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신용등급마저 추락 자금조달 빨간불…절묘한 시기에 OK캐피탈 등장
-OK캐피탈, 우호적 대출 조건 제공…코웨이 매각 불발 시 지분 확보 나설 수도

▲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자기자본의 3배에 달하는 몸값을 주고 인수한 웅진코웨이로 인해 웅진그룹이 좌초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OK캐피탈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향후 웅진코웨이 매각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OK캐피탈의 대출조건과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웅진코웨이 인수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의 연결기준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331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3억 원 대비 1283% 급증했다. 특히 3~6월 3개월 간 이자비용만 283억 원에 달했다.

더욱이 상반기 영업이익 205억 원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아 이자보상배율은 1배미만(0.6배)으로 벌어들이는 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

웅진의 비극은 지난해 자기지본의 3배에 달하는 웅진코웨이를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웅진은 담보대출 등 외부 차입을 이용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했다.

덕분에 6월 말 기준 단기 차입금은 2114억 원, 유동성사채 2044억 원, 장기차입금 1조853억 원, 비유동사채 4801억 원 규모로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지난해 대비 장단기차입금이 1조2000억 원 가량 증가했고 2000억 원의 사모사채와 5000억 원의 전화사채를 신규 발행했다.

이러는 사이 신용등급은 투기등급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금리조건이 나빠져 지난해 상반기 3%대에 단기차입금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최고 5.50%까지 급증했다.

결국 웅진은 코웨이 인수를 위해 조달한 단기 자금 1250억 원의 만기가 다가왔지만 디폴트 상태였다.

무리한 코웨이 인수 결국 ‘승자의 저주’

하지만 OK캐피탈이 때마침 등장하며 웅진은 고비를 넘기게 됐다.

OK캐피탈은 지난달 12일 웅진씽크빅 경영권 지분 57.8% 및 웅진 북센·웅진플레이도시 주식 지분을 담보로 1350억 원을 대출해줬다.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현재 웅진북센은 매각이 진행 중이고 웅진플레이도시는 자본잠식 상태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웅진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주식 자산’을 담보로 잡힌 셈이다.

다만 업계는 OK캐피탈 등장을 두고 미묘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이번 대출은 웅진이 모든 주식 자산을 담보로 잡힐 정도로 급박했지만 조건은 다소 웅진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대출 금리에 대해 웅진 측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는 만기 1년 이번 대출 금리를 7.5%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OK캐피탈로서는 상당한 양보를 한 수준이다. 실제 이들은 올 상반기 대출 자산 1조6882억 원을 통해 84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계산해도 대출 건당 연 10% 이상의 금리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웅진은 현재 신용등급이 없어 사실상 외부조달이 힘든 상태였다.

담보유지비율 미적용…지분 확보용 포석

또 이번 대출엔 ‘담보유지비율’이 적용되지 않았다.

통상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대출자가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보전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담보유지비율이 없어 웅진씽크빅 주가가 얼마나 떨어지든 OK캐피탈은 이를 매각하지 않고 끝까지 담보로 들고 있겠다는 뜻이 된다.

결국 OK캐피탈이 등장하면서 웅진의 경영정상화는 다소 복잡해진 양상이다.

웅진은 웅진씽크빅을 통해 인수한 웅진코웨이에 대해 3개월 만에 재매각을 선언할 정도로 차입금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내몰렸다. 더욱이 웅진에너지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는 인수를 위해 급증한 차입금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서 코웨이를 매각해 차입금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웅진그룹은 당장 현금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지만 웅진코웨이와 웅진북센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웅진 빚을 모두 갚고 웅진과 웅진씽크빅 경영에만 전념하면 된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웅진코웨이 매각이 연기되거나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2조 원에 가까운 매물비용을 전량 회수할 수 없게 되면 웅진은 다시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더욱이 웅진그룹은 2012년 유동선 위기를 거치며 사실상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모두 내다 팔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일가도 개인 자산 대부분을 쏟아 부었다.

또 이번 대출로 자회사 지분 역시 거의 담보로 제공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렌탈사업 기웃거리나

이 때문에 웅진코웨이 매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웅진은 다시 금융권에 손을 벌리거나 웅진씽크빅 주식을 내놔야 한다. 이때 OK캐피탈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있다가 담보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핵심 비즈니스인 신용 기반 장·단기대출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렌탈 서비스업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대부업인 러시앤캐쉬로 시작해 OK저축은행, OK캐피탈까지 진출한 바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이 웅진코웨이의 영업 형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수기·비데 등 전자제품을 선 공급한 뒤 이를 담보로 길게는 수년간 원리금과 비슷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OK캐피탈의 대출조건이 궁지에 몰린 기업에 해준 것 치고는 우호적인 것으로 풀이되면서 향후 웅진그룹이 부담할 수 있는 선에서 금리 등 조건을 제시한 뒤 웅진 측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아프로파이낸셜그룹 측이 추가 자금을 투입해 코웨이 등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결국 OK캐피탈 변수가 등장하면서 SK네트웍스를 비롯해 칼라일 등 유력한 인수 후보들이 난처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지연시켜 웅진그룹이 가격을 낮추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연 전략이 자칫 웅진코웨이를 OK캐피탈이 넘겨줄 수 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PEF들이 인수에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연내 완료 하는 것을 목포로 추진 중이다.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9월 말 본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월 5일에는 SK네트웍스, 중국 하이얼 컨소시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 베인캐피탈 등 총 4곳이 숏리스트로 선정됐다. 이들 후보는 약 한달 간의 실사를 거쳐 본 입찰에 응하게 된다.

매각 대상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 매각가는 약 2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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