

흡연권, 건강권 동등보호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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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매관료 출신의 곽주영사장>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표정관리

담배인삼공사의 입지가 난처하다.

아직은 국내유일의 담배사업자로서 담배를 생산, 판매하면서 정부의 금연시책에도 부응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반면 고객인 흡연자들의 눈치가 만만치 않다.

비흡연자들의 권리신장에만 신경을 쏟고 흡연자의 권리는 무시해도 좋다는 말이냐는 항변을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공사의 경영은 흡연자의 만족 하에 비흡연자의 권리보호를 충족시켜야 하니 참으로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정통 공사맨으로 경영을 맡은 곽주영(郭周榮) 사장은 이 문제에 관해 원론적인 답변으로 체면을 차리려 한다. ‘양쪽의 권리가 동등하게 존중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공사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힌다.

매우 훌륭한 답변이자 모범답변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금연시책과 이에 끌려가는 공사에 대해 흡연자는 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흡연자들은 금연시책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담배판매에 열중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두 가지 일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보호를 위한 흡연예방 캠페인을 벌이면서 흡연자에 대한 쾌적한 흡연환경조성과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해 공공시설내의 흡연실 설치 등 건전한 흡연문화 정착을 위한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공공장소 구석에 마련된 흡연실에는 공사가 설치한 공기청정기가 가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담배인삼공사 사장의 경우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며 말 한마디 표정 한순간에도 신경을 써야할 특수한 경영자로 믿어진다.

공사전환 후 획기적 경영개선

담배인삼공사는 과거 전매청이 87년 공사체제로 개편된 공기업이다.

공사로 전환한 후 관청체질을 벗기 위해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의 성과를 올린바 있다.

1만3천명이 넘는 인력을 4천5백명으로 줄였으니 무려 66%의 고강도 감축이었다.

조직도 1백64개 부서를 없애 32%의 감축율을 나타냈다.

그리고 정부의 제2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에 따라 제조시설의 폐쇄, 인삼사업의 자회사화, 퇴직금 누진제의 폐지, 후생복지제도 등의 개선으로 연간 2천1백억원의 수익증대 효과를 거두었다.

곽 사장은 구조조정 성과를 97년도 대비 1인당 노동생산성 72%, 영업수익 2백43%의 증가로 설명한다. 실로 관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경영개선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된다.

곽 시장은 앞으로는 시장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혁에 중점을 두고 4대 중장기 경영전략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첫째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우위 확보, 둘째 주력 브랜드의 육성과 시장 다각화, 셋째 바이오산업, 종합물류업 등으로 사업다각화, 넷째 책임과 보상이 분명한 가치지향의 기업문화 구축 등이 공사가 갖고 있는 발전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 하에 공사는 지난해 3·4분기까지 순매출액 1조2천6백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3%가 늘어났을 뿐이지만 영업이익은 3천6백80억원으로 22.5%, 그리고 당기순이익은 2천6백41억원으로 무려 49.2%를 증가시켰다.

금연시책의 강화 속에서도 경영면에서는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여 자랑할만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자부이다. 담배값 인상으로 이익이 늘어난 부문도 있겠지만 곽 사장으로서는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받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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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권과 건강권을 동등하게 보장하겠다는 곽사장>

글로벌화 브랜드 전략추진

담배인삼공사의 올해 경영환경은 국내외적으로 더욱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담배사업자가 고개를 들고 판촉활동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곽 사장은 원론적인 경영목표로 새해 공사의 진로를 설명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역량 극대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장기반 강화, 미래산업 진출을 통한 성장성 확보 등이 그것이다.

공사가 미래산업 진출에 역점을 둔다는 것은 담배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고 건강을 생각하는 바이오산업 등도 열심히 개척하겠다는 약속이다.

곽 사장은 담배산업의 독점체제가 경쟁으로 바뀐 후 수입담배에 관세가 무거워지자 다국적 담배회사가 국내에 공장을 건설하자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경남 사천에 착공한 BAT사 공장이 내년이면 제품을 출하하게 되고 PM사, JT사 등도 국내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내 민간제조회사도 등장할 전망이고 수입업체들도 늘어나 시장확보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공사는 고급화전략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곽 사장은 그동안 담배가격 결정권을 정부가 행사하며 물가안정을 이유로 억제위주로 통제했기 때문에 신제품을 출하한 후 원가상승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신제품을 내놓고 몇 년이 지나면 적자품목으로 전락하여 할 수 없이 또 다른 신제품으로 적자를 보전해 왔었다고 실토한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제조독점 폐지와 함께 가격결정 자율권을 확보함으로써 앞으로는 Long Run 브랜드를 육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반긴다. 곽 사장은 이에 따라 브랜드 진단을 통해 경쟁력있는 브랜드를 선정하고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여 글로벌화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다.

담배값 때문에 수시로 신제품으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기억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를 육성하여 세계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외국산과 맞서 마케팅 전략

공사는 외산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시장변화에 긴장하고 있다.

