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미 2조 원 가량의 인수금액 부담으로 인해 인수 ·합병(M&A) 시장이 냉랭하다. 여기에 최근 기내식대금 갈등 등 대외 악재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 모두 적정 몸값을 사수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오는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주식 31.05%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분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 경영 정상화를 진행하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9월 중순 최종후보자(쇼트리스트)를 압축, 실사를 거쳐 오는 10월~11월께 본입찰, 연말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을 거쳐 연내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인수 후보군을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인수 의사를 표명한곳은 애경그룹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뿐이다.

다만 이들의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선 애경그룹은 2조 원대의 매각가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AK홀딩스의 2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2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애경산업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그룹의 저가항공사(LCC) 제주항공 역시 2분기 매출액 3130억 원, 영업적자 274억 원으로 적자 전환한 바 있다.

애경ㆍKCGI 부족한 자금력이 발목

KCGI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천명하고 있지만 이미 한진칼 등에서 지분 경쟁을 벌이면서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조 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KCGI는 재무적투자자(FI)인 만큼 전략적투자자(SI) 없이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주요 대기업들은 막강한 인수 후보군으로 점쳐 지고 있지만 좀처럼 인수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찍이 시장에서는 SK를 비롯해 한화, 롯데. CJ 등이 막강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은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 최근 GS그룹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 같은 미온적인 분위기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의 불안한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2분기 기준 부채규모는 총 9조5988억 원에 달한다. 새 주인이 신주 인수를 통해 자금을 투입하더라고 향후 상당한 규모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중 항공기 임대(리스) 비용 해소도 새로운 인수자의 몫이다. 아시아나항공이 현행 리스계약에 의해 차후 1년 이내 지급해야 할 최고 운용리스로만 8950억 원에 달한다. 또 5년 초과 최소 운용리스료는 4조8637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 기내식대금을 놓고 분쟁이 발생해 이 또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때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의 주범이었던 게이트고메코리아(GGK)가 최근 137억 원의 기내식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GGK는 금호그룹의 우군인 중국 하이난항공과 지분을 출자해 만든 기내식공급업체로 금호그롭은 GGK합작을 통해 하이난항공으로부터 160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자금난에 잠시 숨통을 틔우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난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GGK 지분을 홍콩 사모투자펀드 캐피탈에 매각하면서 GGK가 우군에서 적으로 돌변했다.

불안한 재무구조ㆍ대외 악재…걸림돌 산적

또 속속 드러나는 부채위험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기된다. 특히 1조1021억 원의 리스부채가 다른 부채의 만기 전 상환이 발생할 경우 바로 갚아야하는 ‘크로스디폴트’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숨겨놓은 부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악화된 한일관계, 높은 한율, 미중 무역분쟁 등이 겹치면서 항공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분기에 대한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모든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성수기가 포함된 3분기도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인 것도 인수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금호그룹, 채권단과 인수후보군 사이에 몸값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금호그룹 측은 당초 통 매각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간 분리매각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원칙적으로 통 매각을 시도한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달 29일 열린 청문회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가 2조5000억 원 달할 정도로 커 시장에서 냉대 받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매각을 주관하는 금호산업이 통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통 매각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밝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인수 후보군들은 실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수자 입장에서 구주·부채 문제나 매각 방식 등에 남은 쟁점이 여전한 상황에서 딜 초반부터 개입해 부담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인수전이 장기활 될수록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 초반부터 쉽게 뛰어들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몸값 줄다리기 돌입…후보군 급할것 없어

당장 이번 딜이 불발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도권이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이동하게 돼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대기업들이 당장 급할 것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규제산업인 항공 산업의 특성상 신규 시장진입이 쉽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0년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영업망도 단시일 내 구축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으로 평가된다.

또 에어부산·에어서울이라는 LCC 면허도 딸려 있어 매물 가치로서는 충분하다.

더욱이 최근 한일관계 악화 미중 무역분쟁, 환율 등으로 인해 실적은 부정적이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이용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6156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잠재적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재편을 통해 누가 살아남느냐의 문제라며 업종 자체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누구도 입찰 금액을 공개하며 선뜻 나서기는 힘들다”면서 “누구하나라도 나서서 기준이 돼주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업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 아시아나항공을 통째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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