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현지시간 23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박휘락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26일 유엔총회에 참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대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돌파구 마련을 주문하겠지만, 

필자는 한·미 동맹 복원에 노력해 줄 것을 건의하고 싶다. 한·미 동맹만 확고하면 북핵(北核) 위협도 억제할 수 있지만, 한·미 동맹 없이는 북한의 도발 억제는 물론이고 경제적 번영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에 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없다고 한다. 그러나 ‘을지-프리덤 가디언’ 등 주요 한·미 연합훈련이 모두 중단된 상태이고, 미국 대통령이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데도 문제가 없는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로 한·미·일 협력 체제가 붕괴돼도 한·미 동맹은 공고한가? 지소미아 파기를 걱정했다고 주한 미국대사를 ‘초치’하고, 동맹을 무시하는 언사를 계속하는 안보특보를 통제도 않으면서 한·미 동맹을 걱정하지 않는가? 한·미 동맹의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한국이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회담의 진행 상황이나 결렬을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듯이 비핵화 협상에 관한 한·미 공조도 불안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런데 외교적 비핵화 노력이 실패할 때를 대비한 한·미 핵억제 체제는 아예 가동을 멈춘 상태다. 현 정부 들어서 미국의 핵우산 이행을 보장 및 협의하기 위한 양국 국방부 간의 ‘확장억제 전략위원회’나 정부 간의 ‘확장억제 전략협의체’는 전혀 활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핵공유 체제를 동북아시아에 도입하는 방안이나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한·미 양국 정부 간에 협의되는 바는 없는 것 같다. 상호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철저한 공조 체제를 자랑하던 전통적 한·미 동맹은 서로의 손익계산에만 골몰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의 한·미 동맹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갑자기 나빠져 북한이 수소폭탄과 장거리미사일을 활용해 미 본토에 핵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미국은 ‘서울을 지켜주고자 뉴욕을 위험하게 할 것인지’를 자문하면서 한국 지원을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내용은 인도-호주-동남아시아-일본을 연결하는 것이어서 한국의 상대적 가치는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이고, 한·미 동맹 파기도 서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함으로써 한반도 방어를 위한 미국의 책임을 면제해 주려고 한다. 한·미 동맹 없이 국민을 안전하게 만들 복안이 있다는 것인가? 

대개는 이번 방미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에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의 조기 수용 등 대북 유화책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경우 북한도 관여하지 말라고 했고, 미국도 한국의 무책임한 제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 강화에만 매진한다면 어떨까? 만약,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분담을 어느 정도 증대하겠다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겠다고 말한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즉 확장억제의 보장을 위한 한·미 간의 실무협의 활성화와 동북아시아의 ‘핵공유 체제’ 검토 등을 제안한다면? 북핵 위협이 해결될 때까지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까지 제안한다면? 만약, 이렇게만 한다면 문 대통령에 대한 국내 보수층의 지지는 급증할 것이고, 현 정부에 대한 미국 내의 회의론도 단번에 불식될 것이다. 공고한 한·미 동맹으로 회귀함으로써 북한도 한국을 더는 무시하거나 조롱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되풀이해서 강조하지만, 대통령은 헌법 제66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헌법의 수호’에 전념해야 한다. 당연히 이 책무 수행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미 동맹의 활용이고, 이것은 역대의 한국 정부와 대부분의 국제정치 학자들이 동의하는 사항이다. 정말, 이번 방미(訪美)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미·북 대화 중재나 의미 없는 덕담 교환 대신에 한·미 동맹 복원에 노력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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