곽 사장은 브랜드 중심경영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시장조사와 함께 브랜드 관리조직을 확대하고 Brand manager제도를 도입했으며 브랜드 진단을 통해 18종의 기존 브랜드를 새롭게 꾸미는 Renewal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가격전략에서 보면 갑당 1천8백원의 고가시장은 외국산이 거의 독점하고 공사는 중저가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형세이다.

이에 따라 고급브랜드로 고가시장을 침투하고 중가시장은 브랜드 혁신으로 외국산 침투를 방지하려는 전략이다.

저가브랜드는 모두 적자이나 앞으로는 가격인상으로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유통전략으로는 경쟁사 수준으로 마케팅을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판촉 전문대행사를 운영하고 배송(配送) 위주의 영업현장 조직을 시장관리 및 판촉업무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외국산 담배가 공격적 마케팅을 벌일 때 지난해까지 공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방어적 자세였지만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태세로 시장을 넓혀 가겠다는 뜻이다.

32개국에 116억개비 수출

담배도 훌륭한 수출상품의 하나이다.

외국산 담배가 국내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할 때 공사는 해외시장 개척에 적잖은 실적을 쌓아 올렸다.

95년도 담배 수출실적은 8억개비였으나 2천년 62억개비, 지난해는 1백16억개비에 달했다. 6년만에 15배의 수출신장을 기록했다.

수출시장은 주로 아시아와 중동 각국이다. 95년 21개국에서 지난해는 32개국 흡연자에게 우리나라 담배를 피울 수 있게 수출했다.

곽 사장은 올해수출은 1백50억개비, 2천5년에는 3백억개비, 2억5천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담배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북한에 담배공장을 운영하고 잎담배도 계약재배하고 있다.

곽 사장은 지금까지 북한 룡성공장에서 담배를 제조하여 반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북한의 담배산업 전반에 공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귀띔한다. 북한이 원할 경우 설비와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잎담배와 인삼재배의 경우도 지금까지는 단순구매방식이나 앞으로는 기술과 장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힌다.

이미 3㏊의 잎담배 시험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삼도 올해부터 4㏊의 시험재배를 실시한 후 매년 10㏊씩 이를 확대해 가겠다고 한다.

담배사업이 수출과 대북경협사업으로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반적인 금연캠페인 분위기 속에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대북지원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경영혁신의 하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관련지분 33%도 매각대상

공사는 민영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세수를 목적으로 담배사업을 벌일 명분이 없어졌다.

그래서 지난 99년 국내공모를 통해 정부보유 지분 18%를 매각하고 2천년에는 중소기업은행 보유지분 중 10%를 해외교환사채 발행으로 매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DR 및 EB발행으로 약 48%의 정부 및 정부기관 지분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정부영향 하의 지분은 기업은행 19%, 산업은행 7%, 수출입은행 7% 등 33%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들 지분의 매각시기와 방법을 시장여건에 맞춰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영화의 기본방향은 소유분산을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이며 투명경영으로 공기업 개혁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공사는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 13명중 9명을 사외이사로 개편하여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개선의 기초를 마련한 바 있다.

그 사이 담배사업이 세수를 목적으로 한 전매사업에서 공기업을 거쳐 민간기업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사가 민영화되면 시장을 통한 담배사업의 경쟁력 확보가 기본이다.

시장에서 흡연자들은 소비주권을 요구하고 비흡연자들은 건강권을 주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곽 사장은 부딪히는 이 두 가지 권리를 동시에 만족시켜줘야 하는 고독한 경영자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연간 3조원이상 납세산업

곽주영 사장은 전남 구례출신으로 부산고교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기술고시를 통해 전매관료가 되었다.

지난 74년 이후 경영정보실장, 경영기획국장, 서울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공사사장이 되었으니 정통 공사맨이다. 전매청에서 공사까지 28년간 담배와 함께 살아온 전문 CEO로서 이제야 되돌아보니 너무 격세지감에 젖는다는 소감이다.

담배사업이 걸어온 정부독점 전매에서 87년 시장개방, 지난해 제조독점 폐지까지를 회고하는 말이다.

곽 사장은 담배사업이 국가재정에 크게 기여해왔음을 상기시키며 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노라고 밝힌다.

담배소비세와 교육세 등 매년 3조원 이상 국가재정에 헌신해온 것이 담배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싶다는 뜻이다.

게다가 시장개방 이후 외산담배와 경쟁하면서 잎담배경작 농가를 보호해온 것도 국민경제에 기여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곽 사장은 올해 공사가 최상의 직장분위기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행여 금연시책 등으로 사기가 떨어질 경우 공사가 맡고 있는 국가와 사회적 역할이 위축될 것을 경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인사 및 교육제도의 개선에 역점을 두어 인적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

아울러 남은 과제인 소프트웨어면의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내실화를 이룩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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