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제시안 없이 시간 끄는 사측…의미 있는 교섭 한 차례도 없어

▲ 현대중공업 노사 간의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13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장기전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간끌기는 사측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열린 노조의 '오토바이 정지' 시위.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현대중공업 노사가 팽팽히 맞서면서 올해 임금단체협상 교섭은 추석을 앞둔 마지막 13차 교섭에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합원들의 참여율 등 노조가 투쟁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과 함께 장기전으로 갈 경우 협상이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일 현대중공업 노사가 추석을 앞두고 13차 교섭에 들어갔다. 이날 교섭에 앞서 노조는 지난달 27일 열린 9차 교섭에서 한영석 사장이 불참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하며 사측이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차 교섭에서 박근태 노조지부장과 한영석 사장이 직접 교섭자리에 참석해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당일 한 사장은 바쁘다는 이유로 교섭에 불참했다.

이어진 협상에서도 사측은 성과급 산출기준에 대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서 사업부별로 차등지급하겠다는 안을 내밀었으나, 노조는 이전 보다 오히려 후퇴된 안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사장이 나오기로 합의한 원칙도 지키지 못하면서, 성과금 차등지급을 내미는 것은 고기에 등급을 매기는 것과 같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지쳐가는 노조, 시간은 사측 편?

이후 지난 3일부터 이어진 10-11차 교섭에서도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성과금에 대한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의 대립과 교섭난항에 따른 합의 도출 지연이 최근 이어지는 투쟁으로 지쳐가는 조합원들을 볼 때 노조에게는 득이 되기 힘들다는 풀이도 나온다.

최근 노조가 ‘물적분할 무효’를 주장하며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또 지난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비 인상에 실패하면서 최근 2년간 조합비 잔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전 조합원들의 오토바이 정지 시위에 이어 5일 4시간 전체 파업을 통한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했으나, 장기전으로 이어진 투쟁으로 파업 참여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지난 12차 교섭에서 전체적인 제시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13차 교섭을 통해 복지기금을 제시하겠다며 다만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교섭이 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열리는 13차 교섭에서는 사측이 약속한대로 복지기금 관련안을 제시할 전망이지만, 이를 두고도 노조와의 갈등이 좁아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일괄 제시안 내밀지 않는 사측, 갈길 먼 교섭

노조 관계자는 이코노미톡뉴스 취재진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첫째, 임금과 관련해 사측의 일괄적인 제시안인데, 시간만 끌고 아직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이뿐 아니라, 법인분할과 관련된 문제에서 사측은 이를 정당하다 하고 노조는 부당하다 하니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정리할 것인가에 해법도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언론들이 보도한 투쟁 참여율 하락에 대해서는 “투쟁 참여율은 단단하게 지속 이어가고 있고, 원하는 결과를 쟁취할 때 까지 지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후 조합비 관련 투표를 통해 조합의 견고함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지난 주주총회를 앞두고 파업 등 투쟁을 이어온 노조들에 대한 징계를 비롯해 손배소와 가압류 등에 대한 문제도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장 현대중공업 사측이 이와 관련해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교섭을 지연시키며 끌고 나갈 것으로 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갈 때 사측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도 이날 한영석 사장과 박근태 노조지부장 등 양측의 대표가 참석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의미 있는 결과는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수차례의 교섭에서도 사측이 노조가 원하는 일괄 제시안을 내밀지 않고 밀당을 이어가는 것은 나름의 전략일 것이라며, 아직 현대중공업 교섭은 시작도 안한 셈이라고 업계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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