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생산판매하자 할 때 ‘수익성 없다’ 거절하더니, 수입해와 비싸게 판매”

▲ 한국GM이 수입해 판매를 결정한 대형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에 대해 노조가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 국민들이 보고 듣고 있는데 한국GM 이름으로 판매될 차량을 두고 우리가 왜 불매운동을 하겠습니까” 한국GM 노조 관계자가 취재진을 찾아 푸념을 했다.

20일 일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가 내주부터 수입차 불매운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만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여기에는 말 못할 속내가 있다.

최근 카허카젬 한국GM 대표는 임단협 교섭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의 가동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GM 공장 축소설을 공식적으로 밝힌바 있다.

한국GM 노조, 트래버스·콜로라도 불매운동 아닌 ‘수입 반대’

이에 대해 한국GM 노조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생산물량을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입장인데, 사측이 이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하니 차라리 여기서 생산하지 않는 수입차를 한국GM이름으로 들여오지 말자고 요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아무리 파업을 한들 국민들에게 우리 차량 구매하지 말라고 하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나. 오히려 미쳤다고 할 것”이라며 “동조 받지 못하는 파업은 자살행위와 같은데, 우리가 외부에서 피켓 들고 ‘한국GM 차량 구매하지 마세요’라는 것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한국판매가 결정된 GM의 대형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수입을 반대하는 것은 한국GM의 미래발전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입차종들이 현지화에 실패하면 그 타격이 고스란히 한국GM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한국GM은 이쿼녹스, 임팔라를 수입해 판매하는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입차종의 판매 부진은 알페온과 스테이츠맨으로 이어진다.

매월 수대씩 팔리다 결국 단종됐고, 지금 그나마 판매율이 높은 이쿼녹스도 월 판매량이 100대를 채우지 못해 두자리수에서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우리는 불매가 아닌 수입차종의 국내 수입 판매를 막고 한국GM의 살길을 찾자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 지원금 등을 앞에 두고 GM본사와 한국GM은 10년간 고용안정과 유지를 약속했지만, 1년 만에 그 약속을 어기고 2022년 이후 공장 가동 중단을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적 좋았던 임팔라, ‘한국생산’ 약속 어겨

수입차량의 판매가 저조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에 취재진은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임팔라의 경우 한국GM이 수입 판매를 시작할 때 호평을 받으며 나름 판매 성적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재진에게 “맞다, 가장 쓸 만하다는 말을 들으며 6개월간 주문량이 밀릴 정도로 인기도 있었다”며 “근데 거기서도 사측이 약속을 어기면서 지금의 부진한 상황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연간 1만대 수준 판매량을 달성하면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확약하며 합의서에 싸인도 했다”며 “그런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말을 바꾸고는 연 3만대 이상 팔리면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해주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수입차종의 판매실적이 연간 3만대 규모로 판매된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최근 한국시장에서 인기 가도를 달리는 벤츠 E클래스가 기록을 갈아치우긴 했으나, 이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수입 완성차 업체의 판매실적 그것도 한 차종에 국한해서 연간 3만대 판매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도 임팔라는 3만대 수준 판매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고객들의 대기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길어지는 등 지연 출고가 되면서 기다리던 예약자들의 취소 사태가 지금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트래버스나 콜로라도의 수입·판매 반대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 한국GM이 해외공장에서 만들어진 콜로라도에 대한 수입·판매를 결정했다. 사진은 픽업트럭 콜로라도.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소비자 구매 망설일까? 낮은 연비, 높은 가격

최근 트래버스 가격이 공개됐다. 하위트림의 경우 4500만원부터 최상위 트림 기준 5500만원까지 책정이 됐고, 국산 차종 가운데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를 제외하고 SUV 가격으로는 유사한 가격대를 찾을 수가 없다.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경우도 3855만원과 4135만원 두 가지 트림으로 국내에 수입 판매가 되는데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가격차가 크다.

온라인 차량 리스로 유명한 ‘ㅊ’사이트에 따르면 픽업트럭 최하위 트림 기준으로 3855만원 짜리 콜로라도와 2589만원에 책정돼 있는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 하위트림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계약기간 60개월에 연간 약정거리 2만Km를 둘 때 콜로라도의 초기 인수 비용은 1346만원이며, 렉스턴스포츠의 인수가격은 1000만원이다. 여기까지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월 납입금은 콜로라도의 경우 60만원이 넘어가는데 비해 렉스턴 스포츠는 38만2000원 수준이다.

유류비의 경우에도 1년 2만km 기준 렉스턴 스포츠는 ‘경유’를 연료로 쓰면서 공인연비가 10.3km/리터에 이르지만 콜로라도는 ‘휘발유’를 연료로 쓰면서 공인연비가 8.3km/리터에 머물러 연간 약 100만원 수준의 비용 차이가 났다.

이런 가운데 과거 한국GM 노조가 해당 차종들에 대한 한국 생산·판매를 수년 전부터 지속 주장해오다, 지난 2016년 GM 본사로부터 수익성이 없다고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래버스 한 대 팔면 3만원 남아?

한국GM 노조 한 간부는 취재진에게 “수입 판매를 결정한 차종들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면 한국GM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사장에게 직접 물어봤다”면서 “판매액의 2%를 한국GM에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했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80만원에서 100만원선에 그치는데 이마저도 로열티와 광고비 기타 수수료를 제하고 나니 최종 수익이 안파느니 못한 수준이더라”라고 말했다.

한국시장에서 트래버스를 판매하고 한국GM이 가져가는 수익은 대당 3-4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너무 놀라 외부에 의뢰해 수익을 확인했는데 정말 1대당 3-5만원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해 2월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 매출 원가율이 공개됐을 때도 업계는 크게 놀랐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에 따르면 한국GM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평균 매출원가율이 93.8%에 달해 국내의 현대, 기아, 르노삼성 등의 80%수준인 것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욱 의원은 “GM본사가 부품 등을 한국GM에 너무 비싸게 넘기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매우 보기 드문 회계처리”라고 지적했다.

한국GM과 유사하게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도 80.1% 수준으로 한국GM보다 13% 포인트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 상위에 올라와 있는 기사를 보면 한국GM 노조가 불매운동을 하며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는 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며 “같은 업계에 있지만 양측의 교섭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정황을 파악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언론들이 말하고 있는 성과급? 우리가 요구한 것 맞고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인데 숨길 필요도 없다”며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말씀드리지만 미래발전전망이다. 제가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정말 미래전망이 확보될 수 있다고 하면 임금협상은 양보할 준비도 돼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신차종에 대한 신규 공장이나 회생계획에 대한 부분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어진 노조의 파업과 투쟁은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우려하게 만드는 상황일 뿐”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지난 추석명절 전부터 이어진 한국GM 노조의 파업은 내주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 한국GM이 수입·판매를 결정한 대형 SUV 트래버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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