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은행권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파생결합상품(DLS·DLF)이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이번 사태에 비켜나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어 이들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대비포럼, 리스타트 코리아’ 포럼에서 축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와 관련해 이번 주 후반 검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수천억대 손실이 예상되는 DLS가 은행 등을 통해 판매된 것과 관련해 설계단계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점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8일 기준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상품(DLS·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 원으로 은행이 전체 판매액 중 99.1%인 8150억 원을 팔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우리은행은 4012억 원을, KEB하나은행은 3876억 원을, KB국민은행이 262억 원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파생결합펀드(DLF) 1266억 원이 대부분 원금 전액 손실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독일 국채금리가 유지될 경우 예상손실률이 95.1%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또 KEB하나은행이 주로 판매한 영·미 CMS 금리 연계 DLF 판매잔액 6958억 원도 현재 85%가량이 손실 구간에 진입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금감원 검사를 충실히 받고 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도 “금감원 검사를 받는 게 우선”이라며 “KEB하나은행은 아직 만기가 타사보다 여유가 있어 만기 이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이번 사태에서 벗어나면서 이들의 남다른 투자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DLF를 2017년 마지막으로 판매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누적 판매 잔액이 80억 원에 그쳤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들은 이후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 이미 판매한 상품이 수익률을 달성하고 조기 상환된 시점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해외금리 연계 DLF 판매 잔액은 전무하다. 

KB국민은행은 관련 DLF를 판매했지만 우리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것과는 다른 수익 모델인 ‘리버스 DLF’ 상품을 판매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7월 말까지 판매한 DLF는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0.25% 낮추면서 이미 고객들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으로 판단해 8월부터는 관련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도 자산운용사 등에서 해당 상품 판매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실무자 단계에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들 마다 명암이 엇갈리며 다양한 추축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 중 은행 의존도가 높은 곳에서 사태가 발생했다며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기준 은행 의존도는 67% 수준에 머물러 있다. NH농협은행은 81.8% 수준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97.7%, KEB하나은행은 85.8% 수준의 의존도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금융그룹들이 은행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대표적 비아자이익인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일부러 초단기·초고위험 DLS를 은행 측에서 주문해 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물론 주문 제작한 DLS가 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DLF 판매 고객들 상당수가 각 지점들의 VIP고객들인데 단순히 은행 수익을 위해서 이들에게 고위험군을 판매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DLF 판매 수수료는 1%에 불과해 수익보다는 고객관리 차원의 고수익 상품을 권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은행권의 신뢰도에 흠집이 나면서 일부 자산가 고객들의 이동이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은행들은 손실액 보상보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 온 고객들이 이탈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금감원 검사가 끝나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금융권 전체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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