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메리츠 컨소 한달 만에 억울하다며 가처분 신청…한화 발목잡기 반발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 입찰에서 높은 금액을 써내고서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메리츠 컨소)이 코레일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사업자 선정 과정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메리츠 컨소(메리츠종합금융·STX·롯데건설·이지스자산운용)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6일 대전지방법원에 코레일을 상대로 서울역북부 유휴부지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협상자 지위를 보전하고 코레일이 본 컨소시엄 외 제3자와 협상을 진행하거나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 일대에 위치한 코레일 유휴지를 서울역과 연계 개발하는 사업으로 컨벤션, 호텔, 오피스, 상업 문화, 레지던스, 오피스텔 등의 복합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총 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업 일찰 경쟁에는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한화종합화학·한화건설·한화역사·한화리조트·한화에스테이트),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물산·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자산운용), 메리츠 컨소 등이 참여한 가운데 메리츠 컨소가 타 컨소시엄에 비해 2000억 원 이상 높은 9000억 원을 써내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 후보였다.

하지만 코레일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충족하라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메리츠 컨소가 끝내 이를 충족시키기 못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됐다.

이에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한화 컨소)이 차순위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한화 컨소와 코레일은 이번 사업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높은 금액을 써내고서도 탈락한 것에 대해 메리츠 컨소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메리츠 컨소 측은 코레일의 요구가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사업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게 돼 있고 금산법 적용은 SPC의 지분 취득에 대한 문제라고 항변하고 있다.

메리츠 컨소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SPC 지분 취득에 관한 사전 승인을 받아오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금산법 제24조 제1항에 다르면 동일 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내세웠다.

또 코레일은 메리츠 컨소가 주장하는 ‘적격’ 판정 후 ‘부적격’으로 탈락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1차 심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돼 오로지 ‘기술검토’와 ‘가격평가’에 국한해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2차 심사에서 ‘금산법’과 같은 관계 법령상 사업주관자로서의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전문가들과 심의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또 메리츠 컨소가 우선협상자 선정 후 SPC 설립 시 20% 이내로 지분율을 변경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본 사업 공모지침 상 출자회사(SPC)를 설립하는 경우 사업신청 시 제출한 컨소시엄 대표사 및 컨소시엄 구성원의 지분율과 동일한 지분율을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메리츠 컨소 내 금융기관은 지분율은 45%에 달하며 무의결권 주식을 상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인 25%까지 발행해도 금융기관의 의결권 주식이 20%가 돼 금융위 사전승인 대상이 된다.

이처럼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리면서 법정싸움이 길어질 경우 자칫 사업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화 컨소도 일단은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겠지만 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소송으로 인해 지연되는 동안 발생하는 비용 문제 등을 두고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경고를 내놨다.

한화 컨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서 법원의 판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이번 일로 인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메리츠 컨소 측에 사전에 금산법 등에 대해 검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번 소송은 메리츠 컨소가 이번 사업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더욱이 한화 컨소 측은 메리츠금융그룹이 위장 주관사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메리츠 컨소가 주장하는 SPC 설립 후 지분 해소 방안을 살펴보면 메리츠 금융 측 지분 45% 중 의결권 없는 주식을 25%로 발행할 경우 사실상 STX가 25.5%로 최대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이는 사실상 이번 사업의 주체가 STX가 되는 꼴이 돼 메리츠금융그룹은 최대 지분을 투자했지만 최대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

한화 컨소 측는 또 “메리츠 컨소가 토지매입가(5651억 원)를 높게 써 냈다고 하지만 한화 컨소의 제시금액 5326억 원과 불과 325억 원 차이난다”면서 “향후 임대수익을 포함해도 2~3000억 원 차이는 어불성설”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한화 컨소 측은 메리츠 컨소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후 한 달 넘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지난 16일 가처분 소송을 낸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도 앞서 “메리츠 컨소가 입찰 탈락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며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했고 정당한 법적 절차에 맞춰 진행한 만큼 오히려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메리츠 컨소가 서둘러 입장을 정리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관해 메리츠 컨소 측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부적으로 검토를 통해 억울한 지점이 있어 가처분을 내게 됐다”면서 “메리츠 컨소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은 코레일이 2008년 추진하다가 같은해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감사원의 사업성 재검토 요구 등으로 인해 사업이 장기간 중단된 바 있다.

이후 2014년 8월 경 한화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한화컨소시엄이 5개월 만에 사업을 포기하며 장기간 표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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