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대율 적용 앞두고 은행들 안정적인 기관 영업에 ‘눈독’
-자금력 앞세운 시중은행 공습에 정부 가이드 마련 과열 ‘경고’

▲ <사진=얀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부터 시금고 쟁찰전을 벌이고 있는 시중은행이 하반기 줄줄이 입찰을 예고하고 있는 기관기금을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특히 은행업 감독 규정 개정안이 2020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은행권이 예수금 확보에 혈안이 돼 있어 안정적인 지방자치단체 금고 및 기관 주거래 은행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저금리로 인해 적정 수익을 두고 고심하고 있어 치열한 기금전쟁에서 누가 웃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약정이 종료되는 지자체 금고는 광역자치단체 5곳(울산·대구·충남·경북·경남)을 포함 50곳에 달해 이들 시금고 진입을 두고 시중은행들이 지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입찰을 마감한 울산·대구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이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곳의 1금고는 모두 해당 지방은행이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최근 지방 시금고에 시중은행들이 적극 뛰어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2012년 금고 은행 지정 방식이 공개입찰로 바뀌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시중은행들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의 진출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로 갈등을 빚고 있다.

신 예대율 적용, 시중은행 진출 부채질

하지만 2020년 신 예대율 규제 적용을 앞두고 있어 시중은행도 금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 예대율은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낮추게 돼 있다. 이에 맞춰 산정해보면 시중은행들은 신 예대율이 100%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들의 원화예대율은 97.2%로 신 예대율이 도입될 경우 3.7% 상승한 100.8%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이에 시중은행의 기금 쟁탈전은 시금고에 이어 기관기금으로 확산되고 있다.

운용 기금 규모 11조3000억 원의 공무원연금곰단은 오는 23일 주거래은행 재입찰 제안서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달 사업 설명회엔 기존 주거래 은행인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공문원연금공단 주거래은행이 되면 약 170만 명의 공무원으로부터 매달 기여금을 수납하고 연금수급자 52만 여명에 대해 연금을 지급하는 금융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앞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연 사업예산 8조 원) 사업자 선정 입찰경쟁에서 우리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기금금고 입찰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과학 연구원이 새로운 금고지기 선정을 위한 입찰에 돌입했고 다음달부터는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명칭)과 한국재정정보원 보조금 통합예탁금고은행,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 R&D(연구개발) 자금 전담 은행 입찰이 예정돼 있다.

또 11월에는 예탁결제원 원리금 교환업무 대행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금고 입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전열을 정비하고 금고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영업에 제동을 걸고 기관영업 등의 강화를 통한 예수금 확보에 힘을 쏟음으로써 예대율을 낮추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 지난해 연간 32조 원 예산을 운용하는 서울시 금고를 따낸 신한은행은 6월 말 기준 신 예대율 추정치가 100.3%인 것으로 분석돼 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 저금리 기조에 손해 감수는 '부담'

다만 최근 금융권의 저금리 기조가 연금 운용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 은행들은 금고 유치를 위해서 손해까지 감수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 사이에서도 명분보다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는 것.

재입찰에 들어가는 공무원연금공단의 경우도 결국 앞서 설명회에서는 시중은행들이 관심을 드러냈지만 결국 입찰에서는 지난 30년간 주거래은행을 맡아왔던 KB국민은행만이 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제안금리 기준이 너무 높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공문원연금공단은 ‘한국은행 기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고 들어오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은행들 역시 깊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도 기금운용으로 수익을 마련하기 빠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금 유치가 은행으로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무리하게 유치전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은행마다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기금마다 평가항목이 달라서 누가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시금고를 시작으로 과다출혈 경쟁이 발생하자 은행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정안정부 역시 올해 초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저 평가 기준 개선안’을 마련해 은행들이 출연금 배점을 낮춘 바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대출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측정하는 데 은행들이 무담을 느끼자 결국 기존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행안부가 발표한 개선안 중심으로 은행의 기관영업 추세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뿐만 아니라 지자제 공공기관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상생의 자세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자자체 등 은행의 기관영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속해서 살펴보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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