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금리 연계 DLF 총 7950억 원 판매…예상손실률 52.3%로 투자금 '반토막'
- 불완전판매 정황 속속 드러나 분쟁 확산…금감원 재발 방지 엄정 조치 예고

▲ <사진제공=금융감독원>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사모펀드(DLF) 검사 결과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총체적 부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해당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 증권사, 자산운용, 은행들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수익보다 자신들의 수수료 이익에 몰두한 것으로 드러냈다. 더욱이 금감원은 서류상으로만 20%가 불완전판매라고 설명해 향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 사이에서의 투자 책임을 두고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진행한 DLF, DLS를 판매한 은행 등 금융사에 대한 현장 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온 DLF상품은 지난 8월 7일 기준 210개로 3242명의 투자자로부터 총 7950억 원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까지 확정된 손실 금액은 669억 원이며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 시 추가 손실 예상금액은 351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5일 기준 DLF 상품 잔액은 6723억 원으로 이중 5784억 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전체 투자자중 92.6%가 개인 일반투자자로 1~2억 원 미만 투자자가 65.8%, 투자금액이 10억 원 이상인 투자자도 총 72명으로 조사됐다. 개인투자자 투자금액은 총 6564억 원에 달한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3일부터 DLF상품 설계, 제조, 판매 실태 점검을 위해 우리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유경PSG자산운용,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HDC자산운용을 상대로 종합검사를 진행 중이다.

우선 중간검사 결과 DLF상품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국내 증권사에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증권사는 외국계 IB와 DLS 발행조건을 확정한 뒤 해지계약을 체결, 이후 은행이 자산운용사를 지정해 증권사에 통보하면 증권사는 은행과 자산운용사에 DLS 세부 내용을 통보했다.

자산운용사는 이를 바탕으로 상품제안서, 펀드계약서 등을 만들어 은행에 건넸다. 금융회사들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리즈로 상품을 설계했다.

자산운용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DLS를 묶어서 펀드(DLF)에 편입했고 은행은 DLF를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

은행 상품선정위원회 심의 1%에도 못미쳐

문제는 이렇게 DLS가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동안 경고음은 일체 들리지 않았다. 우선 DLS를 만든 증권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고객 손실 가능성을 경고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증권사는 경고를 무시한채 DLS를 발생했다.

이후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과거 금리를 바탕으로 한 수익률 모의실험(백테스트)를 진행한 뒤 원금손실 확률이 0%라는 결과를 은행에 전달했다.

은행은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를 자체 검증 없이 그대로 활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은행 실무자가 백테스트 결과와 다르게 최근 해외 국채금리가 움직인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은행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DLF를 판매한 은행 내부통제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 내규에는 고위험 상품 출시 결정 시 내부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 및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금리연계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는 1%도 되지 않았다. 

한 은행의 경우 DLF 380건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고 그 마저도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을 임의로 기재했다.

여기에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현한 위원은 교체한 뒤 찬성 의견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은행도 753건의 DLF 상품 중 상품선정위에 부의된 건 단 6건 뿐이었다.

판매부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은행들은 기초자산인 해외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상항에서도 상품구조를 바꿔가면서 신규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나아타났다. 또 이 과정에서 기존 고객에게 손실가능성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거나 높은 환매수수료(7%)를 강조해 환매를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는 사이 금융회사들은 총 4.93%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외국계 IB가 3.43%를 비롯해 은행 1.00%, 증권사 0.39%, 자산운용사 0.11%를 각각 챙겼다.

김동성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은행 내에서 판매자로서 투자자 위험을 누가 경고 했느냐가 초점이었다”면서 “(경고가 거의 없었다는) 이런 부분은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불완전판매 의심 정황도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잔존계좌의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판매 관련 불완전 의심 사례는 서류상 하자로만 20%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상 불완전판매 20%…대필ㆍ누락도 포착

특히 설명 의무 위반 사례도 적발됐다. 투자자 확인서에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을 자필로 서야 하는데 이를 은행의 펀드 판매직원 등이 대필하거나 누락했다.

고객이 내방하지 않았지만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펀드를 개설한 정황도 일부 포착됐다.

또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DLF 투자자 성향이 고위험으로 사후에 보완된 사례도 금감원이 찾아냈다. 은행 판매직원이 임의로 전산 입력하거나 고객이 체크한 내용과 다르게 입력하기도 했다.

이 밖에 펀드 판매 무자격자가 상품을 설명하는 등 판매에 가담하거나 고령 투자자 보호 절차를 위반한 경우 등이 지적됐다.

금감원은 서류상 형식적 요건을 충족해도 분쟁조정 등으로 불완전판매로 판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감원은 DLS 판매 관련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자 우리·KEB하나은행을 추가로 검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여부와 배상 비율을 결정하기로 했다. 결정된 개별 건의 배상 기준을 기초로 나머지를 합의권도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이번 합동 검사를 통해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해 법리 검토 등을 통해 추후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 부원장은 또 “혹자는 ‘누가 그런 상품에 투자하라고 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투자손실 가능성은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면서 “금감원은 피해 투자자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금융시장 검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불공정함으로 인해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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