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HDC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HDC가 2005년 삼양식품 대주주의 일가의 우군으로 등장한 이후 14년 만에 지분을 완전 정리하기로 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블록딜 대상이 미래에셋대우라는 점에서 양측의 지속적인 협업 움직임이 어떤 시너지를 이뤄낼 지 주목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손을 잡은 바 있다.

HDC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삼양식품 주식 127만9890주(지분율 16.9%)를 블록딜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HDC는 삼양내츄럴스(33.2%)에 이은 삼양식품 2대 주주로 이번 매각 결정에 따라 주당 예정매각 가격 7만4000만 원으로 거래가 성사되면 약 947억여 원을 현금화하게 된다. 블록딜 매각 대상은 미래에셋대우다.

다만 HDC는 미래에셋대우와 주가수익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차후 미래에셋대우가 삼양식품 주식을 처분할 때 이번 인수가보다 싼 가격에 팔 경우 차액을 보전해주는 조건을 달았다.

이를 통해 미래에셋대우가 후한 가격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애초에 해소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인해 HDC의 사업파트너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HDC는 앞서 삼양식품의 우군으로 등장했을 당시 고 정세영 HDC 명예회장과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두 회장은 동향이어서 인연이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향의 명예회장, 돈독한 사이 이어져

삼양식품은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1998년 화의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삼양식품 대주주 일가는 2005년 경영권을 되찾기에 나섰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이에 HDC가 우군으로 둥장하며 부족한 자금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이후 지난 14년간 HDC는 삼양식품의 우군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HDC와 삼양식품 대주주 일가는 올해 삼양식품 정기주주총회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관계가 틀어졌다. HDC는 이사가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자격을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업계는 당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 및 재판을 받았던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사장 부부를 겨냥했다는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HDC의 제안은 표대결에서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립각을 세우면서 양 측의 신뢰에는 금이 가 있었다.

반면 HDC가 최근 들어 미래에셋그룹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 2017년엔 HDC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114를 인수했다.

당시 미래에샛캐피탈과 미래에셋컨설팅은 각각 지분 71.91%, 23.84% 등 총 95.75%를 보유하고 있었다. 인수가액은 637억 원이었다.

이후 양사는 지난 3일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예비입찰에 깜짝 등장해 강력한 인수 후보로 등극했다. HDC는 전략적투자자(SI)로서 앞에 서고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투자자(FI)로서 후방 자금 지원을 맡겠다는 심산이다.

더욱이 삼양식품 지분 매각에서도 손발을 맞추면서 양측의 긴말한 관계는 더욱 견고해 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DC, 정 회장 학연활용 협력관계도 진화

특히 양측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몽규 HDC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고 있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양식품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연으로 묶는 건 세간의 얘기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삼양식품 매각 금액은 지주사 차원에서 유동성확보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HDC가 이번에 마련한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에 삼양식품 지분 매각 금액이 ‘조’ 단위로 추정되는 아시아나항공 가격에 큰 보템이 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금을 모아 타 경쟁 입찰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에서는 일체의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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