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대신 임단협 교섭 응해…각 노조, 광복절 앞두고 국민 정서 반영

▲ 대한민국 노조들이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따른 무역도발로 예고됐던 파업 또는 이를 위한 회의를 미루고, 임단협 교섭에 응하는 등 국민정서를 반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대문에 있는 독립문 부근에 걸린 'NO아베' 현수막. (사진편집=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따른 무역도발에 대한민국 노조가 술렁이고 있다. 집중휴가를 마치고 현장으로 복귀하면 임단협 등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파업 등의 강경 행동을 기약하고 있었으나, 그 사이 바뀐 공기를 의식하는 듯 잠잠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수출규제카드를 꺼내들었던 일본이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의 한국 제외를 결정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동시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청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가 수입한 자동차 부품 가운데 18.7%가 일본산이다. 혹자는 지난 2009년 보다 15% 가량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큰 비중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일본으로 수입하는 품목에는 반도체 관련 소재들을 비롯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 무선통신기기, 선박, 가전 등 그 분야는 우리 산업계 전체를 아우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도 강경한 대응으로 일본에 대한 무역우대국 제외를 단행했으니, 행여나 하는 마음에 정부나 업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본의 추가적인 행동이나 도발을 지켜보는 분위기인데 노조들도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양국의 우호·협력 노력에 비춰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과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 말했다.

합법적 파업권 확보하고도 한걸음 물러선 노조

이런 가운데 파업을 예고하거나 예정하고 있던 건설, 조선 및 중공업,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의 노조들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고도 이를 단행할지 말지 고심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당장 이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만큼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무역도발 등으로 국내 정서와 맞물린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지난 주말만 하더라도 언론들은 각 분야별 노조들의 파업이 도미노처럼 연이어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었으나, 예측과 달리 파업이 단행됐다는 소식은 전해진바가 없다.

아울러 지난 12일 오전부터 대대적인 총파업을 단행할 것으로 예정하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전날 오후부터 당일 새벽까지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거쳐 총파업을 철회했다.

이날 타워크레인 노조와 국토교통부는 소형타워크레인 규격 기준안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노사민정 협의체 회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부의 노력도 노조의 이해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집중휴가 이후 파업예고 노조, '잠잠'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및 기아차,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국GM 등도 당장 이주 내에는 파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코노미톡뉴스 취재진에게 “지난 집중휴가가 시작되기 전에만 하더라도 휴가를 마치고 나면 파업을 속행하거나 관련 회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휴가기간 동안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로 한국 제외를 강행하면서 생각이 많아진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집중휴가에 들어가 있던 지난 2일, 일본은 우리 정부의 대화 요청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북한 등으로의 불법 무기 부품 제공 또는 이와 유사한 이유로 수출우대국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반일감정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날이 갈수록 확산됐으며 유니클로, 한국콜마, DHC 등 우리나라에 대한 비하 발언이나 국민정서를 건드린 업체들에 대한 반발심은 절정에 이르렀다.

일본 경제보복조치, 기업도 노조도 국민정서따라

국민들의 감정을 그대로 읽었을까.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중앙대책위원회를 열고 ‘한일 무역갈등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한 파업 유보’를 선언하고 교섭에 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GM도 계획된 연간 결의대회 수준의 투쟁만 이어갈 뿐, 이전 파업에 대한 강경 입장과는 달리 당장은 파업을 예정하지 않고 있다.

조선업 관계자도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 등도 당장 광복절을 앞두고 국민여론이 결속돼 있는 시점에 이번 주 안에는 파업 또는 이와 유사한 행동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도발의 영향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타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노조가 산업의 구성원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6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기업들은 전향적으로 협상해 달라”며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도발에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 전략 마련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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